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아이들 출신 배우 김동준의 ‘고려 거란 전쟁’ 출연은 정말로 미스캐스팅일까.
“얼굴 동글동글하고 쌍꺼풀 지고 그런 사람이 무슨 왕이냐”
배우 최수종이 최근 출연한 ‘유퀴즈온더블럭’에서 ‘태조 왕건’ 캐스팅 당시를 떠올리며 했던 말이다. 200부작이 넘는 대하 사극, 고려의 역사를 그린 작품인 만큼 주연 배우 캐스팅에도 이목이 집중됐는데, 최수종이 전격 캐스팅되면서 의견이 분분했다.
실제로 최수종은 ‘태조 왕건’에 출연하기 전 사극 경험이 부족했다. 1988년 ‘조선왕조 오백년:한중록’ 사도세자, 1990년 ‘조선왕조 오백년:대원군’ 철종 역이 ‘태조 왕건’을 하기 전까지 최수종의 사극 전부다. ‘서울 뚝배기’, ‘아들과 딸’, ‘야망’, ‘질투’, ‘첫사랑’ 등을 통해 극을 이끌어가는 주연 배우로서의 자질은 인정 받았으나 200회가 넘는 대하 사극의 주인공으로는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서글서글한 마스크와 친숙한 웃음소리, 친근함이라는 최수종의 무기는 오히려 ‘왕’이라는 역할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특히나 앞서 출연한 사극과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 발성으로 인해 부담도 있었다. 그러나 최수종은 “내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결승선에서 누가 골인하는지 지켜봐달라. 대하드라마에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면서 어떻게 하는지”라고 당부했고, 연기력으로 논란을 잠재우면서 최고 시청률 60.5%를 찍었다.
‘사극 대가’ 최수종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고려 거란 전쟁’ 김동준이 앞서 최수종이 겪고 있는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김동준은 현재 KBS 공영방송 50주년 특별기획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에서 대량원군 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훗날 현종이 되는 인물로, 극 초반부에는 천추태후(이민영)와 김치양(공정환)의 암살 위협으로 인해 신혈사로 피한 상태다.
지난 11일, 12일 방송된 1화와 2화에서 김동준은 독살 위협을 받는 대량원군의 위기를 긴장감 있게 풀어냈다. 독살 당할 위기를 벗어나 자객에게 쫓겼고, 승려들의 목숨이 위험해지자 돌아와 기지를 발휘해 시간을 버는 모습 등의 과정을 통해 용손으로서의 위엄과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다.
시청률 또한 1회 5.5%, 2회 7.4%(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나타내며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김동준의 연기를 두고 말이 무성하다. 일부 시청자들은 “김동준이 대하드라마에 맞지 않는 미스캐스팅”이라고 지적했다. 몰입도를 깬다는 게 이유였다. 반면 일부 시청자들은 “아이돌 출신인 줄 몰랐다”, “표정 연기와 눈빛으로 몰입도를 높였다”며 김동준의 연기가 몰입에 방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동준은 전역 후 ‘고려 거란 전쟁’을 통해 복귀했다. 승려의 모습을 소화하기 위해 삭발도 불사했고,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과 촬영 내내 스태프, 출연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조선구마사’가 2회 만에 조기 종영하면서 사극 장르로는 ‘고려 거란 전쟁’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게 된 김동준은 전역 후 더 깊어진 연기로 대량원군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아직 극이 초반에 불과한 만큼 그의 연기를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다.
김동준과 비슷한 사례로 MBC 금토드라마 ‘연인’에서 활약 중인 안은진이 있다. 안은진 또한 ‘연인’에서 미스캐스팅 논란이 있었지만 애절한 멜로부터 주체적인 성장까지 표현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극 초반 있었던 안은진의 미스캐스팅 논란은 지금은 쏙 들어간 상태다.
최수종도 처음엔 그랬고, 안은진 또한 그랬다. 하지만 현종 옆에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 강감찬이 있었듯이 김동준 옆에는 최수종이 있다. 미스캐스팅 논란에 스스로 갇히지 말고 최수종처럼 자신의 페이스대로 달려가 결승선에 골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