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릿적 출생의 비밀 소재..허술함 극복 가능할까.
지난 28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7인의 탈출’(연출 주동민·오준혁, 극본 김순옥, 제작 초록뱀미디어·스튜디오S)에서는 극악무도한 K(김도훈 분)의 스토리가 드러나며 그의 정체가 본격 공개됐다. K는 성찬그룹 진짜 아들이 아니었으며 민도혁(이준 분)이 회장의 진짜 아들이라는 출생의 비밀이 드러났다.
그런데 K의 입에서 나온 이른바 '아기 바꿔치기' 스토리가 너무나 익숙하지 못해 진부한 것이었다. K는 성찬그룹의 집사 구강재(최진호 분)의 아들이었고, 민도혁이 회장 심용(김일우 분)의 아들 심준석이었는데, 구강재가 이 모든 악행을 저지른 것.
발단은 '생인손'이었다. 생인손은 손가락 끝에 종기가 나서 곪는 병으로 구강재의 아이가 이 병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데 의사들은 기깟(?) 콧물 증세를 보이는 회장의 아들만 치료할 뿐이었다.
이에 분노를 느낀 구강재가 아기에게 "너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다"란 말을 남기며 해외에서 요양 중인 산모의 빈틈을 타 '너무나 쉽게' 병원에서 두 갓난아기를 서로 바꿔치기 했다.
생인손으로 인한 아기 바꿔치기는 1990년대 방송된 MBC 특집 드라마 '생인손'(한무숙 소설 원작)에서 등장한 것이다. 천민인 어머니가 생인손을 앓는 자신의 딸을 상전의 딸과 몰래 바꿔 치기했고 두 여성은 극단적으로 달라진 삶을 살게 된다. 원작은 출생의 비밀 원조격이라 할 만 하다.
더불어 그간 '짝패', '반짝 반짝 빛나는', '가을 동화'를 비롯해 무수한 아침드라마에서 인물 바꿔치기를 소재로 한 경우는 숱하게 많았지만 '7인의 탈출'은 직접적으로 이 같은 고릿적 생인손을 모티프로 해 기시감을 피할 수 없었다. 이어 과거 설정임을 감안해 보더라도 너무나 쉽고 허술한 바꿔치기까지. 2023년 드라마의 세련됨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7인의 탈출'은 출생의 비밀 대신 어떤 부분에서 '치열한 고민'을 보여줄까. '황후의 품격', '펜트하우스'를 쓴 김순옥 작가 특기라고 할 수 있는 '반전' 카드일까.
이날 방송에서 가족을 죽인 것도 모자라 위조 수표로 조롱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한 민도혁은 성찬그룹을 찾았지만, K에게 당하고 말았다. 매튜 리(엄기준 분)는 K와 성찬그룹을 향한 반격의 플랜을 가동했고, 게임의 ‘말’이 된 악인들은 그가 부여한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 분투했다.
그러나 또 한번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드는 반전이 등장했다. 미션 실패자 처형식에서 매튜 리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 것. 정체를 묻는 강기탁(윤태영 분)의 추궁에 광기 어린 웃음을 짓는 매튜 리의 엔딩은 다시금 소름을 유발했다.
앞서 주연 캐릭터의 가정폭력 가해장면부터 원조교제를 하는 미성년자의 출산, 마약 등의 소재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자극을 좇는 전개라는 뭇매를 맞고, 난데없는 오로라와 유니콘의 등장으로 "장르가 판타지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7인의 탈출'이 어떤 부분에서 작가의 이름값을 하며 '치명적인'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지 눈여겨 볼 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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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인의 탈출'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