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남궁민과 안은진은 웃었지만 '7인의 탈출' 김순옥 작가는 씁쓸했다. 같은 날 첫 방송을 시작해 전혀 다른 성적표를 받은 두 드라마가 마지막까지 비슷한 시점에 방송되며 더욱 비교 대상에 오르고 있다.
지난 17일 SBS 금토드라마 '7인의 탈출'이 17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17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6.6%. 지난 15회와 16회에서 5.2%까지 떨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눈에 띄게 오른 수치이지만 첫 방송부터 좀처럼 5~7% 대를 벗어나지 못한 것을 비교하면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김순옥이라는 스타 작가의 성적표 치고 유독 저조한 점수다.
반면 같은 시간대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연인' 20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 12.4%를 기록했다. '연인'이 오늘(18일) 21회(최종회)가 방송되며 종영하는 것을 감안하더라고 두배 가까이 차이나는 수치다. '연인'도 시작은 5%대, 10회 이후 휴식기를 갖고 돌아온 파트2 또한 7% 대로 시작했으나 결과는 달랐다. '7인의 탈출'과 '연인' 무엇이 두 작품을 갈랐을까.
# 자극 또 자극, 억지 전개 이제 그만
이야기의 개연성은 모든 서사에서 중요하지만 최근 드라마 시청 트렌드에서는 유독 필수 덕목이 됐다. 조금의 부자연스러움과 억지 전개, 이해할 수 없는 설정, 도를 넘은 자극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럴듯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여러 단계의 디테일과 서사가 필요하다. 이를 이해하는 과정또한 마냥 자연스럽기는 힘든 바. 다수의 시청자들이 그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가운데 '7인의 탈출'은 시작부터 '피카레스크'라는 형식적인 도전을 보여줬다. '펜트하우스' 시리즈로 악인들의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풀어낸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감독인 만큼 기대감도 높았다. 그러나 첫 방송부터 납득하기 힘든 전개, 반전에 반전을 더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설정들이 시청 피로도를 높였다.
매튜 리(엄기준 분)의 정체를 둘러싼 반전이 특히 난제였는데, 계속해서 정체를 파헤치고 이야기의 비밀을 추적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소모적이었다. 물론 이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광적인 연기는 볼만 했다. 다음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점 또한 김순옥 작가의 공력을 입증한 대목이다. 하지만 딸을 버린 엄마, 학교 폭력을 숨긴 아이돌 지망생, 학교에서의 출산 등 극 초반 시청 진입장벽을 허물기엔 역부족이었다.
# '연인', 느려도 터지는 서사의 힘
반면 '연인'은 "전개가 느리다"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극 초반 남녀 주인공의 멜로 서사를 쌓는 데에 집중했다. 티격태격은 물론 서로의 감정을 부정하고 밀어내는 이장현(남궁민 분)과 안은진(유길채 분)의 파트1 서사는 일면 답답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느렸던 만큼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쌓인 두 사람의 감정선과 교감 포인트들이 4회를 기점으로 폭발했다.
정통 사극의 분위기를 표방한 '연인'의 특성상 주된 시청자 층의 호흡이 현대극의 다른 드라마들보다 느린 점도 유효하게 작용했다. 대체로 현대극은 첫 방송, 길어야 2회 안에 작품의 분위기를 진단하는 반응이 많은 반면, '연인'과 같이 20부작 가량 되는 사극은 시대적 분위기에 적응하는 차원에서 그보다 느린 호흡도 양해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애정씬 엔딩을 극대화해 숏폼 콘텐츠를 겨냥한 연출과 이를 살려낸 배우들의 연기가 장면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작중 상황을 성실하게 풀어간 전개에 연출의 디테일과 연기가 더해지자 '서사'가 쌓였다. 경험한 적도 없는 조선 중기 병자호란 당시에 대한 시대상이 대중에게 설득력을 얻자 모든 이야기가 그럴싸 해지고 말이 됐다.
물론 종영을 바라보는 후반부까지 '연인' 역시 다소 느린 전개가 갑론을박을 자아내고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장채 커플'의 로맨스를 두고 허무맹랑하다는 식의 반응은 나오질 않는다. 오랜 시간 공들여 이야기의 인과관계를 직관적으로 풀어가는 지가 중요한 이유다.
이제 더 이상 '7인의 탈출'과 같이 "말도 안 돼"와 같은 반응은 드라마 서사에 통하지 않는다. 풍자와 코믹으로 풀어내기 위해선 자극이 아닌 더 세밀한 디테일이 필요하다. 아니면 그저 리모콘 재핑으로 흘려보내도 될 정도로 가볍게 보는 연속극 시장에서만 통할 뿐. 한 편의 드라마를 보기 위해 매달 몇 만원의 구독료와 시간을 투자하는 이용자들이 곧 시청자가 되는 시장이다. 과거보다 상식적으로 통하는 이야기가 표준이 되고 있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