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 '어쩌다 사장3'가 최고 시청률을 찍은 가운데, 위생 논란이 불거져 뜻하지 않은 구설수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사장즈와 알바생들이 언어 소통에 불편함을 겪어 '굳이 미국 한인 마트까지 가야했나?'라는 지적 등이 나왔다.
그러나 시즌1부터 시즌3까지 연출을 맡은 류호진 PD가 미국 촬영 직전 팀원들에게 공유한 실제 편지를 살펴보면 왜 그들이 미국에 갔는지 알 수 있다. 이 안에는 류호진 PD가 '어쩌다 사장3' 촬영을 앞둔 솔직한 마음과 기획의도 등이 담겨 있다. 해당 편지를 OSEN이 단독으로 입수했다.
차태현과 조인성이 열흘간 운영 중인 한인 마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마리나 시티에 위치해 있다. 류호진 PD는 미국의 조용한 농촌 지역 '마리나'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민사의 초창기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갔고, 왜 이런 마을에 한국인들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류호진 PD는 "2023년 현재, 마리나에 남아 있는 1세대 이민자의 수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고령이고 세상을 떠난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 곳에서 나이 든 사장님이 마을에서 없어선 안될 한인 슈퍼를 주 7일 경영하고 있습니다. 김밥 한 개에 2달러, 직접 담그는 김치와 반찬들, 주 7일 열려 있는 이 가게가 있어서 이곳의 한인들, 그리고 아시아인들이 고향의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라며 "24년전 다른 한인 어른에게 이 가게를 물려 받았다는 그는, 정작 자신이 가게를 누구에게 넘겨줘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는 곧 일흔이 됩니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모든 것이 그 자리에 영원히 존재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때 어딘가에 뭔가가 있었다는 것,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 그걸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라며 "언젠가 사라져버릴 일상의 모습을 배우의 몸과 얼굴로 기록해 두는 것, 두 분이라면 가능할 그런 일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차태현과 조인성에게 한국이 아닌 미국행을 제안한 이유를 털어놨다.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어쩌다 사장3'는 총 13개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으며, 앞으로 공개될 에피소드를 통해 미국에 간 진짜 이유와 PD의 기획의도 등이 내용 곳곳에 묻어날 거라고.
이와 함께 류호진 PD는 열심히 준비한 시즌3를 잘 마무리하자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는 "지금은 외국인들조차 김치가 떨어지면, 마트 카운터에 한참을 기다렸다가 사서 갑니다. 60년의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 있을까요. 지나간 사람들에게 무엇을 고맙다고 말할 것이며, 앞으로 올 사람들에게 무엇을 선물해야 할까요"라며 "나는 고단할 것이 틀림없는 우리의 시즌이, 그간 해 왔던 작업의 뜻깊은 마무리가 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라며 편지를 끝맺었다.
한편 최근 김밥의 위생 논란과 관련해 제작진은 "식당과 김밥 코너를 함께 운영했던 만큼 위생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으나, 마스크 착용이 미비했던 점 등 부족한 부분이 발생하여 시청자분들께 염려를 끼치게 됐습니다. 이에 깊은 사과를 드리며, 이는 전적으로 제작진의 불찰임을 말씀 드립니다"라며 "이번 시즌 저희 프로그램은 모든 내용이 미국에서 촬영됐고, 이에 현지의 복잡한 위생 규정과 관련법을 철저히 준수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 내에 사건을 요약해야 하는 방송의 속성으로 인해 위생 관리에 대한 연기자들의 노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점도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사과했다. 향후 편집으로 지적 사항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OSEN이 단독으로 입수한 류호진 PD가 쓴 편지 일부 발췌-
어쩌다 사장 3 - 마리나에서 온 편지.
2023년 현재, 마리나에 남아 있는 1세대 이민자의 수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고령이고 세상을 떠난 분들도 많습니다. 한해 한해 보이는 분이 줄어든다는 말을 마을 사람들은 종종 합니다. 2세들은 더 좋은 사업의 기회를 찾아 미국 곳곳으로 흩어졌고, 떠나지 않은 사람들의 자녀인 3세들도 대체로 큰 도시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뒤 그곳에서 정착해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런 곳에서 나이든 사장님이 마을에서 없어선 안될 한인 슈퍼를 주 7일 경영하고 있습니다. 김밥 한개에 2달러. 직접 담그는 김치와 반찬들. 주 7일 열려 있는 이 가게가 있어서 이곳의 한인들, 그리고 아시아인들이 고향의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24년전 다른 한인 어른에게 이 가게를 물려 받았다는 그는, 정작 자신이 가게를 누구에게 넘겨줘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는 곧 일흔이 됩니다. 그러나 40년 된 한인 마트를 그가 정리하게 될 무렵이면, 발달한 물류와 대형 한인 마트들로 인해서 더 이상 이 가게가 유지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김치도 라면도 배추도 어디서든 구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그 자리에 영원히 존재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 때 어딘가에 뭔가가 있었다는 것.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 그걸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언젠가 사라져버릴 일상의 모습을 배우의 몸과 얼굴로 기록해 두는 것. 두 분이라면 가능할 그런 일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덧. 처음에 미국에 온 한국인들은 김치를 구할 수 없어서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먹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어떤 것은 금세 잊지만 어떤 것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합니다. 한국인이 수십 년 타지에 살아도 끝내 버리지 못하는 것들만이, 이 가게의 좁은 선반에 남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은 무엇일까요. 왜 그렇게 된 걸까요.
덧덧. 지금은 외국인들조차 김치가 떨어지면, 마트 카운터에 한참을 기다렸다가 사서 갑니다. 60년의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 있을까요. 지나간 사람들에게 무엇을 고맙다고 말할 것이며, 앞으로 올 사람들에게 무엇을 선물해야 할까요. 나는 고단할 것이 틀림없는 우리의 시즌이, 그간 해 왔던 작업의 뜻 깊은 마무리가 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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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제공, '어쩌다사장3'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