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부터 웹툰까지, 원작이 있는 드라마들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웹소설 속에서 흔히 사용되던 '회빙환(회귀·빙의·환생)' 소재도 점차 브라운관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 1일 tvN 새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첫 방송됐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하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뒤 살해당한 주인공이 다시 10년 전으로 회귀회 인생을 다시 살아가는 스토리를 그린다.
공개된 첫 방송에는 시한부 암 환자 강지원(박민영 분)의 고단한 삶이 담겼다. 자신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시댁과 남편 박민환(이이경 분), 병원비도 내지 못하는 비참한 처지에 이어 유일한 빛이었던 절친 정수민(송하윤 분)마저 남편 박민환과 내연 관계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 하지만 몸싸움 중 죽음을 맞은 강지원은 10년 전으로 돌아갔고, '인생 2회차'를 맞이한 강지원의 본격적인 복수극이 예고돼 눈길을 끌었다.
이와 같이 한번 실패한 인생을 살았던 주인공이 과거로 회귀하거나, 다른 생으로 환생해 삶을 바꾸는 스토리는 주로 웹소설에서 자주 볼수 있던 소재였다. 하지만 웹소설을 기반으로하는 드라마가 늘어나면서, 안방 극장에서도 이같은 '회빙환' 스토리를 많이 찾아볼수 있게 됐다.
실제 지난 2022년 11월 방송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역시 웹소설을 원작으로,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내용을 다뤘다. 이에 앞서 SBS '어게인 마이 라이프' 또한 비리 조사중 살해당한 열혈 검사가 다시 한번 생의 기회를 얻고 복수를 펼치는 스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밖에도 최근 방송된 MBN '완벽한 결혼의 정석', TVING '이재, 곧 죽습니다' 등이 '회빙환'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같은 '인생 2회차' 장르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데에는 대부분 '사이다' 전개의 영향이 크다. 대개 주인공은 회귀나 빙의, 환생을 통해 현재 시점보다 앞서나간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보다 나은 삶을 새롭게 구축해 가는것이 주요 전개이기 때문.
많은 대중들이 고단한 현실에 '고구마'보다는 '사이다'를 선호하게 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회빙환' 소재는 더할나위 없이 이들이 추구하는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 요소나 다름없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는 말이 우스갯 소리로 사용되는 현실에서 '모든것을 알고' 과거로 돌아가거나, 성인으로서의 인지능력을 가지고 다시 태어나 보다 우월한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각박한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나 대리만족을 주기에 충분하다.
한편 이와 관련해 앞서 '완벽한 결혼의 정석' 제작발표회에서 오상원 감독은 "살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시청자가 대리만족할 수 있는 판타지 같은 드라마"라고 밝힌 바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박원국 감독 또한 "강지원이 좋은 사람들과 만나 좋은 기회와 용기를 얻으면서 시궁창 같은 운명을 행복하고 반짝이는 운명으로 바꾸는 감동 가득한 스토리"라며 "강지원을 괴롭혔던 악인들을 자비 없이 응징하는 통쾌한 맛이 있는 복수극"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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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JTBC, SBS, MBN, TV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