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실패한 인생을 다시 멋지게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연 인생 2회차 기회를 거절할 사람들이 있을까? 현실에선 불가능 하지만, 드라마는 충분히 가능하다. 이러한 시청자들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장르가 바로 회귀물이다.
2년 전 송중기의 '재벌집 막내아들'이 회귀물 장르의 정점을 찍고 인기가 식을 줄 알았더니, 최근 박민영의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시청률 두 자릿수 돌파를 앞두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송중기부터 박민영까지 꺼지지 않는 회귀물 인기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은 2022년 연말에 방송된 작품으로,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다. 송중기와 이성민이 투톱 주연으로 나섰고, 신현빈, 박지현, 김남희, 김신록, 김도현, 김영재, 조한철 등이 열연했다.
송중기가 윤현우-진도준 두 명의 캐릭터를 모두 소화하면서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줬고, 이성민은 진양철 회장으로 분해 인생 캐릭터를 남겼다. "밥알이 몇 개고? 몇 개냐 말이다"라는 희대의 유행어까지 탄생하면서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 결과 시청률 26.9%(닐슨코리아 전국)로 '스카이 캐슬'을 꺾고 역대 JTBC 시청률 2위에 등극했으며, 모든 화제성을 싹쓸이했다.
박민영의 복귀작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최근 시들시들했던 tvN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웠다. '재벌집'처럼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며,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날, 살해당한 주인공이 10년 전으로 돌아가 시궁창 같은 운명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본격 운명 개척 드라마다.
스토리 중심에는 서러운 시집 살이에, 시한부 암 판정을 받고, 남편의 불륜까지 목격한 불쌍한 여자 강지원(박민영 분)이 있다. 여기에 방송 초반부터 '나쁜 놈' 애칭을 얻은 빌런 남편 박민환(이이경 분)과 내연녀 정수민(송하윤 분)의 대환장 컬래버 등이 더해져 파격적인 막장 전개가 펼쳐지고 있다. '막장의 끝'이라 불리는 아침드라마 뺨치는 수준이다. 자극적인 맛이 통한 것인지, 7회에서 최고 시청률 9.4%(닐슨코리아 전국)를 기록하며 10%를 앞두고 있다.
또한 OTT 티빙에서 공개된 서인국·박소담의 '이재, 곧 죽습니다'도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이재가 12번의 죽음과 삶을 경험하게 되는 인생 환승 드라마다. 성훈의 MBN 드라마 '완벽한 결혼의 정석'은 회귀물 장르에 로맨스 복수극을 더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 쏟아지는 회귀물, 용두사미를 경계하라
최근 안방극장과 OTT 등에서 회귀물 장르가 넘쳐나는 가운데, 시청률과 별개로 용두사미 결말이 되면 시청자들의 혹평과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용두사미는 말 그대로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 처음과 달리 끝이 부진하다는 의미다.
회귀물은 대부분 동명의 인기 웹툰과 웹소설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데, 원작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거나, 실망스러운 결말을 내놓으면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재벌집 막내아들' 역시 시청률은 30%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성공했지만, 작품성에서는 평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린 바 있다. 그 이유는 결말을 담은 마지막 회 때문이다. 당시 1회에서 순양그룹에게 배신당한 뒤 총을 맞은 윤현우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이후 드라마 내내 시청자가 응원하고 큰 애정을 준 진도준을 죽인 사람이 윤현우였고, 꿈에서 깬 윤현우가 현실로 넘어와 순양그룹을 향해 못 다한 복수를 한다는 엔딩이 시청자들을 분노케했다. '이게 전부 윤현우의 꿈이었나?'라는 혼란을 일으키며 불만이 터져나온 것.
반면 '이재, 곧 죽습니다'는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면서 호평을 받았고, '완벽한 결혼의 정석'도 종편 채널임에도 3%에 가까운 시청률로 인기를 증명했다.
최근 '내 남편과 결혼해줘' 후반부에는 원작에 없던 캐릭터 U&K그룹 회장의 손자 유지혁(나인우 분)의 약혼녀로 가수 보아의 등장을 예고했다. 빌런 캐릭터로 알려진 보아의 출연이 '내남결'에 어떤 영향을 줄지, 시청자들이 만족하는 결말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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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각 드라마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