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다가 유명을 달리한 고(故) 이선균을 위해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 나섰고, 예능인 박명수도 이선균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는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가 진행됐다. 이날 성명서 발표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 가수 윤종신, 장항준 감독, 배우 김의성, 최덕문, 제작자 장원석 대표, 이원태 감독, 여러 관련 단체장들이 참석했다.
지난달 12월 27일, 이선균은 19시간에 걸친 경찰의 3차 공개 소환조사를 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향년 48세.
29개 문화예술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고 이선균 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언론의 자정 노력과 함께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요구, 문화예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재개정 등을 요구했다.
배우 최덕문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장원석 대표가 경과를 보고했으며, 봉준호 감독, 배우 김의성, 가수 윤종신, 이원태 감독 등이 성명서를 낭독했다. 해당 성명서는 배우 송강호를 포함해 2000여 명의 문화인이 함께 협력해 뜻을 모았다고.
봉준호 감독은 "수사당국에 요구한다"며 "고인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2개월여에 걸친 기간 동안 경찰의 수사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공보책임자가 아닌 수사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 등으로부터 수사사건 등의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우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하여 그 결과를 공개하기를 요청한다"며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 음성판정이 난 지난 11월 24일 KBS 단독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면밀히 밝혀져야 할 것이며, 3번째 소환조사에서 고인이 19시간의 밤샘 수사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 후인 12월 26일에 보도된 내용 역시 그러하다"고 밝혔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언론관계자의 취재 협조는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3차례에 걸친 소환절차 모두 고인이 출석 정보를 공개로 한 점, 당일 고인의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이 과연 적법한 범위 내의 행위인지 명확하게 밝힐 것을 요청한다"며 "수사당국은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는 한 문장으로 이 모든 책임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만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고 제2, 제3의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윤종신은 "언론 및 미디어에 묻는다"며 "고인에 대한 내사 단계의 수사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부각해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은 아닌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고인을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경찰 측에 무리하게 요청한 사실은 없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특히 혐의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및 미디어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기 바란다"며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의 인기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를 흘리거나 충분한 취재나 확인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언론들, 이른바 '사이버 렉카'의 병폐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는가? 정녕 자정의 방법은 없는 것인가?"라며 분개했다.
같은 날 방송된 KBS 라디오 '박명수의 라디오쇼'(이하 '라디오쇼')의 '검색N차트'에서는 범죄자의 신상공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전민기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피의자의 신상 정보는 비공개로 결정됐다. 안타까운 고 이선균을 협박해 구속된 A씨는 유튜버가 본인의 신상을 폭로했다고 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러면서 공개 기준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얘기를 하고 있고 최근에 경찰이 이재명 대표 사건 관련해서 논의 끝에 공공의 이익과 범죄 중대성 부분이 공개효과에 미치지 못한다"라는 의견을 발표했다.
반면 미국은 한국과 달리 피의자의 직업과 실명 등 신상에 대한 공개를 상세히 보도한다며, "미국 언론의 판단은 공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우리나라는 신상 공개에 대해서 까다롭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박명수는 "예방차원에서는 공개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법이라는 게 있고 유튜버들 사이에 공개하는 분들이 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보통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도로 공개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법에 걸릴 수 있다. 신상을 공개하면 명예훼손 등"이라고 했다.
전민기가 잔혹범죄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는 것에 찬성하자, 박명수 역시 "개인적으로는 공개가 됐으면 좋겠다. 전문가들이 잘 판단할 것이다. 해결책을 찾는 분들이 있으니까 시대에 맞게 맞춰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민기는 "국민이 납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준이 모호하면 우리가 손을 봐야 한다"고 거들었고, 박명수는 "맞다.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처벌을 내리는 게 제일 정답"이라고 답했다.
이때 한 청취자는 "가해자보다 피해자 신상이 알려지는 경우가 더 많아 안타깝다"고 했고, 박명수는 "법적인 처벌이나 결과가 안 나왔는데 신상이 공개되는 건 부작용이 크다"고 공감했다.
또한 박명수는 "연예인은 그렇고 일반인도 법적으로 옳고 그름이 밝혀지지 않은데 미리 공개가 되면 그건 마녀사냥이 될 수 있어서 그 점을 유의해야 한다. 아무튼 전문가 쪽에서 모두가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게끔 정리만 해주면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고 이선균의 사례도 입건이 되지 않은 사건이 내사 단계에서 '톱배우 L씨 마약 혐의'라는 보도가 나와 큰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김의성은 "지난 10월 19일 한 일간지의 '배우 L씨의 마약과 관련한 정보를 토대로 내사 중이다'라는 인천시경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최초 보도 이후 10월 23일 그가 정식 입건된 때로부터 2개월여의 기간 동안, 그는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 간이 시약 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을 위한 시약 채취부터 음성 판정까지의 전과정이, 3차례에 걸친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는 모습이 모두 언론을 통해 생중계됐으며, 사건 관련성과 증거능력 유무조차 판단이 어려운 녹음파일이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결국 그는 19시간의 수사가 진행된 3번째 소환조사에서 거짓말 탐지기로 진술의 진위를 가려달라는 요청을 남기고 스스로 삶의 마침표를 찍는 참혹한 선택을 하게 됐다"며 "이에 지난 2개월여 동안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하여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힌다"며 성명서 발표에 나선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연대회의는 "더 이상 참담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문화예술계 전반이 함께 도울 수 있는 연대회의를 구체화 시켜 만들 것"이라며 "피의사실 공표와 내용 유출 등 부당한 피해를 막기 위한 입법 노력을 위해 이번 성명서를 국회의장님께 전달할 예정이다. 불법적 수사 관행과 황색 저널리즘으로 향하는 언론의 자정 작용을 위해 경찰청과 KBS에도 성명서 제출 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이선균 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협력 단체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여러 대응을 적극적으로 함께 해 나갈 계획이다. 저희들의 의지가 세상에 널리 알려져 더 이상 참담한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측이 경찰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한 상황에서 경찰 측이 새로운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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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규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