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선균 남긴 파장, 윤종신 'KBS 저격'...연예계 성토하는 이유 [Oh!쎈 초점]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4.01.13 16: 54

연예인의 사적 정보는 어디까지인가. 또 공익을 위해 공표될 수 있는 피의사실은 존재하는가.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이선균의 생전 보도들을 둘러싸고 대중문화예술계의 논의가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는 표현의 정도를 떠나 가능 여부 자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가 진행됐다. 고인과 영화 '기생충'에서 호흡을 맞춘 영화감독 봉준호를 비롯해 고인의 이웃이기도 했던 가수 윤종신 등 영화계와 가요계를 망라하고 대중문화예술업에 종사하는 여러 유명인사들이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윤종신은 특히 "혐의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고인의 생전 가장 큰 비판을 야기했던 사생활 관련 보도를 둘러싸고 '사적 정보 보도'의 정당성을 꼬집은 것이었다. 

KBS는 기자회견과 성명을 통해 제기된 비판에 대해 오마이뉴스를 통해 항변했다. "지난해 11월 24일 이선균 씨 마약 투약 혐의 보도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다각적인 취재와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관련 내용은 최대한 절제된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또한 KBS는 "보도에 사용된 녹취는 혐의 사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관련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었기에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됐다"라고 강조했다. '혐의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이라는 기자회견에서의 문제 제기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 故 이선균 어떻게 내몰렸나
자칫 일부 언론과 대중문화예술인들의 대립각으로만 비칠 수 있는 이번 논쟁의 핵심은 결국 부족했던 증거, 그에 비해 너무 일찍, 또 떠들썩하게 알려진 혐의점에 있다. 연예인 마약 스캔들로 알려진 바와 다르게 고인을 괴롭게 만든 수사의 시작은 협박범들에 대한 고소였다. 지난해 10월 고인이 서울 유흥업소 실장 A씨와 신원 불상의 사람에게 협박받아 현금 3억 5천만원을 갈취당했다며 고소했던 것.
이후 수사 과정에서 신원 불상의 협박범이 A씨와 과거 절친했으나 금전 문제로 갈등한 20대 여성 B씨로 특정됐다. 더불어 B씨가 A씨의 마약 혐의를 제보하고, A씨가 이선균을 비롯한 가수 지드래곤 등 유명인사들의 마약 혐의를 주장하며 수사가 이선균 나아가 연예인 마약 스캔들로 비화됐다. 
문제는 내사 단계부터 이선균의 이름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던 점이다.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급격하게 치솟으며 불필요한 정보들까지 넘쳐났고 수사와 보도 열기가 과열됐다.
무엇보다 수사 단계부터 이선균을 향한 거센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정식 재판은 커녕 수사도 진행 중인 상황이었지만 '여론 재판'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정작 3차까지 이어진 소환조사에서 이선균의 마약 검사는 계속해서 '음성'이었고, 이를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다.
# 증거주의, 피의사실공표죄 잊은 공권력
A씨의 주장과 정황만 있던 상황. KBS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보도는 피의자인 이선균 측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트릴 정보로 이용될 수 있었다. 수사 당국 입장에서는 부족한 증거를 대신해 정황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유효한 정보였겠으나, 정식 재판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할 수 있는 정보였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법정증거주의에 입각한다. 수사 당국의 확신이 곧 법관의 확신으로 이어진다 하더라고, 증거가 없다면 혐의점에 대한 사실은 인정될 수 없다. 무형의 심증은 결코 유형의 물증이 될 수 없다. 또 정식 재판 전에 혐의 내용이 자세하게 알려지는 것 또한 피의사실공표죄로 해당한다.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서 이선균은 상당한 압박에 내몰렸다. 기자회견장에 선 대중문화예술인들이 가장 고인의 최후를 비통하게 여기는 대목이다. 
기자회견장에서 이원태 감독은 "설령 수사당국의 수사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기자회견에서는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혹은 국회의 성찰 등도 요구됐으나 이에 대한 대중의 합의는 다소 요원한 실정이다. 여론 재판에 동조했던 반감이 '공소권 없음'으로 채 해결되지 않았고, 반대로 그로 인해 산 사람을 섣불리 보냈다는 죄책감이 계속해서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단의 해결되지 않은 평가가 공존하는 한, 미해결로 끝난 사건 안에서 앙금도 갈무리 될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정밀하게 재단할 수 없는 사건과 보호를 잊은 시스템의 부재 극과 극으로 치닫는 공분만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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