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라는 대체 불가능한 이름값과 특급 손님들이 찾아오며 ‘오픈빨’을 제대로 받았다. 역대급 성과를 만들어내며 신장개업을 알린 ‘이효리의 레드카펫’. 오픈빨에 멈추지 않고 소문난 맛집이 되려면 숙제는 무엇일까.
지난 10일 웨이브가 발표한 시청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1월 첫째주 ‘더 시즌즈’의 시청 시간과 시청자 수가 전 시즌이 종영한 2023년 12월 넷째 주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특히 새 시즌의 첫 공개 다음날인 지난 6일에는 일일 시청시간이 ‘더 시즌즈’ 오픈 사상 최고치를 달성, 지난 시즌들의 평균 일일 시청시간 대비 약 14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지난 5일 첫 방송된 KBS2 심야 음악프로그램 ‘더 시즌즈’의 네 번째 시즌 ‘이효리의 레드카펫’은 시청률 1.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첫 방송 한정으로 이전 시즌까지 합쳐도 ‘더 시즌즈’ 첫방송 최고 시청률이며, ‘악뮤의 오날오밤’(최고 시청률 1.9%, 3회·4회)과 최고 시청률도 동률이다.
‘이효리’라는 흥행 보증 수표가 주는 이름값과 초특급 손님들로 인해 문전성시를 이루며 역대급 오픈빨을 받은 ‘더 시즌즈’다. 하지만 첫 방송의 성과에 취해 앞으로도 인기가 이어지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어느 순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을지 모른다. 앞선 시즌 역시 여러 이유로 화제가 됐던 MC들이지만 0%대 시청률 굴욕을 겪었던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는 KBS 심야 음악프로그램이 MC 1명의 이름값으로 좌지우지 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효리가 대체불가 흥행 보증 수표라고는 하지만 그의 이름값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부분이기도 하다. 때문에 ‘더 시즌즈’로서는 30여년 동안 이어온 심야 음악프로그램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오픈빨로 이뤄낸 성과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KBS가 30여년 동안 심야 음악프로그램을 선보인 이유는 음악 시장의 저변을 넒히기 위해서다. 실제로 ‘더 시즌즈’ 뿐만 아니라 앞선 심야 음악프로그램에는 아티스트가 ‘홍보’의 목적보다는 자신의 ‘이야기’,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많이 찾아왔다. 음악 방송 등에서 보기 어려웠던 아티스트들이 출연했던 이유이기도 하며, 무대를 보여주고 싶어도 설 무대를 찾기 어려웠던 인디, 신인들에게도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보여줄 수 있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더 시즌즈’는 시청자들이 궁금하고, 보고 싶어하는 아티스트, 가능성 있는 아티스트, 다양한 음악 장르 등을 소개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이효리’는 ‘쇼’의 주인공이 아닌 가요계 선배이자 동료, 후배를 만나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화를 나누며 그들이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는 진행자가 되어야 한다.
물론 데뷔 26년 만에 한 프로그램의 단독 MC로 나서는 만큼 초반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효리 본인이 “음악적 소통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연예계 선후배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던 점을 잊지 않는다면, ‘더 시즌즈’는 물론 이효리 본인도 MC로서 성장을 이뤄내며 윈윈할 수 있다. 역대급 성과로 기분 좋게 출발한 ‘이효리의 레드카펫’인 만큼 이효리의 MC 성장에도, 아티스트들의 소통 창구로도, KBS 심야 음악프로그램 부활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
한편, ‘이효리의 레드카펫 2회에는 라이즈, 윤하, 김필, 실리카겔 등이 출연하며, 오는 2월부터는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20분에서 매주 금요일 밤 10시로 편성이 조정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