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면 안 되나요?".
'개그콘서트'가 첫 방송 시작도 전에 한 시민단체의 우려에 부딪혔다. 뚜껑이 열리기도 전에 반발에 직면한 '개그콘서트' 출연자의 호소가 울림을 남기고 있다.
김원효는 지난 9일 공식 SNS를 통해 한 기사를 공유했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약칭 개콘)'의 부활 소식에 시민단체가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 그는 "그냥 보면 안 되나요? 단체가 뭐라고 하시는데 단체로 좀 와서 보세요"라고 덧붙였다.
앞서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측은 지난달 '개콘' 제작진에 공문을 보내는가 하면,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인권 감수성이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약 3년 반 만에 돌아오는 새로운 '개콘'은 혐오와 차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웃음과 재미를 선보이기를 기대한다"는 취지에서다.
'개그콘서트'는 매주 새로운 개그를 통해 웃음을 주는 KBS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지난 1999년 9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해 20년 넘게 방송을 지속하며 KBS를 넘어 한국의 간판 공개 코미디 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연이은 시청률 하락에 직면하며 지난 2020년 6월 26일 사실상 폐지에 가까운 종영했다. 그로부터 3년 반 만인 오는 12일 부활한 2기의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개콘'의 폐지 당시 시청자들의 냉담했던 반응과 일부 코너 내용들로 논란을 빚었던 것을 고려하면, 부활한 프로그램을 향한 우려의 시각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실제 '개콘'은 인종, 성평등을 비롯한 다양한 인권 감수성에 반한다는 지적에 직면한 바 있다.
더욱이 '개콘'이 문을 내렸던 3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콘텐츠 제작 환경부터 공개 코미디를 대하는 대중의 감상 방식, 감수성 수준 또한 크게 달라졌다. 전보다 한층 더 예민하고 날카로워졌으며 견해 차이도 강해졌다. 무엇보다 유튜브 채널이나 숏폼 콘텐츠를 중심으로 개그와 웃음을 소비하는 방식이 자리잡았다. '개콘' 뿐만 아니라 tvN 예능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약칭 코빅)' 또한 막을 내리고 더 이상 TV 프로그램에서 개그를 소재로 한 자취를 찾기 힘든 결정적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부활한 '개콘'의 뚜껑이 열린 뒤에 확인해도 늦지 않다. '개콘'의 부활, 존속의 소중함을 느끼는 대상은 시청자나 방송사, 제작진도 아닌 코미디언들이다. 오랜 방송 역사 만큼 '개콘'의 존재는 희극인들의 존재 이유였던가 하면 동시에 한국에서 '개그'라는 예능의 장르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그렇기에 3년 반의 공백이 아쉬웠던 만큼 김원효는 물론 박성호, 정태호, 정범균, 송영길, 정찬민, 신윤승 등 과거의 멤버들이 만사 제치고 부활한 '개콘'을 위해 달려왔다. 여기에 '신인 육성'이라는 프로그램의 의의를 되살리기 위해 지난 5월부터 반년 가까이 호흡한 신인 개그맨들이 함께 한다.
이들 역시 돌아온 '개콘'을 향한 시각이 떠날 때와 같이 냉담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상황. 그만큼 철저하고 진정성을 다해 준비했을 터다. 결과물을 보여준 뒤에 부족한 부분을 지적한다면 어땠을까. 당장 방송을 확인하기도 전에 엄정한 기준을 들이대 우려를 표하는 것은 검열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 주체가 비영리 단체라 해서 실력 행사가 마냥 정의적으로 포장되지는 않는다. 찬물을 뿌리는 데에도 타이밍이 있다. / monamie@osen.co.kr
[사진]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