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이 애정하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26년 동안 이어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도 폐지설에 휩싸이며 ‘옥탑방의 문제아들’, ‘홍김동전’과 같은 운명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이하 ‘세상에 이런 일이) 폐지설이 제기됐다. 16일 방송계에 따르면 ‘세상에 이런 일이’ PD는 최근 방송사 측으로부터 폐지 통보를 받았다. 이후 OSEN 확인 결과, 출연진들도 해당 소식을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기하고 놀랍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6mm 디지털카메라로 밀도 있게 취재, 독특한 구성과 내레이션으로 전달하는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는 1998년 5월 첫 방송을 시작, 무려 26년 동안 SBS 시사교양국을 지키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이자 SBS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선풍기 아줌마, 맨발의 기봉이 등 화제의 인물들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사회로 전했고,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특히 MC를 맡은 임성훈, 박소현은 20여년 간 자리를 지키며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시청률은 2~3%대에 불과했지만 시청률 이상의 가치를 지닌 프로그램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폐지 통보에 시사교양본부 PD들은 강력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PD들은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은 본부 전체의 인재 양성 과정, 인력과 자원 배분의 문제를 뒤흔드는 중요한 일이다. 구성원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설득의 과정 없이 결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PD 뿐만 아니라 일부 출연진들에게도 폐지와 관련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출연진 측 관계자는 OSEN에 “내부적으로 폐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다”고 밝혔고, 한 출연자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곧 폐지가 된다, 폐지가 확정됐다 등의 연락을 받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26년 장수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가 폐지설에 휘말리면서, 어떤 프로그램이라도 영원할 수 없음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특히 최근 들어 시청자들이 사랑한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폐지가 호가정되거나 폐지설에 휩싸여 안타까움을 더한다.
최근에는 KBS가 ‘옥탑방의 문제아들’, ‘홍김동전’의 폐지를 결정했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약 7년 만에, ‘홍김동전’은 약 2년 만에 문을 닫게 된다. 두 프로그램은 각각 오는 17일, 18일 마지막회를 방송한다.
폐지 반대 청원, 트럭 시위가 일어날 정도로 시청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그럼에도 KBS는 폐지 방침을 고수했다. KBS는 “폐지 결정은 단순히 시청률뿐만이 아닌 수신료 분리징수 등으로 어려워진 공사의 재정 상황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설명하며 두 프로그램의 폐지가 시청률 저조, 경쟁력 약화, 수익구조 변화 등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경제 구조와 논리상 경쟁에서 뒤처지고, 수익을 내지 못하면 가게는 문을 닫는 게 맞다. 하지만 오랜 시간 시청자들 곁에서 정보, 웃음, 감동을 줬던 ‘맛집’이었던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추운 계절이 지금이 아닐까.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