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돈 주는 것은 레알 소시에다드"-"나라를 위해 뛰는데 힘들다는 것 핑계".
일본은 3일(이하 한국 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 1-2로 역전패하며 탈락했다. 이로써 4강 진출의 주인공은 이란이 됐다.
강력한 우승후보끼리 맞대결이었다. 일본과 이란은 한국까지 포함해 '아시아 3대장'으로 뽑히는 강팀이다. 실제로 일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 이란은 21위로 아시아 국가 중 1, 2위를 다투고 있다. 한국이 23위로 3위에 올라 있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는 경기 전 일본의 승리 확률을 57%, 이란의 승리 확률을 43%로 점쳤다. 이란 '미잔 뉴스' 소속 자디디 아부탈렙 기자는 "이란과 일본, 한국 세 팀 중에서 우승국이 나올 것이다. 이번 경기는 미리 보는 결승전에 가깝다"라며 치열한 승부를 예상했다.
다만 최근 팀 상황에선 일본이 유리했다. 이란은 시리아와 16강 경기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치른 데다가 '에이스' 메흐디 타레미가 퇴장 징계로 출전할 수 없기 때문. 이란으로선 체력적 열세와 핵심 공격수의 부재를 이겨내야 했다.
일본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28분 우에다가 전방에서 버텨준 뒤 달려드는 모리타에게 공을 건넸다. 모리타는 그대로 수비와 경합을 이겨내며 중앙 지역을 돌파했다.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은 그는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모리타의 이번 대회 1호 골이었다.
후반서 이란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10분 아즈문이 수비 뒤로 침투 패스를 찔러 넣었다. 모헤비가 쇄도하며 이타쿠라를 따돌린 뒤 논스톱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경기 종료 직전 이란이 극장골을 터트렸다. 후반 추가시간 4분 이타쿠라가 박스 안에서 헤더 실수를 저질렀고, 어설픈 태클로 반칙을 범했다. 키커로 나선 고도스가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결국 승부는 이란의 2-1 대역전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이란은 개최국 카타르와 우즈베키스탄 중 승자와 4강전을 치른다.
일본내에서는 중계를 독점한 OTT 때문에 관심도 높지 않은 가운데 선수들의 발언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닛칸 스포츠는 "일본, 열정이 부족했다"며 "구보 다케후사와 도미야스 다케히로의 발언이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보도했다.
구보는 이번 대회에 임하기 전 "리그 중에 아시안컵이 열리는 게 나로서는 아쉽다. 결국 나에게 돈을 주는 팀은 소시에다드다"라며 "반면에 이런 토너먼트는 소집되면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가야 한다"라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도미야스는 "아시안컵이 유로와 같은 6월에 열렸으면 좋겠다. 왜 1월에 대회를 치러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아시안컵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도 그렇다. 선수에게 좋지 않다"라며 시즌 중 대륙별 컵대회에 참가하는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닛칸 스포츠는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세계적인 수준을 가진 동료들과 격렬한 경쟁이 소속팀에서 기다리고 있다"라며 "한 달 이상 클럽을 떠나 있을 경우 그 사이에 자신의 자리가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선수들 입장에선 소속팀 주전 경쟁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에 아시안컵 참가가 불만스러울 수 있지만 매체는 일본 선수들이 아시안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판단했다.
닛칸 스포츠는 "일본을 꺾은 이라크와 이란은 경기가 끝나자 마치 우승한 것처럼 기뻐했다. 대회에 대한 열정에서 완전히 뒤쳐졌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 선수들의 반응은 완전히 다르다. 손흥민은 대회 시작 후 1분도 쉬지 않은 가운데 "나라를 위해서 뛰는 몸인데 힘들다는 건 가장 큰 핑계인 거 같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