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들의 활동반경이 나라를 넘어섰다. 미국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에서 회고전을 열어주고, 할리우드 배우와 제작자들이 나서서 섭외를 부탁한다. 반도에 담기엔 너무나도 커버린 배우들의 활약이 이목을 끌고 있다.
# "국격을 높였다" 윤여정, 아카데미 회고전의 위엄
윤여정은 최근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그는 '윤식당', '윤스테이' 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함께 했던 나영석 PD, 이우정 작가와 함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오는 5월 미국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에서 회고전이 열린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에 앞서 지난달에는 배우 송강호가 미국 LA아카데미 뮤지엄에서 회고전을 가졌다. '복수는 나의 것', '살인의 추억',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반칙왕', '브로커', '사도', '공동경비구역 JSA', '박쥐', '변호인', '택시운전사', '괴물', '밀정' 등 그의 대표작 14편이 소개돼 전세계 영화 팬들을 만났다.
여기에 윤여정까지 회고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 개별 작품들로 인정받는 듯 했던 한국 배우들의 커리어가 작품을 뛰어넘어 배우 자체에 대한 인정과 존경으로도 확산된 모양새다. 이에 이우정 작가는 윤여정을 가리키며 "선생님 국격을 높여주셨다"라며 감탄해 마지 않았던 상황. 대다수 대중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 박해수, 대니얼 대 킴이 직접 섭외한 넷플릭스 아들
한국 배우들 개개인에 대한 인정은 나아가 이들과 할리우드 제작진 사이 현실적인 커뮤니티로도 발전하고 있다. 배우 김태희와 박해수가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마존프라임 시리즈 '버터플라이'가 단적인 예다.
'버터플라이'는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스파이 스릴러 시리즈로, 베일에 싸인 전직 미 정보요원인 데이비드 정(대니얼 대 킴 분)이 어떤 선택에 의해 삶이 산산조각나 과거에 얽매인 그를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은 현직요원 레베카(레이나 하디스티 분)와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다. 한국계 미국 배우인 대니얼 대 킴이 제작 및 주연을 맡았다.
여기에 김태희와 박해수가 각각 비중 있는 캐릭터로 특별출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박해수의 경우 대니얼 대 킴이 직접 섭외를 요청했다. 박해수는 세계적인 신드롬 인기를 누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을 통해 글로벌 팬들에게 익히 얼굴을 알린 터. 이후 또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 '종이의 집' 한국 버전을 통해서도 호평받은 박해수에게 대니얼 대 킴이 먼저 관심을 보였고 꾸준히 인연을 이어오다 '버터플라이' 출연이 성사된 것이다.
# '억' 소리 나는 톱배우 몸값 이유
애플TV 시리즈 '파친코', 영화 '미나리'를 통해 호평받은 윤여정이나 '오징어 게임'부터 '종이의 집'까지 활약한 박해수 등은 이미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상당한 인지도와 연기력 극찬을 받은 배우들이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자연스레 한국 배우들의 몸값도 치솟은 가운데 윤여정 박해수와 같이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배우들의 등장은 톱배우들의 몸값을 수긍하게 만들기도 한다.
배우 김고은은 최근 유튜브 콘텐츠 '요정식탁'에 게스트로 출연해 가수 정재형에게 "제가 농담으로 '배우가 돈값해야지'라고 하는 게 진심"이라고 강조하기도 한 바. 수억원은 물론 회당 개런티 10억 원까지 거론되는 일부 톱배우들의 '억'소리나는 몸값은 결국 그들의 출연작이 그 이상의 수익을 내준다는 방증이다.
초저출산으로 더 이상의 인구 증가는 물론 시청자수, 관객수, OTT 이용자수부터 절대적인 급감이 예상되는 한국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개런티가 극과 극 평가 속에 상향 평준화 되고 있는 이유다.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 배우들의 활약상, "국격을 높였다"는 화려한 찬사가 아닌 글로벌 팬들에게서 수익을 얻어내는 실력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값이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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