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계약 분쟁부터 탈퇴, 7년차 징크스까지 올 한 해도 다나다난했던 K팝계다.
K팝의 위상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여전히 흔들림이 많았던 올 한 해다. 중소의 기적으로 불렸던 그룹 피프티 피프티는 ‘큐피드(Cupid)’를 남기고 소송으로 얼룩졌고, 장수 그룹 엑소의 일부 멤버들도 SM과 갈등을 겪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로운과 라키는 팀을 떠났고, 7년차 징크스로 역사로 사라진 팀도 있었다.
# 3개월 만에 깨진 중소의 기적➝키니, 극적 합의
올 한 해 K팝계의 화두 중 하나는 피프티 피프티 사태였다. 지난 해 11월 데뷔한 이들은 지난 2월 발표한 곡 ‘큐피드’로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국내에서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반응을 얻었다. 미국 빌보드 차트와 영국 오피셜 차트에 진입하며 K팝 그룹 신기록을 써내기 시작했고, ‘중소 기획사의 기적’으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꿈은 고작 3개월 만에 깨지고 말았다. ‘큐피드’가 연일 신기록을 써가며 한창 주목받고 있던 지난 6월 피프티 피프티 멤버였더 새나, 시오, 아란, 키나가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소송을 시작한 것. 어트랙트 측은 외주 용역 업체였던 더기버스의 템퍼링 의혹을 제기하며 맞섰고, 멤버들은 투명하지 않은 정산과 멤버 건강 관리 의무 위반 등을 들며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했다. 팽팽하게 맞서는 입장이 오고갔고 어트랙트는 더기버스의 안성일 대표와 실무자를 고소하는 등 강경하게 맞섰다.
그리고 현재 피프티 피프티는 멤버 키나만이 남게 됐다. 법원은 어트랙트의 편에 서 멤버들이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 사이 키나는 어트랙트로 복귀했고, 전속계약 소송까지 안성일 대표의 가스라이팅 의혹을 폭로했다. 어트랙트는 사과하고 반성한 키나를 받아들였고, 새나와 시오, 아란 세 멤버에 대해서는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결국 중소의 기적이었던 피프티 피프티는 현재 키나만 남았고, 어트랙트 측은 키나를 중심으로 새 팀을 꾸릴 예정이다.
# 엑소 첸백시vsSM, 컴백 앞두고 터진 갈등
지난 6월 팬들을 놀라게 했던 또 다른 사건은 엑소 첸백시(첸, 백현, 시우민)와 SM엔터테인먼트의 갈등이었다. 당시 엑소는 4년여 만에 완전체 컴백을 준비하고 있었고,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던 상황. 엑소 첸백시는 6월 1일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린 이재학 변호사를 통해 정산근거 및 자료 공개 거부와 부당한 장기간 계약을 이유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엑소의 컴백을 앞두고 있던 시기라 더 충격이었다.
이에 대해서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정산자료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난 수년간의 전속계약기간 동안 아티스트는 정산방식에 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왔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장기간의 계약에 대해서도 재계약은 아티스트 자유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가수 MC몽이 첸백시의 소송에 관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기도 했고, MC몽은 직접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다행히 첸백시와 SM엔터테인먼트의 갈등을 잘 마무리 됐다. SM 측은 첸백시 멤버들과 허심탄회하게 모든 이슈를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 후, “그간 오해로 인하여 발생한 이견을 해소하고 상호 원만히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제3의 외부 세력에 대해서도 오해했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엑소 역시 무사히 컴백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백현의 개인 법인 설립 등에 대한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 팀 떠난 SF9 로운, 아스트로 라키, 우주소녀 루다
7년차 징크스가 K팝계를 휩쓸기도 했다. 일단 그룹 아스트로 멤버 라키가 팀을 탈퇴하고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소속사 판타지오 측은 지난 3월 “지난 7년간 아스트로 멤버로 함께 해온 라키와 깊은 대화를 나눈 끝에 당사와의 전속계약과 아스트로 멤버로의 활동을 마무리하게 됐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라키는 홀로서기를 하면서 지난 11월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룹 우조소녀도 새 출발을 알렸다. 멤버 루다와 다원이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마무리지었고, 우주소녀는 8인 재계약으로 팀에 변화를 맞았다. 재계약을 완료한 엑시, 설아, 보나, 수빈, 은서, 여름, 다영, 연정은 각각 다양한 활동을 통해 팬들과 만나고 있다.
SF9 멤버 로운은 팀을 떠나서 연기자로의 새 출발을 알렸다. 그동안 SF9과 연기자 활동을 동시에 해왔던 로운은 지난 9월 공식적으로 팀 탈퇴를 알렸다. 다만 멤버들이 재계약을 완료하고 팀은 8인 체제로 유지됐다.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측은 “로운은 연기를 비롯한 개인 활동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 깨지 못한 7년 징크스
‘7년 징크스’를 정통으로 맞은 팀들도 많다. 일단 2016년 데뷔해 ‘뿜뿜’, ‘BAAM’, ‘Thumbs Up’ 등을 흥행시켰던 그룹 모모랜드가 올해 1월 전속계약을 종료하고 해체 수순을 밟았다. 멤버들은 “정말 긴 고심 끝에 저희 모모랜드 6명은 각자 꿈을 향해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그룹 빅토 또한 지난 4월 멤버 최병찬과 도한세, 정수빈이 전속계약 종료로 IST엔터테인먼트를 떠나면서 사실상 해체 됐다. 군 입대로 인해 전속계약 기간이 일부 변동된 한승우, 강승식, 임세준이 소속사에 남아 개별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 펜타곤 역시 마의 7년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 10월 큐브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이 만료됐으며, 여원, 옌안, 유토, 키노, 우석과 동행을 끝내게 된 것. 이들은 “7년이라는 긴 세월 당사와 함께 달려 준 여원, 옌안, 유토, 키노, 우석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행복이 따르기를 기원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9명의 멤버들 중 사실상 5명이 소속사를 떠나며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는 것으로 풀이됐지만, 멤버들은 해체는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7년 징크스로 ‘따로 또 같이’ 활동을 해가는 팀들도 있는 만큼, 펜타곤의 행보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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