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 연기자로서 처음 존재감을 드러냈던 배우 김태리가 안방극장에서도 눈부신 기록을 쌓아나가고 있다. 명실상부 스크린과 안방 두 분야를 섭렵하며 남다른 커리어를 쌓고 있는 김태리는 특히 드라마에서는 찍은 작품 모두 모두 수상의 기록(무려 대상까지)을 남겼다는 점에서 유일무이한 여배우라고도 할 수 있다.
수 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 캐스팅된 김태리는 신선한 마스크와 신입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단숨에 '괴물 신인'에 등극하며 영화 시상식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 이후 그는 영화 '1987'(감독 장준환)과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에서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흥행의 주역으로 떠올랐고 동시에 연기 스펙트럼의 확장도 이뤄냈다.
그러다가 드라마 분야에서도 도전을 펼쳤는데 2018년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그 작품. 김태리는 사극에 도전하며 무려 20살 나이차이가 나는 배우 이병헌과 로맨스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냈고, 성공을 이끌었다.
TV화제성과 더불어 출연자 부문 1위를 차지하며 관심을 모은 김태리는 '미스터 션샤인'으로 제 6회 아시아태평양 스타 어워즈 여자 신인상을 받았다. 스크린에서 뿐 아니라 글로벌 안방극장에서도 신인으로서 그 풋풋하고 빛나는 존재감을 입증받은 셈.
생애 첫 드라마인 '미스터 션샤인' 이후 4년만에 출연한 드라마 작품은 2022년 청춘로맨스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 작품에서 나희도 역을 맡은 그는 펜싱을 사랑하는 여고생이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은 물론 백이진(남주혁 분)과의 풋풋한 로맨스를 매력적으로 그려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작품은 방영기간 내내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고 김태리는 이 작품으로 제58회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그러면서도 김태리는 이후 인터뷰에서 '김태리표 로코'라는 표현에 "제 표 로코가 생겼나? 아직 안 생겼다(웃음). 개인적으로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분들이 넓은 아량으로 로코라고 봐주신 듯하다. 제가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백이진이 너무 잘해줘서 그렇게 보인 거라 생각한다. 아직 저한테 로코는 부족한 부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극 중 실제 본인과 싱크로율이 높다는 캐릭터 나희도가 계단식 성장을 보여준 것처럼 김태리 역시 안방극장에서 그야말로 큰 폭의 계단식 성장으로 주목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대상 영예의 주인공이 됐다.
김태리는 지난 해 12월 29일 열린 SBS ‘2023 SBS 연기대상’에서는 1인 2역의 '메소드 연기'로 평단과 대중의 찬사가 쏟아졌던 '악귀'를 통해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김태리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악귀'에서, 어려운 환경에도 희망을 안고 사는 공시생 산영과 그녀에게 빙의된 악귀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신들린 듯한 연기를 선보이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김태리는 수상 후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음은 끝까지 함께한 동료들 덕분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소중한 작품이었는데, 좋은 결과까지 만들어준 시청자에게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태리는 이후 인터뷰에서 “신인 때는 내가 그저 있으면, 모든 사람들이 나를 만들어줘서 받았다는 느낌이 강했다"라면서 "이제는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컬래버레이션을 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다같이 사람들과 만든 덕분에 제가 연기대상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솔직한 소회를 전했다.
이처럼 장르를 넘나들며 쉼 없이 활약을 펼치는 김태리의 다음 드라마 행보는 '정년이'다.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소리 하나만큼은 타고난 소녀 정년의 여성 국극단 입성과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다. 그녀는 국극배우가 되기 위해 목포에서 혈혈단신으로 상경한 판소리 천재소녀 윤정년 역으로 변신을 예고해 호기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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