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손흥민(31, 토트넘)이 두 가지 기록을 세웠다.
브라질 매체 '글로부'도 손흥민의 진귀한 기록을 집중 조명했다. 매체는 4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이 137초만에 선제골, 자책골을 모두 기록했다"라고 알렸다.
토트넘 홋스퍼는 4일 오전 1시 30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3-3으로 비겼다.
토트넘은 일단 3연패 수렁에서 벗어났다. 이 경기 승점 1점을 챙긴 토트넘은 승점 27점(8승 3무 3패)을 만들며 5위에 자리했다. 3경기 연속 무승부를 거둔 맨시티는 30점(9승 3무 2패)으로 3위로 내려앉았다. 선두 아스날(승점 33)과 격차는 3점으로 벌어졌다.
토트넘은 2004년 이후 처음으로 리그 4연패에 빠질 뻔했던 위기를 벗어났다. 토트넘은 지난 2004년 11월 데이비드 플리트 감독 시절 이후 단 한 번도 리그 4연패를 기록한 적 없다. 이번엔 첼시와 울버햄튼, 아스톤 빌라에 차례로 패한 뒤 맨시티한테도 무릎 꿇을 위기였지만, 데얀 쿨루셉스키의 극적인 동점골로 기사회생했다.
치열하고 팽팽했던 난타전이었다. 양 팀은 모두 합해 슈팅 26개, 총 6골이 터진 정신 없는 경기를 치렀다. 토트넘은 전반 내내 맨시티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 고전했지만, 후반 들어 기세를 올리며 승점 1점을 따냈다. 맨시티의 슈팅이 두 차례나 골대를 때리는 행운도 따랐다.
경기의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전반 6분 손흥민은 선제골을 터뜨렸다. 코너킥 수비 이후 쿨루셉스키가 전방으로 길게 패스했다. 빈 공간으로 쇄도하던 손흥민은 제레미 도쿠와 몸싸움을 이겨냈고 질주를 이어갔다. 박스 오른쪽으로 파고든 그는 날카로운 슈팅으로 에데르송 골키퍼를 뚫어냈다.
손흥민의 리그 9호 골이자 지난 10월 말 크리스탈 팰리스전 결승골 이후 4경기 만의 득점포다. 그는 이번 득점으로 득점 2위 모하메드 살라(10골)를 바짝 추격했다. 동시에 PL 통산 112골을 만들며 사디오 마네, 디온 더블린을 제치고 PL 역사상 최다 득점 단독 24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쁨도 잠시, 곧바로 토트넘의 자책골이 나왔다. 이 자책골의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전반 9분 훌리안 알바레스가 오른쪽에서 감아올린 프리킥이 공을 막아내려던 손흥민의 허벅지에 맞고 굴절되며 토트넘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경기는 1-1, 원점으로 돌아갔다.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은 이정도로는 주눅들지 않았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토트넘 공격을 이끌었다.
그는 좋은 원터치 패스로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했고 역습에서도 수비수들을 자신쪽으로 모으면서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줬다.
공격에만 충실했던 것이 아니다. 손흥민은 종종 토트넘의 박스 근처까지 내려와 빌드업을 돕기도 했다. 전반 27분엔 브리안 힐이 패스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공을 끌자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결국 동점골에도 관여했다. 그는 1-2로 뒤지던 후반 24분 원터치로 정확하게 공을 내준 뒤 전방으로 침투하며 수비를 끌어당겼다. 패스받은 지오바니 로 셀소는 공간을 놓치지 않고 정확한 왼발 감아차기를 시도, 2-2 동점을 만들었다. 로 셀소의 두 경기 연속골이자 손흥민의 리그 2호 도움이었다.
경기는 잭 그릴리시, 쿨루셉스키가 각각 골을 추가하면서 3-3 무승부로 종료됐다.
경기 종료 후 브라질 매체 글로부는 "손흥민은 천국부터 지옥까지 모두 다녀왔다"라며 손흥민의 득점, 자책골 기록을 알렸다. 그러면서 매체는 "물론 프리미어리그에서 천당과 지옥을 한 경기에서 모두 경험한 선수가 손흥민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2019년을 기준으로 프리미어리그 한 경기에서 득점과 자책골을 모두 기록한 선수는 46명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손흥민은 역습 상황 선제골을 기록했지만, 정확히 137초 후 자책골을 넣었다. 이후 그는 로 셀소의 골을 도우며 팀의 동점을 이끌었다"라고 손흥민의 활약을 간단히 정리했다.
매체는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 두 가지 기록을 세웠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득점-자책골 사이의 텀이 가장 짧은(137초, 이전 기록은 조니 에반스 167초)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또 하나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킥오프 직후 10분 만에 득점과 자책골을 기록한 역대 두 번째 선수라는 기록(최초는 1999년, 아스톤 빌라 가레스 베리)이다"라고 조명했다.
한편 영국 '풋볼 런던'은 경기 종료 후 토트넘 선수들의 평점을 공개했는데 손흥민은 두 번째로 높은 8점을 부여 받았다. 매체는 "전반전 토트넘이 기세를 잡기 위한 몇 번의 멋진 패스를 선보였다. 자책골은 불행한 일이었다. 로 셀소를 향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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