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유재석의 대상 행렬이 올해도 이어질 수 있을까. 소소한 듯 알찼던 '핑계고 시상식' 이후 유재석의 지상파 연말 시상식 '무관' 가능성이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최근 유튜브 채널 '뜬뜬' 측은 '제 1회 핑계고 시상식'을 진행했다. 만인의 '욱동이'가 된 배우 이동욱이 대상을 수상하며 웃음과 축하를 동시에 받았고, 유재석이 '핑계고'의 진행자로 시상식을 이끌며 절친한 동료들과 연말 잔치 분위기를 달궜다.
그러나 더없이 훈훈했던 '핑계고 시상식' 이후, 대중의 뇌리에 의문점 또한 남고 있다. 단일 유튜브 채널로도 가능했던 알차고 훈훈했던, 무엇보다 이견 없던 분위기가 올해 지상파 연말 시상식에서도 가능할까.
# 대상 없는 유재석이라니
'핑계고 시상식'의 호스트로 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것 못지않게 강한 만족감을 드러낸 유재석이지만 올해 연말 시상식 그의 수상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실제 방송 관계자들 사이 MBC에서는 기안84 혹은 전현무, KBS에서는 전현무와 김숙, SBS에서는 탁재훈이 유력 대상 수상자로 언급되는 가운데 유재석의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없는 형세다. 당장 지상파 3사에서 유재석의 대표 프로그램이 줄었고 올해 부침을 겪었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는 새 멤버 주우재 합류 이후 케미스트리를 찾아가고 있으나 같은 방송사내 경쟁작인 '나 혼자 산다'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등이 워낙 강력했다. 또한 유재석이 선호하는 버라이어티 장르의 약세 또한 한 몫했다.
마찬가지로 SBS에서는 '런닝맨'이 장수 예능의 딜레마에 빠지는가 하면 전소민과 지석진 등 오랜 고정 멤버의 하차로 힘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여기에 지난해 대상 후보였다가 유재석에게 내줬던 탁재훈이 '미운 우리 새끼'와 '신발벗고 돌싱포맨'으로 한층 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KBS에서는 출연작도 없는 상황. 모두의 '국민MC'로 언제나 유력한 대상 후보였던 유재석이 올해 만큼은 '무관'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 '핑계고 시상식'>지상파 시상식?
이 가운데 지상파 시상식의 존재론도 회의감을 자아내는 실정이다. OTT 강세, TV 약세의 흐름이 장기화되며 채널별 고정 시청자가 아닌 콘텐츠 별 팬덤으로 시청 패턴이 굳어지는 가운데 각 채널의 충성도를 강조한 지상파의 연말 시상식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한층 더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개별 채널이 아닌 통합 시상식에 대한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다.
역설적이게도 '핑계고 시상식'이야 말로 유튜브 단일 채널의 소규모 잔치 개념이지만 화제를 모은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채널 단위로 따진다면 '뜬뜬'의 규모가 각 지상파 방송사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뜬뜬'이 아닌 '핑계고'라는 콘텐츠 세계관의 시상식으로 '계원'으로 불리는 코어 팬덤의 충성도를 한층 높인 시상식이었기 때문. 방송사에서 보상하듯 베푸는 트로피가 아닌, '계원'들의 투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 온라인 시청자들의 참여로 만들어가는 시상식을 구성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 TV 말고 유튜브 둥지 튼 '국민 MC'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하는 올해의 예능인 순위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유재석. '국민MC'라는 그의 아성은 여전히 공고하고 비견할 만한 경쟁상대가 없는 것은 부동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그의 핵심 콘텐츠는 TV를 떠나고 있다. 버라이어티와 토크 두 장르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온 데 힘입어 '놀면 뭐하니?'와 '런닝맨',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나 유튜브 콘텐츠 '핑계고'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꾸준히 방송사 연예대상 '대상' 수상자 혹은 후보에 올라온 유재석인 만큼 개인에게나 채널에게나 놓쳐서는 안 될 변화다. '대상'이 없는 '국민MC'에게도, 그를 놓칠 수 밖에 없는 방송 환경에도 어느 쪽에도 불리한 흐름이기 때문. 유재석이라는 키플레이어의 수상 여부가 담길 2023년 연말 시상식이 국내 예능 콘텐츠의 분수령으로 보이는 이유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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