결국 신동엽까지 합류했다. 가수 이영지와 조현아도, 웹툰작가 기안84도, 개그맨 지상렬도 하는 그 ‘술방’에 나섰다. 점점 술에 취해가고 있는 유튜브다.
최근 유튜브 콘텐츠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 중 하나는 연예인들의 술방(술을 마시면서 진행하는 토크쇼) 콘텐츠다. 앞서 ASMR이나 ‘먹방’ 크리에이터가 유행했던 것처럼, 스타들 사이에서는 술방으로 유튜브에 입문하는 것이 하나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 잡을 모양새다. 국민MC 대열에 있는 방송인 신동엽까지 합류하면서 유튜브 속 술방 콘텐츠는 이미 포화 상태가 됐다.
이른바 ‘술방’, 술토크로 가장 먼저 좋은 반응을 얻고 인지도를 쌓은 콘텐츠는 이영지의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차쥐뿔)’이었다. 1대 1 취중진담쇼를 내세우고 있는 ‘차쥐뿔’은 334만 명의 국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성공한 채널이다.
성공 공식은 간단했다. TV 예능에서는 보기 힘든 아이돌의 취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 ‘취중진담 쇼’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방송의 텐션이 남다르다. 술과 함께 좀 더 솔직하고 편안해진 스타들은 처음 보는 모습들을 꺼냈고, 숨겨뒀던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차쥐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컴백과 영화 홍보의 장으로도 매력적인 채널이 됐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영지의 ‘차쥐뿔’ 유튜브 채널을 대표하는 술방으로 시즌2까지 맞쳤다. 그리고 이 성공 사례를 따라가려는 듯 그야말로 온갖 술방들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지상렬의 ‘술먹지상렬’, 조현아의 ‘조현아의 목요일 밤’, 기안84의 ‘술터뷰’, 소유의 ‘혼저옵소유’, 그리고 신동엽의 ‘짠한형’까지 다양하다.
대놓고 술방을 내세우는 만큼 게스트들의 솔직한 입담이나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물론 취한 모습도 자주 노출된다. 눈이 풀리고 혀가 꼬이는가 하면, 발그레한 얼굴과 높아진 목소리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 화제가 된 방송에서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가수 선미가 조는 모습이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후죽순 생겨난 술방의 매력은 슬슬 떨어지고 시작했고 문제점은 커지고 있다.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똑같은 포맷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겹치는 게스트도 있어 더 이상 초창기의 신선함은 없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게스트가 굳이 취한 채로 앉아 있는 모습이 불편하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그런가 하면 간혹 만취한 모습으로 게스트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이다. 유튜브는 사실상 연령과 상관없이 이용자 모두에게 콘텐츠가 노출된다. 청소년도 음주 문제를 가지고 있는 시청자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스타들이 만든 술방은 마치 술을 권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스타들이 취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지나치게 친절한 술 제조법 설명도, ‘술부심’을 부리는 모습도 모두 음주 문화를 부추기는 듯한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특히 아이돌의 술방은 팬들에게 미칠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차쥐뿔’을 비롯해 ‘조현아의 목요일 밤’에도 여러 아이돌 게스트들이 출연해 화제가 됐었다. 물론 모두 성인이기에 음주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본인들이 팬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듯 했다. 10대 청소년 팬들이 열광하고, ‘초통령’이라 불리는 아이돌의 취한 모습을 과연 마냥 웃으면서 봐도 괜찮은 걸까. 팬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절제 없는 술방은 학부모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유행이라고, 화제가 된다고 하나 둘씩 무작정 ‘술방’에 뛰어들기보다는 호스트(MC)도, 게스트도 책임감을 생각해 봐야할 때다. /seon@osen.co.kr
[사진]유튜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