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리스트". 배우 이선균이 마약 사건에 연루되며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가운데, 그와 함께 무수한 연예인들의 마약 혐의가 거론되고 있다. 대다수가 '팩트 체크'도 안 된 루머이거나 일부는 조작된 '가짜 뉴스'인 상황. 안줏거리로 전락한 연예게 스캔들보다, '마약' 범죄의 심각성이 경각심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5일과 26일, 연예계와 이선균 이름으로 연일 뜨거웠다. 소위 '이선균 리스트'로 불리는 '지라시(선전지)'가 사실 관계와 상관 없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여파다. 해당 리스트에 거론된 연예인을 둔 소속사들은 황당함을 토로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걸그룹 르세라핌 멤버 김채원, 가수 박선주 등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며 강경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걸그룹 아이즈원 출신 배우 강혜원은 보도된 적도 없는 한 언론사의 기사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조작돼 '가짜뉴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에 소속사보다 해당 언론사에서 나서서 가짜뉴스임을 밝히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이와 같은 사실 관계와 상관 없는 연예인들이 마약 사건에 관련 인물로 오르내리며 사안의 심각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선균 리스트'라는 자극적인 명명으로 근거 없는 낭설이 회자되는 동안, 이미 이를 받아본 사람들의 뇌리에는 마약 범죄에 대한 경각심 보다는 "리스트가 진짜냐"는 질문만 남는 실정이다.
정작 이선균 또한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되긴 했으나 관련 혐의를 인정한 적은 없다. 해당 사건이 경찰의 내사 단계에서 지나치게 빨리 보도됐고, 유흥업소 출입이라는 도덕적 결함까지 더해져 한층 자극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선균이 인정한 적 없는 마약 혐의 대신 그의 도덕적 결함이 다수의 입에 오르내리는 실정이다.
그 사이 '마약 범죄'에 대한 경계심은 더욱 휘발되고 있다. 애초에 마약 범죄의 경우, 음주운전과 같은 범죄를 타인의 심신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고 보는 것과 달리 피의자 개인의 일탈로 보는 시선도 강하다. 더욱이 미국이 샌프란시스코가 '좀비 랜드'라 불릴 정도로 마약 범죄가 횡행하고, 국내 또한 청소년들이 SNS를 통해 호기심에 마약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관련 범죄가 보편적으로 퍼진 상태다. 이에 마약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놓치는 실정이다.
그러나 마약은 개인의 일탈로 시작해 사회를 병들게 하는 중대 범죄다. 만연하다고 해서 경시할수록 더욱 빠르고 깊숙하게 사회에 스며들어 나라와 문화를 병들게 하고 회복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이와 관련 밴드 부활의 리더인 김태원과 가수 현진영은 일찌감치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김태원은 대마, 현진영은 대마와 필로폰으로 과거 마약 범죄를 저질렀고 이를 극복하며 대중과 연예계에 그 위험성을 알린 바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021년 3월 19일 유튜브 채널 '김태원 클라쓰'에 함께 출연해 마약 범죄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 거(마약) 하면 몸에서 괴물이 나온다"라고.
마약 중독으로부터 벗어났다고 해서 이들을 미화할 필요도 없고, 애초에 죄를 짓지 않고 극복할 일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이야기가 현재 대중에게 유독 울림을 남기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범죄를 겪어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 유독 현실성 있게 경종을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선균 리스트'라는 명명 아래 소모적인 진실 게임은 마약과의 전쟁에서 무의미하다. 자극적이기만 한 가짜뉴스들에 더 이상 연예기획사들도 해명할 가치조차 못 느끼는 상황. 마약만큼 중독성 강한 루머라는 씹을거리에 길들여져서는 안 된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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