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가드는 지난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K리그1 FC서울행을 눈앞에 둔 린가드는 역대 프로축구 ‘최고 이름값’을 자랑하는 외인이 될 것이란 전망으로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다.
린가드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명가’ 맨유에서만 232경기를 뛰며 35골을 넣었다. 그는 지난 2000년 맨유 유스팀에 입단했다. 조금씩 성장한 그는 2011년 맨유와 프로 계약을 맺었다. 이후 레스터 시티, 버밍엄 시티,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등으로 임대 생활을 경험했다.
린가드가 맨유에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2015-2016시즌. 당시 맨유를 이끌던 루이 반 할 감독은 유스 출신인 린가드를 자주 기용했다. 해당 시즌 그는 공식전 40경기(선발 32경기)에 출전, 6골 4도움을 올렸다.
2016-2017시즌 린가드는 새 사령탑 조세 무리뉴 감독 지휘 아래서도 핵심으로 활약했다.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과 성실한 전방 압박-수비가담 능력으로 주전 입지를 유지했다.
그는 당시 포지션 경쟁자였던 후안 마타, 헨릭 미키타리안에 비해 기술적인 능력이 부족했지만, 자신만의 강점으로 해당 시즌에도 공식전 42경기에 출전해 5골 3도움을 기록했다.
린가드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19-2020시즌이다. 당시 맨유 사령탑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린가드를 다른 감독과 마찬가지로 종종 기용했다. 그러나 2020년 1월 플레이메이커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영입했고 포지션 경쟁자 린가드의 출전 시간은 점차 줄어갔다.
결국 그는 2020-2021시즌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데이빗 모예스 감독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임대를 떠났다.
최고의 선택처럼 보였다. 6개월간의 짧은 임대였지만, 린가드는 웨스트햄 유니폼을 입고 리그 16경기에 나서 9골과 5도움을 기록했다. 사실상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웨스트햄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행을 지휘했다.
자신감을 찾은 린가드는 임대 종료 후 맨유로 복귀했으나 이번에도 솔샤르 감독은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택했다. 결국 그는 2022년 7월 자라고 성장한 맨유를 떠나 노팅엄 포레스트로 이적했다.
린가드의 하향 곡선은 이어졌다. 팀 내 최고 급여 수령자로 이름 올렸지만, 경기장 안에서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결국 그는 2023년 6월 노팅엄에서 방출해 자유계약(FA) 신분이 됐다.
린가드는 지난해 8월 중 미국 MLS의 인터 마이애미에서 훈련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엔 웨스트햄 이적설이 다시 나오기도 했다. 이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 프로 리그의 알 에티파크에서 훈련한다는 발표와 함께 이적도 성사되는 듯했으나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단 린가드는 다른 여러 팀들을 거절하고 서울행을 확정했다. 실제로 그의 한국행은 여러 가지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인기팀’ 맨유 소속이었을 뿐만 아니라 린가드는 특유의 세리머니로도 한국 축구 팬들에게 익숙하다. 골을 넣고 피리 부는 특유의 유쾌한 동작으로 인해서 축구 팬들이라면 한 번쯤 그의 세리머니를 봤을 확률이 높다.
세계적인 무대만을 누볐던 린가드이기에 뜻밖의 한국행 이야기가 나왔을 때 대부분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5일 린가드가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짐을 부치기 위해 대기하고 사진을 올리면서 그때부터 한국이 떠들썩했고, 이날 공항도 린가드를 보기 위해 모인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비행기가 연착돼 예정보다 1시간가량 늦게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린가드는 장시간 비행으로 인해 피곤했을 법했지만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사인도 해주면서 환대에 화답했다. 실제로 어떤 한국팬이 그에게 K피리 단소를 건네자 웃음과 함께 받아가기도 했다.
린가드는 6일 FC서울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 7일 계약서에 서명하고, 8일 입단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5일 OSEN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린가드 이적 관계자를 만났다. 린가드와 이번 이적에 관해 묻자 해당 관계자는 "오래 준비한 이적이다"라며 "(린가드는) 생각보다 순수한 선수다"라며 린가드가 '악동' 이미지는 아닌, 단순히 순수한 '개구쟁이' 선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목적이 아닌 오직 축구를 위해 내린 선택"이라며 린가드가 축구 하나만 보고 FC 서울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린가드의 축구 스타일을 볼 때 김기동 감독이 좋아하는 유형의 선수인 것은 맞다. 왕성한 활동량과 수비 가담이 장점인 린가드는 활발한 압박을 선호하는 김기동 감독에게 딱 맞는 선수일 수 있다. 또한 공격 2선 모든 지역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 역시 큰 장점이다.
린가드의 입단은 K리그 선수들에게도 큰 화제였다. K리그 미디어 2차 캠프에 참가한 포항 스틸러스, 광주 FC와 만남에서도 그의 이름이 계속 나왔다. 서울과 개막전에서 격돌하는 포항의 홍윤성은 "솔직히 린가드가 온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아마 개인 사업이나 다른 일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라고 입을 열었다.
홍윤성은 "솔직히 함께 붙어보면 재밌을 것 같다. 세계적인 선수다. K리그에서 만날 생각에 설렌다"라면서 "맞대응으로 나도 서울 상대로 골을 넣으면 피리를 불겠다. 린가드에 대해 서울 선수랑 자주 이야기했다. 그 친구들은 린가드와 SNS 팔로우할 생각에 설레하더라"고 미소를 보였다.
K-무리뉴 이정효 광주 감독도 린가드 영입에 대해서 기대했다. 그는 "솔직히 리그 흥행에 큰 도움이 될 선수다. 개인적으로 서울과 맞대결 홈경기장을 바꿔야 하나 싶을 정도다. 아마 경기장에 찾아올 팬들이 많을 것이다. 기대가 된다"라면서 K리그 흥행에 대해 기대했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