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시즌1은 군인 겸 과학자 가토(최영준 분)가 만들어낸 기생물 ‘나진’을 마신 명자(지우 분)가 이시카와(김도현 분) 옆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소리 없이 죽어주진 않겠다”던 장태상(박서준 분)은 옹성병원에 남아 시간을 벌며 악의 축인 하네다(이순원 분)와 맞섰다. 엄마(강말금 분)의 존재를 확인한 윤채옥(한소희 분)은 아버지 윤중원(조한철 분)과 함께 병원에 남아있던 생존자들을 구해 탈출에 성공했다.
앞으로 공개될 시즌2에서는 임신한 채 괴물이 될 명자의 변화 과정, 그런 그녀로부터 사람들을 구해야만 하는 채옥과 태상의 활약, 그들의 사랑 결실이 중점적으로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 속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극본 강은경, 연출 정동윤)는 철저하게 개인의 취향을 탄 작품이다.
공개 후 재미없다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으나 뒤늦게 관람한 시청자들이 남긴 댓글 및 온라인커뮤니티 반응을 보면 “재미있게 봤다” “시즌2 기대된다”는 글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 남긴 “보기 힘들다”는 리뷰가 ‘경성크리처’를 결정짓는 절대적 평가 기준이 아닌 것이다.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멜로, SF, 스릴러, 액션, 역사드라마 등 여러 가지의 장르가 한데 합쳐져서 장르의 구별이 잘 되지 않는 판타지 복합 장르다.
극 중 옹성병원은 731 특수부대를 연상케 한다. 731 부대는 2차세계대전 당시 1940년부터 5년 간, 일본이 한국·중국·소련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마루타로 삼고 비인간적인 인체실험을 통해 생물학무기를 개발했다.
가장 공포심을 자아낼 줄 알았던 괴물 세이싱(강말금 분)은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기존의 크리처물처럼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이는 무서운 생명체라기보다, 일제의 탄압과 속박에 지친 인간이 변질된 것이기에 인지적 능력과 불안, 걱정의 감정을 지니고 있는 변질체다. 사람을 헤치고 살해하는 괴물임에도 그 자체로 동정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세이싱의 모양과 움직임 등이 주는 인상이 진저리 날 정도로 참혹한 흉물일 필요가 없는 이유다.
‘경성크리처’를 향한 평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조금 더 여유가 넘친다. 26일 오후 3시(한국 시각) IMDb 집계 결과 10점 만점에 7.2점을 받았고 로튼토마토에선 토마토미터 86%, 평균 청중 스코어 84%를 나타냈다.
플릭스 패트롤에서는 같은 시각 기준 TV쇼 전세계 시청률 톱2에 올랐다.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톱 10 시리즈’ 순위에서 공개 후 1위를 기록 중이다.
국권을 강탈 당한 일제 강점기, 조선에 세워진 일본의 병원에서 괴물 이야기를 펼친 ‘경성크리처’의 야심은 나름대로 신선했다. ‘살아남기’ ‘조선의 독립’이라는 주제 의식을 최대한 살렸으며, 각 인물마다 돋보이는 개성을 심었다.
약 700억대 제작비가 들어간 만큼 당대를 표현한 세트, 캐릭터들이 입은 의상도 탁월하다. 태상이 사는 금옥당과 본정 거리부터 병원, 형무소, 길거리, 차량 등 디테일을 살렸다. 특히 의상은 원단의 컬러감부터 질감, 무게감까지 1940년대 패션을 그대로 재현해 시선을 끈다. 캐릭터의 특징과 서사를 의상에 담아 스토리텔링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중간중간 도처에서 터지는 방해요소 때문에 재미가 상쇄된 부분은 있다.
특히 극의 도입부인 1회에서 돈과 사람이 모이는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 장태상을 가볍고 명랑하게 풀어낸 것은 의아하다. 그가 말하지 않았던 어머니와의 사연이 드러나면서 그의 오만함에는 이유가 있었으나,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태상의 태도와 행동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캐릭터의 코믹함을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1회부터 진입 장벽이 생겼다.
태상이 옹성병원의 의사와 군인들이 조선인을 상대로 저지른 만행을 직접 보며 생각을 바꾸는 변주를 주기 위한 빌드업이 필요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시청자들이 혹평하는 이유는 캐릭터연기에서 비롯된다.
또한 장태상과 윤채옥의 관계에 멜로를 넣으려 한 점도 아쉽다. 태상과 채옥이 급박한 상황상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을 아직까지 표현하지 못 했는데, 차라리 각자의 목적을 위한 전략적 동료로 깔끔하게 선을 긋는 게 나았을 듯하다.
또한 묵직한 여운과 다음 회차에 대한 호기심을 남긴 채 한 회가 끝나고 흘러나오는 OST가 흠이라면 흠이다. 노래 자체로는 스타일리시하나, 긴장과 스릴이 넘치는 극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고 되레 감정을 상쇄시키는 느낌이다. 아마도 시즌1의 마지막 회인 7화까지 보지 못 하고 중도 이탈했다면 이 음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법하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시즌2가 공개되는 2024년 1월 5일이 기대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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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