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풍자 아세요? 전 풍자만 보면 XX XX 혐오스러운게, 그 트랜스, 지방이에요”
최근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유명한 손동훈이 무대 위에서 한 ‘말장난’이다. 이어 손동훈은 “그것(지방)만 없으면 정말 예쁘실 것 같은데. 트랜스젠더 짱”이라며 “내가 그 선을 넘을 것 같아요? 안 넘습니다”라며 웃어 보였다.
그는 특정인을 향한 ‘비만 혐오’는 ‘선을 넘지 않은 것’이라는 자부였겠지만, 해당 멘트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향해 퍼지자 ‘이미 한참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와 동시에 한국 코미디의 ‘선’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다수 존재했다.
그도 그럴 듯이, 최근 논란이 되었던 넷플릭스 ‘코미디 로얄’도 혐오로 점철된 개그의 향연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코미디 로얄’은 ‘대한민국 코미디의 진정한 로얄을 가리기 위한 코미디 로얄’이라는 취지와 무색하게 거친 욕설, 원숭이 교미를 따라 한 성희롱 등 ‘자극’으로만 점철된 개그의 향연으로 이경규의 호통은 물론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한국 코미디계가 망각한 개그의 본질은 해학과 풍자며, 남을 깎아내리는 ‘비하 개그’는 손쉽게 다른 이를 웃길 수 있는 ‘얌체’ 개그다. 물론 지금껏 시청자들의 외면과 비난을 받은 후 폐지 수순을 밟은 개그 프로그램 모두 이 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 코미디의 부흥을 위해 ‘절치부심’으로 최근 시즌2를 재개한 ‘개그콘서트2’ 역시 과거의 단점을 극복하지 못한 모양새다. 시청률 부진 등으로 잠정 폐지 후 3년 5개월 만에 컴백하게 된 ‘개그콘서트’는 시그니처 코너인 ‘봉숭아 학당’을 제외하고 큰 틀을 획기적으로 수정했다. 직접 크루 선발에 나서 SBS '웃찾사' 출신부터 인기 유튜버들까지 적극적으로 기용했고, MZ세대와 기성세대를 모두 잡기 위해 ‘숏폼’ 등 신선한 소재를 채택해 코너를 꾸려나갔다.
다만 ‘건강함’과 ‘웃음’의 공존은 쉽지 않았다. 유튜브 콘텐츠는 물론, 최근 넷플릭스 ‘코미디로얄’서 보여준 ‘원숭이 교미’와 같은 원초적인 개그가 일부에서는 호응받듯, 이미 미디어에 익숙해진 20~40대의 세대는 동시에 ‘자극’에도 익숙해져 있는 상태다. 그러니 과도한 분장이나 몸동작을 통한 일차원적 웃음은 먹히지 않았다. 더불어 그나마 호응을 받는 ‘니퉁의 인간극장’은 베트남 출신 며느리를 등장시키며 그의 어눌한 발음을 희화화하는 ‘제노포빅’ 코드를 이용하고 있고, 이 외에도 외모 비하 개그가 프로그램의 주 성서를 잇는다.
수많은 아쉬움과 비판점 속, 아이러니하게도 ‘개그콘서트2’는 건강한 한국 코미디의 남아있는 희망으로 보인다. 개그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공영방송이 직접 말아주는, 전 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건강한 개그의 토대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물론 꼭 ‘개그콘서트’를 통해서가 아니어도 좋다. ‘해학’과 ‘풍자’의 기능을 앞장서서 보여줄 ‘진짜’ K-코미디가 간절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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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탠드업 코미디쇼 'Stand-Up Assemble'/ KBS /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