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와 재혼을 발표했다가 사기 혐의 등으로 경찰에 체포된 전청조를 패러디한 '밈(meme·인터넷 유행어)'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각종 연예인과 미디어가 이를 패러디 하고 나섰다. 다만 피해자가 존재하는 실제 범죄 사건인 만큼, ‘밈’ 사용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서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남현희는 15세 연하 전청조와 재혼을 발표했다. 전청조는 자신이 전직 승마선수 출신 재벌 3세라고 주장했으나 재혼 발표 직후 사기 전과, 성별 논란 등 각종 의혹이 쏟아졌다.
전청조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 공개되고 화제가 되자, 일부 기업은 그의 우스꽝스러운 언어를 패러디해 “I am 기대해요”, “I am 설레요” 등으로 홍보 또는 웃음 소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패러디는 곧 방송가에도 등장했다. '런닝맨'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 등 지상파 예능에서도 '전청조 밈'을 활용한 자막이 삽입됐고, 여행 크리에이터 겸 방송인 빠니보틀은 '전청조 닮은꼴'이라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이어지자, SNS를 통해 "I am 저 아닙니다"라는 게시물을 게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청조를 둘러싼 ‘사기 전과’, ‘성폭행 의혹’ 등으로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인 만큼, 그를 향한 지나친 희화화가 사건의 본질을 흐리며 ‘2차 가해’로 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해당 우려가 불거진 것은 개그맨 엄지윤의 게시글이었다. 엄지윤은 지난 30일 'I am 엄청조'(나는 엄청조)란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엄지윤은 전청조가 재벌 3세라는 배경을 위해 경호원을 대동한 구도를 똑같이 패러디했다. 그러나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엄지윤은 30일 자정께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패러디물은 양산됐다. 심지어는 ‘충주시 홍보맨’으로 유명한 김선태 주무관도 전청조를 패러디한 영상을 게재했고, 누리꾼들의 반응 역시 엇갈렸다. 이와 관련해 대중문화 평론가 위근우 씨는 1일 충주시 홍보맨 김 주무관의 행동을 놓고 "유퀴즈 나왔던 충주시 홍보맨도 이러고 자빠졌네. 기업이랑 예능에서의 전청조 밈 활용에 대해 우려했는데 지자체에서도 쓸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며 혹평하기도 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범죄자를 향한 희화화가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단순 ‘밈’ 사용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를 멈춰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다만 어떤 패러디든, ‘음지’와 ‘양지’는 다르다. 방송가의 분별없는 ‘밈 쫓기’가 항상 부작용을 낳아왔던 만큼, 연예인은 물론, 공공기관 등, 영향력을 고려해 ‘밈’ 차용은 항상 조심스러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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