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의 '개콘' 부활, 기대보다 우려 앞서는 이유[Oh!쎈 초점]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3.10.24 19: 00

'개그콘서트'가 3년 반만의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한때 국민 프로그램으로 칭송받았던 '개그콘서트'의 부활 소식에도 대중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기만 하다.
지난 11일, KBS2는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내달 12일부터 방송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새롭게 돌아온 '개콘'은 11월 12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10시 25분에 시청자들과 만난다.
지난 1999년 9월 첫 방송된 '개콘'은 이후 다양한 코너로 수많은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개콘'의 엔딩곡은 일요일의 끝을 알리는 신호로 통용될 정도로 21년이라는 시간동안 가장 대표적인 국내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일요일 밤을 책임졌다.

하지만 전성기시절 40%에 육박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던 '개콘'은 2014년도에 들어 점차 하향세를 그렸고, 결국 2%대까지 떨어진 '개콘'은 끝내 2020년 6월 종영을 맞았다.
이런 가운데 '개콘'은 약 3년 반만에 부활을 알리고 VIP 시사회까지 마쳤다. 지난 15일 진행된 VIP 시사회에서는 내달부터 다시 시청자들과 만날 '개콘'의 주요 코너들이 공개됐다. 김상미 CP는 "이제 '웃으실 일'만 남았다. 대한민국 코미디의 미래를 이끌어 갈 '개콘' 크루들에게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다만 '개콘'의 부활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다소 불명예스러웠던 퇴장 만큼이나 우려가 앞선다는 반응이다. '개콘'이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받기 시작한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개그코드였다. 억지스러운 유행어 남발과 희화화, 비하적 표현을 사용한 개그는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고, 그럼에도 틀에 갇힌채 비슷한 패턴만 반복하는 '개콘'은 서서히 대중들에게서 도태돼 갔다.
폐지 후 '개콘'의 부활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21년에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승자'가 16부작으로 방송됐지만, 사실상 '개콘'의 후속작임에도 큰 빛을 받지 못한 채 종영했다. 더군다나 신인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출연자가 '개콘' 당시 지적받았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였고, 오히려 아이디어 도용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며 이미지가 실추되는 역효과만 낳았다.
11월 부활을 알리며 공개된 '개콘 시즌2' 티저 영상을 본 대중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맹구 분장을 한 채 영화 배급사의 오프닝을 패러디하는 모습은 다소 올드하게 다가왔고, "구시대적"이라는 반응이 빗발쳤다. 반면 티저일 뿐인만큼 아직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다는 반응도 뒤따랐다.
특히 '개콘' 부활을 앞두고 가장 크게 우려받는 부분이 바로 '유튜브'라는 거대한 벽이다. '개콘'이 없던 3년간 시청자들의 소비 패턴과 시장 환경은 급격히 변화했다. TV보다는 OTT나 유튜브를 더 많이 찾게 됐고, 특히나 유튜브에서는 다양한 웹콘텐츠들이 생겨나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토크쇼와 같은 예능뿐 아니라 '피식대학' 등 개그분야에서도 발빠르게 유튜브로 넘어간 개그맨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부캐'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며 TV 프로그램보다 더 뜨거운 화제와 호응을 얻고 있는 것. 여기에 예전 방식의 '개콘'이 지금의 대중에게 "먹히겠냐"는 문제다.
물론 '개콘' 그 자체가 갖는 의미와 영향력은 부정할수 없다. 현재 유튜브나 다른 분야에 터를 잡고 대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맨들 역시 대부분이 '개콘' 출신이며, '개콘'이 전설로 회자되며 현재 개그계에 큰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대한민국 대표 개그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다만 그 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고, 유행의 주기는 나날이 짧아져가고 있다. 호흡이 짧고 강렬한 숏폼 영상이 호응을 얻고 있으며, 지금 현재도 트렌드에 발맞춘 새롭고 신선한 콘텐츠들이 빠르게 쏟아져 나오고있다. 대중들 역시 터치 한번이면 언제, 어디서든 취향에 맞는 콘텐츠들을 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콘'이 단순히 '추억팔이' 명목에 그친다면 '개승자'와 마찬가지로 첫방 이후 점차 대중들의 관심과 멀어지며 시청률 하락세를 그릴 뿐이다. 추억이라는 틀에 갖혀 '예전 방식'을 고수하는 것보다는 변화와 적절히 타협하고,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도 '개콘'을 봐야하는 이유를 증명해내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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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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