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덮친 마약 투약 의혹이 연예계 마약 파문으로 남을지,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를 진행해 억울함만 남긴 마녀사냥이 될지 갈림길에 섰다.
배우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내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지 오늘(23일)로 36일이 지났다. 지난달 19일 ‘톱스타 L씨’에 대한 마약 투약 혐의를 내사 중으로 알려진 가운데 ‘톱스타 L씨’는 이선균으로 확인됐다. 이선균 측은 하루 뒤인 20일,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앞으로 진행될 수 있는 수사기관의 수사 등에도 진실한 자세로 성실히 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돈스파이크, 유아인 등이 마약 투약 혐의로 처벌을 받거나 재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또 한 번 연예계에 마약 파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로부터 36일 동안 수사가 진행된 결과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이선균은 지난달 23일 내사자 신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형사 입건됐고, 이선균은 두 차례에 걸쳐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간이시약 검사와 모발 정밀 검사는 음성, 다리털 검사 는 판단 불가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선균 또한 “(유흥업소 실장)A씨가 불면증으로 처방 받은 약이라고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드래곤에 대한 마약 투약 의혹은 지난달 25일 제기됐다. 지드래곤은 두 차례에 걸친 입장문을 통해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고, 자진출석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지드래곤의 간이시약 검사, 모발 및 손톱·발톱 정밀 검사는 모두 음성이었다. 지드래곤은 ‘사필귀정’이라는 사자성어로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며 “명예훼손, 모욕, 성희롱, 허위사실 유포, 악의적 비방 등 악성 게시물 작성자를 상대로 법적대응을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흥업소 실장 A씨의 휴대전화와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명확한 증거 없이 진술에만 의존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술을 토대로 내사 단계에서 증거를 찾아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를 진행했다면 탄력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진술로만 시작된 수사는 한계가 있었다. 이선균도 지드래곤도 마약류 반응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특히 내사 단계에서 실명이 거론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내사는 정식 수사 전 단계에서 수사 대상이 되는지를 파악하는 절차인데, 수사의 상당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내사 단계에서 종결 처리된다. 때문에 이 단계에서 조사를 받는 대상이 밝혀지는 경우는 찾기 어렵지만 이번에는 정체를 추측할 수 있는 힌트나 실명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이 모아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피해자들도 생겼다는 점에서 문제가 커졌다. 마약 투약 의혹을 받고 있다는 유명 연예인들의 이름을 담은 리스트가 돌았던 것. 방탄소년단, (여자)아이들 전소연, 르세라핌 김채원, 가수 겸 작곡가 박선주 등이 이와 같은 루머에 “사실무근” 입장을 밝히며 강경 대응 태도를 취했다.
진술에서 시작된 수사는 36일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선균과 지드래곤이 잇달아 음성 결과를 받으면서 경찰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이대로 경찰이 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하거나, 찾아도 이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이선균과 지드래곤은 마약 투약 의혹을 받는 ‘피의자’가 아닌 경찰의 무리한 조사로 인해 누명을 쓴 ‘피해자’가 될 전망이다. 거대한 마약 파문과 유례 없는 마녀사냥의 갈림길에 섰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