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시청률로 폐지가 확정되고 초대된 잔칫집. 웃을 수 있을까, 씁쓸하진 않을까 걱정이 많았지만 ‘홍김동전’ 멤버들의 모습에서는 주눅들거나 하지 않았다. 함께 축제를 즐기며 잔치 분위기를 만끽한 멤버들. 이 케미스트리를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홀에서 ‘2023 KBS 연예대상’이 개최됐다. 이번 시상식은 신동엽, 조이현, 주우재가 진행을 맡았으며, 영예의 대상은 '1박 2일' 팀이 받았다.
잔잔했던 올해 KBS 예능은 연예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불타올랐다. 이유는 ‘홍김동전’, ‘옥탑방의 문제아들’ 폐지를 알렸기 때문이다. 타이밍이 얄궂었다. 올 한해 농사를 수확하고 웃음을 주느라 고생한 이들이 모여 서로를 응원하고 축하하는 잔치 ‘연예대상’을 앞두고 폐지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2018년 첫 방송 이후 5년 동안, ‘홍김동전’은 2022년 첫 방송 후 지금까지 웃음을 주고자 고군분투했다. 시청률은 낮을지언정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KBS 예능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낮은 시청률로 인해 폐지라는 칼을 피하진 못했다.
잔치를 앞두고 받아든 ‘폐지’라는 소식에 멤버들도, 스태프들도 웃지 못했다. 송준영 CP는 “종영 소식에 홍진경, 김숙 등 출연자들과 프로그램을 오래 이끈 박인석 PD가 많이 속상하고 아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멤버들, 스태프들과 같은 마음인 시청자들은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폐지 철회’를 담은 글을 올리며 항의했고, KBS 앞 트럭 시위 등으로 뜻을 전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폐지 철회’는 없는 상태. 늘 낮은 시청률을 어떻게 끌어 올려볼까 고민하고, 그 시청률을 숨기지 않고 개그 코드로 사용했지만 폐지가 ‘확정’되니 씁쓸하고 속상할 법 했다. 그럼에도 ‘홍김동전’ 멤버들은 모두가 시상식에 참석하며 의리를 지켰다. 주우재는 MC로 나섰고, 김숙은 대상 후보에 올랐기에 이들의 우정이 더욱 빛났다.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옥탑방의 문제아들’ 멤버들과는 대조를 이뤘다.
폐지 확정으로 인해 혹시나 분위기가 쏠리거나 이슈가 집중될 수 있었지만 ‘홍김동전’ 멤버들은 내색하지 않고 잔치를 즐기며 올 한해 함께 웃음을 위해 고생한 예능인들과 축하를 나눴다. 또한 간혹 화면에 잡힌 ‘홍김동전’ 멤버들은 멤버 그 이상의 관계였다. 주우재는 100초 수상소감 룰을 전하며 홍진경에게 “누나는 안해도 되고요”라고 장난을 쳤고, 장우영과 조세호는 티격태격 말장난을 치거나 박수를 치며 친형제 케미를 보였다.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김숙은 ‘홍김동전’ 테이블에 앉으며 의리를 보였다. 또한 축하 무대에서는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흥을 폭발시키며 춤을 추는 등 분위기를 이끌었다.
‘홍김동전’이라는 이름으로 참석하는 마지막 연예대상. 그렇게 소원했던 홍진경·장우영의 베스트 커플상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주우재가 쇼·버라이어티 부문 우수상을 받고 홍진경은 쇼·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기쁨을 안았다. 공동수상으로 불리기 전 수상이 불발된 줄 알고 깡생수를 들이킨 홍진경의 모습이 압권이었다.
주우재는 “운 하나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운 좋게 ‘홍김동전’을 만나서 좋은 상도 받는다. 눈물이 그런 의미가 아니다. 모든 스태프들 너무 고생하셨다. 숙이 누나, 진경 누나, 세호 형, 우영이 우리 모두 잘했다”고 말했다.
홍진경은 “‘홍김동전’ 때문에 이 상을 받았다고 알고 있는데 종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상을 주신 건 그동안 수고했다는 뜻으로 생각이 된다. 아쉬운 마음을 미루고 언젠가 좋은 기회고 다시 만나게 된다면 밝은 웃음을 드리겠다”며 “‘홍김동전’ 하면서 김숙을 더 사랑하게 됐고, 주우재는 차갑고 무심해 보이지만 정말 따뜻하고 깊고 세심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친구다. 우영이라는 좋은 동생이 생겨서 행복했다. KBS는 내게 이 상을 주셨지만 나는 이 상을 세호에게 주고 싶다. 세호가 없었으면 ‘홍김동전’이 없었다. 하루 종일 고생한 팬 여러분 감사하다. 저희 멤버들 여기서 사라지는 게 아닌 각자 위치에서 역할 잘하고 있을테니 언젠가 다시 뭉쳐서 기쁨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청률이 낮다고 ‘루저’가 아니었다. ‘홍김동전’은 예능을 예능 그 자체로 즐기고 웃음을 위해 노력한 ‘위너’였다. 프로그램에서도, 시상식에서도 ‘홍김동전’은 눈부셨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