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X형사' 안보현은 김남길·남궁민·이제훈의 계보를 이어갈 SBS 금토극 주연으로 기대를 받으며, 방송국도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그럼에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2회에서 최고 시청률 6.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찍더니 그 이후로 정체된 6%대를 유지하며 새로운 시청층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보던 사람들만 보는' 드라마가 아닌가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얼마 전만 해도 SBS는 지상파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케이블 tvN과 종편 JTBC에 밀려서 외면 받을 때도, SBS만큼은 꾸준히 흥행작을 만들었다. 그 결과 오후 10시로 편성된 SBS 금토드라마는 한때 최고의 프리미엄 시간대로 불리며 수많은 히트작을 내놨다.
앞서 언급한 '열혈사제' 김남길, '스토브리그' '천원짜리 변호사' 남궁민, '모범택시' 시리즈 이제훈 등이 모두 금토극 라인에서 초대박을 터뜨렸다. 이 외에도 '펜트하우스' 시즌1은 최고 28.8%,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도 27.6% 등으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종영한 시즌제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가 드라마 중간 손호준(봉도진 역)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불만이 폭주했다. 임팩트는 강했으나 개연성에서 힘을 잃었고, 결국 10%를 넘기지 못했다.
후속작 막장의 대모 김순옥 작가의 '7인의 탈출' 역시 자극적인 설정만 난무한 가운데 혹평이 쏟아졌다. 이어 판타지 로맨스 '마이데몬'은 송강-김유정이라는 최고의 청춘 스타를 주연으로 캐스팅됐지만, 최저 시청률 2.9%까지 추락하면서 눈을 의심케 했다. 물론 넷플릭스 비영어 TV 부문 순위와 해외 팬들에겐 사랑을 받았지만, 냉정하게 국내 안방극장에선 통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안보현을 내세워 새해 첫 선보인 '재벌X형사'는 'SBS표 사이다 히어로물' 장르로, '열혈사제' '천원짜리 변호사' '모범택시' 등과 비슷한 결이다. 철부지 재벌3세가 강력팀 형사가 되어 보여주는 '돈에는 돈, 빽에는 빽' FLEX 수사기를 다룬다.
안보현은 극 중 한수 그룹 막내아들이자 재벌 3세 진이수를 맡았다. 금수저로 태어나 놀고 먹는데 진심이었다가,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경찰이 되고, 범인 잡는 경찰에 진심이 되어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뛰어넘을만한 차별점과 새로움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그동안 무수히 봐왔던 나쁜 놈들을 처단하는 히어로물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긴다. 재벌 3세와 경찰서라는 배경만 조금 달라졌을 뿐, 여러 사건이 발생하고, 주인공이 해결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중이다. 최근 '이강인 열애설' 주인공 이나은의 출연이 가장 화제되기도 했다.
1월 제작발표회에서 김재홍 감독은 SBS 사이다 계보를 잇는 안보현의 히어로 능력치 질문에 "내가 본 배우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김남길, 남궁민, 이제훈과 비교해도 상상 그 이상"이라고 답했다. 당시 기대감을 한껏 높인 것에 비하면 안보현의 매력이나 활약이 아직까진 눈에 띌 정도로 돋보이진 않는다.
SBS가 부진를 겪는 사이, MBC는 승승장구하며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연인' '밤에 피는 꽃' 등이 연속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이하늬 주연의 '밤에 피는 꽃'은 지난 17일 18.4%로 종영해 MBC 금토극 역대 1위를 경신했다.
인기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이 종영하면서 '재벌X형사' 시청률이 9%대로 일시적으로 올랐지만, 과연 이 수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3월 MBC 신작 김남주·차은우의 '원더풀 월드'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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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각 드라마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