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젊은 세대 층에서 여가시간을 즐기는 장소로 '영화관' 대신 '미술관'이 뜨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수십 년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영화관은 최고의 놀이 문화로 인식됐지만, 코로나 팬데믹과 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로 대중은 다른 놀이 문화를 찾아나서고 있다. 산업적으로 본다면 상대적으로 외면 받았던 미술계 등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지만, 잘 나가던 영화계 침체로 관련 종사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수익을 낸 한국 상업영화는 천만 '범죄도시3'(누적 1,068만)를 시작으로, '밀수'(514만), '잠'(147만), '30일'(201만)까지 총 4편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쉽게 손익분기점 400만을 코앞에 두고 최종 384만명으로 극장에서 내려와야 했다.
'범죄도시3'가 시즌2에 이어 또 한 번 천만 관객을 찍었을 때, 영화계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이를 계기로 부진했던 극장 산업과 한국 영화계가 '붐업'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믿었고, 그렇게 될 거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만'은 마동석표 화끈한 액션과 잘 짜인 빌런을 앞세운 '범죄도시3'만의 영광이었을 뿐, 결과적으로 한국 영화 부흥으로 확장되지 못했다.
현재 한국 영화는 '단군 이래 최대 위기' '팬데믹보다 더 최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으며, 국내 작품이 외면받을 때 '더 퍼스트 슬램덩크'(468만), '스즈메의 문단속'(553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419만), 최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153만) 등 외화가 더욱 호응을 얻었다. 뼈아픈 말이겠지만, '노잼' 한국 영화보다 '유잼' 외화에 기꺼이 1만 5천원을 투자하는 관객들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영화가 놀이문화 최선책에서 밀려 차선책이 돼가는 시대 흐름 속에서, 완성도만 탓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강력한 대체재 넷플릭스, 디즈니+ 등 OTT 등이 일상 속에 완벽하게 자리 잡았고, 이제 극장 영화는 더 많은 드라마 및 시리즈와 경쟁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달 폐막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만 봐도 순수 극장 개봉 작품으론 영화제 개최가 불가능할 정도로 OTT 작품의 비중이 해마다 늘어나는 중이다. 여기에 과거에는 극장에 가서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했다면,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지나면서 요즘은 관객들이 극장에서 볼 영화, OTT에서 소비할 영화를 구분해 극장을 찾고 있는 추세다.
앞서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9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총 관객수는 666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9월 평균 1천 476만 명의 45.1%에 불과했다. 영화관 매출액은 653억 원으로, 팬데믹 이전 3년간 9월 평균 1천 233억 원의 52.9%에 그쳤다. 추석 빅3 작품이 모두 부진한 결과가 그대로 산업 전반에 드러난 것.
영화인들은 "그럼에도 영화는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 영화의 경쟁자가 많아졌는데 그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 또한 원인을 내부에서 찾지 않고 관객 탓으로 돌리는 일부 행동도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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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및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