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이라는 가면을 쓴 ‘가요대축제’가 마무리됐다. ‘GATE’를 주제로 펼쳐진 이 공연을 통해 KBS는 ‘가요대축제’를 해외에서 개최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
지난 15일 KBS ‘2023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이 열렸다. 1부는 한국에서 진행됐으며, 2부는 지난 9일 일본에서 개최된 무대들이 녹화 방송으로 전파를 탔다.
‘2023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에는 선미, 화사, 영케이, NCT127, NCT DREAM, 프로미스나인, 원어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크래비티, 에스파, 아이브,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하이키, 싸이커스, 제로베이스원, 라이즈, 판타지 보이즈, 박진영, 골든걸스, 샤이니, 강다니엘, 더보이즈, 스트레이키즈, 에이티즈, ITZY, 이영지, 피원하모니, 스테이씨, 엔하이픈, 니쥬, 케플러, 엔믹스, 르세라핌, 뉴진스, 앤팀, 보이넥스트도어 등이 출연해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다.
KBS는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쓰며 연말 축제를 대체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요대축제’라는 KBS 고유의 가요 축제로 시청자들과 만나왔는데, 올해는 일본에서 ‘가요대축제’를 여는 것으로 알려지자 비판이 쇄도했다. 어떻게든 일본에서의 개최를 강행하기 위해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쓴 것에 대해서도 꼼수라는 지적과 비판이 빗발쳤다.
연말 축제를 굳이 일본에서 개최한다고 알려지면서 국내 시청자들은 물론, 일본인들도 설득하지 못했다. 국내 시청자들은 공영방송 연말 축제를 굳이 일본에서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고, 일본인들은 ‘홍백가합전’을 한국에서 여는 셈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와 관련, KBS는 “2023년은 지난 몇 년간의 팬데믹으로 막혀있던 K-POP 해외 공연이 가능해지면서 우리나라 가수들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글로벌 팬들의 요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KBS는 이에 부응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도 멕시코, 일본 등 '뮤직뱅크 월드투어'를 지속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그러들지 않는 비판 여론에도 KBS는 이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입장은 설득력을 얻기엔 부족했다. 특히 지난 9일 일본 사이타마현 베루나돔에서 열린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의 티켓 가격은 2만 2천엔(한화 약 20만 원)으로, VIP 좌석으로 업그레이드 할 경우 1만 8천 엔을 추가로 내야 했다. VIP 좌석은 한화로 약 36만 원인 셈이었다. 공공성과 공익성을 최우선으로 가치로 여겨야 할 책임이 있는 공영방송이 수익 면에서 욕심을 낸 부분으로 지적을 받으며 비판 여론은 높아졌다.
해외에서의 K팝 공연이 안된다는 게 아니다. 이미 KBS는 다양한 국가에서 ‘뮤직뱅크’의 이름으로 공연을 펼치며 K팝 인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가요대축제’는 그 의미가 다르다. KBS의 해명이 와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진행된 1부를 마친 뒤 전파를 탄 2부에서는 마치 꼼수 개최를 정당화하려는 듯 베루나돔을 가득 채운 현지 팬들이 화면에 많이 포착됐다. 내년에 또 해외에서 ‘뮤직뱅크’ 가면을 쓴 ‘가요대축제’를 개최해 비난 여론이 빗발친다고 해도 선례를 통해 명분을 남겼으니 강행을 한다 해도 막을 순 없는 노릇이다.
KBS는 국내에서만 진행할 경우 ‘가요대축제’ 이름을 사용하고, 해외에서도 개최를 할 경우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 이름을 쓸 것으로 보인다. 일본 개최라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었지만 시청자들은 ‘가요대상’부터 이어진 ‘가요대축제’를 잃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