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요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K팝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K팝 스타들은 올 한 해 글로벌 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영국 가디언지에는 K팝과 라틴 음악 등의 약진으로 음악 시장에서 영어 팝송의 영향이 줄고 있다는 내용의 칼럼이 게재돼 눈길을 끌었다.
가디언지는 그 시작으로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언급하며 비영어권 문화 중 한국 K팝이 전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싸이에 이어 방탄소년단이 보이밴드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며 음악을 뛰어넘는 글로벌 영향력을 발휘, K팝의 위상을 드높인 가운데 최근 여러 아이돌 그룹들이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점진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K팝이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멤버들의 순차적인 군 입대로 개인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올해 각 멤버들의 솔로 앨범으로 새로운 기록들을 쏟아내며 끝없는 인기를 증명했다. 지난 3월 첫 솔로 앨범 ‘FACE’를 발표한 지민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한국 솔로 아티스트 최초의 기록으로, 지민은 그룹에 이어 솔로로도 ‘핫 100’ 정상을 밟으며 한국 대중음악사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겼다.
슈가는 어거스트 디(Agust D)의 이름으로 솔로 앨범을 발표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공고히 했으며, 솔로 앨범 발매 후 처음으로 솔로 콘서트를 개최, 월드투어 'SUGA | Agust D-DAY TOUR’로 전세계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했다.
뷔는 솔로 앨범 ‘Layover’를 발표하고 빌보드 '핫 100'에 51위로 진입했고, 'Layover'는 오리콘 '주간 디지털 앨범 랭킹'에 1위로 직행했다. 정국은 솔로곡 ‘Seven (feat. Latto)’으로 지민에 이어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으며, ‘2023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송 오브 서머(Song of Summer)’를 수상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또한 정국은 최근 발표한 솔로 앨범 ‘GOLDEN’으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 2위로 진입하며 K-팝 솔로 가수 최고 순위 타이기록을 세웠다. 특히 ‘GOLDEN’은 발매 첫 주 기준, 미국에서 K팝 솔로 가수 음반으로는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했으며, K팝 솔로 가수의 음반 중 처음으로 현지 첫 주 판매량 20만 장을 넘기면서 정국은 ‘글로벌 팝스타’로 자리매김 했다.
걸그룹으로서 데뷔 후 지금까지 최초, 최고의 기록을 쏟아내고 있는 블랙핑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약 1년여 간 ‘BORN PINK’ 투어를 개최하며 전세계 34개 도시, 66회차에 걸쳐 팬들과 만났다. 블랙핑크는 이번 월드투어로 서울 5만 5천, 북미 54만, 유럽 21만 5천, 아시아 90만, 오세아니아 5만, 중동 4만을 합산해 K팝 걸그룹 최대 규모인 18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블랙핑크는 북미에서는 전 세계 걸그룹 최초로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 LA 다저 스타디움에 입성했다.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멕시코 멕시코시티 포로솔에서 양일간 무대를 장식한 한국 걸그룹 역시 블랙핑크가 유일하다. 유럽 스타디움은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의 앙코르 공연을 통해 K팝 걸그룹 최초로 깃발을 꽂았다.
이외에도 올해 블랙핑크는 아시아 아티스트 최초로 세계 최대 음악 축제인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과 영국 하이드파크의 헤드라이너로 활약하며 '월드 클래스'로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또한 로제는 최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주최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행사에 참석해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 6월 발표한 정규 앨범 '★★★★★ (5-STAR)’로 미국 '빌보드 200' 3연속 1위에 등극했으며, 7월 K팝 첫 '롤라팔루자 파리' 헤드라이너로서 등장해 명성을 빛냈고, 9월에는 미국 뉴저지 푸르덴셜 센터에서 개최된 '2023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서 '특'으로 '베스트 K팝'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어 스트레이 키즈는 최근 K팝 4세대 보이그룹 최초로 한국과 일본 5개 지역 총 10회 대규모 돔 투어 'Stray Kids 5-STAR Dome Tour 2023'(파이브스타 돔 투어 2023)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세븐틴은 지난달 발매한 미니 11집 ‘SEVENTEENTH HEAVEN’으로 K팝의 새 역사를 썼다. 이들은 ‘SEVENTEENTH HEAVEN’으로 발매 후 일주일간 음반 판매량(초동) 500만 장을 넘긴 최초의 아티스트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K팝 아티스트 역대 초동 1위에 올랐다.
또한 세븐틴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최되는 제13회 ‘유네스코 청년포럼’에 ‘세계 청년세대’ 대표로 참석해 약 1시간 동안 연설과 공연을 아우른 스페셜 세션을 진행했다. 세븐틴은 이번 연설을 통해 ‘세계 청년세대’를 위한 희망의 메신저로 활약하며 멤버 개개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청년들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하며 호평을 받았다.
뉴진스는 별다른 글로벌 활동 없이 음악만으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뉴진스는 올해 1월 싱글 앨범 ‘OMG’, 7월 미니 2집 ‘Get Up’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글로벌 대세 아티스트로 우뚝 섰다. 뉴진스는 ‘Get Up’으로 K팝 그룹 중 데뷔 후 최단기간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1위 신기록을 세웠고, ‘핫 100’에 5곡(‘OMG’, ‘Ditto’, ‘Super Shy’, ‘ETA’, ‘Cool With You’)을 진입시켰다.
이어 뉴진스는 지난 8월에는 빌리 아일리시 등이 헤드라이너로 선 미국 대형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 시카고’ 무대에 K-팝 걸그룹 최초로 올라 약 7만 명의 떼창을 이끌어내며 폭발적인 인기를 입증했고, ‘2023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s)’에서 퍼포머로 공연을 펼치는데 이어 K팝 아티스트 중 가장 많은 수상 후보(총 5개)에 올라 월드클래스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피프티 피프티는 중소 기획사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지난 2월 발매한 첫 번째 싱글 ‘The Beginning: Cupid’의 ‘Cupid’로 데뷔 130일만에 ‘빌보드 핫 100’에 100위로 진입하는 쾌거를 이뤄내, K팝 아이돌 사상 데뷔 최단 기간 빌보드 ‘핫 100’ 진입 기록을 세웠다. ‘Cupid’는 ‘핫 100’ 차트에서 최고 순위 17위까지 올랐으며 25주 차트인이라는 K팝 걸그룹 역대 최장 진입 기록을 세우는 성과를 올렸다.
이처럼 올 한 해도 K팝 스타들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뜨거운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여러 전문가들은 성취에 만족하기보다는 위기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JYP 박진영은 "K팝 시장은 진입 장벽이 굉장히 높은 시장이다. 다음 단계를 찾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 생각한다"고 전했고, 하이브 방시혁은 "내일이 아닌 10년 뒤를 생각해야 하므로, 현재 K팝 시장을 위기라 생각한다. K팝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확장성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들의 지적처럼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K팝이 한 때가 아닌 꾸준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빠르게 변화하는 음악 시장에서 K팝의 색을 지키면서 글로벌 리스너들을 사로잡을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mk3244@osen.co.kr
[사진] 각 소속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