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에 이어 기대하지 못한 '서울의 봄'까지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천만에 등극했다. 한 해 한국 영화 쌍천만 탄생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초다. 분명 경사나 다름없지만, 영화계와 극장 산업은 좀처럼 활짝 웃지 못하고 있다.
"천만 영화가 많이 나오면 무조건 좋은 것 아니냐?"라고 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천만이 없는 것보단 훨씬 좋겠지만, 2023년 한국 영화계를 되돌아봤을 때, 흥행 성적표는 극단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단어로 표현하면 '빈익빈 부익부' 그 자체였다. 톱스타를 캐스팅하고 수백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했지만, 누적 관객 30~50만 명에 그쳐 초라하게 퇴장한 경우가 있었고, 반면 개봉 3일 만에 제작비 전액을 회수하고 천만 고지를 찍은 작품도 존재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2023년 11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영화는 약 650편으로, 4대 배급사(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작품이 약 35편으로 집계됐다. 단순 배급까지 포함된 수치로,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쳤기 때문에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코로나 시국보다 더 처참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요즘 극장가. 실제 지난 1년 흥행 결과는 어땠을까?
우선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100만을 넘은 영화는 '1947 보스톤'(누적 102만), '비공식작전'(105만), '드림'(112만), '달짝지근해: 7510'(138만), '잠'(147만), '교섭'(172만),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191만), '30일'(216만), '콘크리트 유토피아'(384만), '밀수'(514만), '서울의 봄'(1000만·상영중), '범죄도시3'(1068만)까지 총 12편이다.
이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갓 천만을 돌파한 '서울의 봄'을 비롯해 '잠' '30일' '밀수' '범죄도시3' 등 5편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잠' '30일' '밀수' 등은 딱 제작비를 회수해 손해를 보지 않았고, '흥행작'이란 두 글자를 붙일만한 영화는 '범죄도시3'와 '서울의 봄' 두 편뿐이다.
영화계에서는 '300만~500만 영화가 많아져야 좋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허리층이 탄탄해져야 영화 산업도 내실을 다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멀리서 보면 천만 작품이 두 편이나 나왔으니 예전으로 돌아갔다고 착각할 수도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제아무리 톱스타들이 떼를 지어 나와도 100만 조차 넘지 못하고 외면받는 영화가 수두룩했다.
한 가지 희망적인 건, '서울의 봄' 흥행 바통을 신작 '노량: 죽음의 바다'가 이어받았다는 것. 개봉 첫날 오프닝 스코어가 '서울의 봄'보다 높은 21만 명을 동원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순 제작비 286억 원으로 홍보·마케팅 비용이 추가될 예정이며, 손익분기점은 720만 명이다. 손익분기점이 워낙 높은 탓에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최근 극장가에 관객들이 많이 몰리고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는 듯하지만, 이 불씨가 언제 꺼질지 모른다. 관객의 입맛을 맞추지 못하고, 그저 그런 한국 영화라면 OTT와 외화 등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범죄도시3'가 천만을 찍고 금방 봄날이 올 줄 알았지만, 차디찬 겨울이 지속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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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각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