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축구를 구할 소방수는 누가 될까.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개최됐다. 지난 21일 미디어 브리핑을 했던 1차 회의와 달리 2차 회의부터는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의결과 곧바로 정식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1차 회의결과를 뒤집고 3개월 간 축구대표팀을 이끌 임시 감독을 선임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태국과 월드컵 2차 예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 정식감독을 선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모자라다는 이유였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열린 축구회관 현관에 K리그 팬들이 근조화환을 보냈다.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홍명보, 김기동, 김학범 등 현직 K리그 감독들이 유력한 대표팀 감독후보로 고려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에 의한 후폭풍 영향으로 정해성 위원장이 “국내 지도자를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파장을 키웠다. 현직 감독이 선임될 경우 당장 다음주 개막을 앞둔 K리그가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론이 팽배하다. 구단과 팬들 모두 원치 않는 선임이다.
OSEN 취재결과 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거론되는 후보 중 현직 K리그 감독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력강화위원회에서도 현직 K리그 감독을 당장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기에 여론이 좋지 않고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력한 후보는 박항서 감독이다. 박 감독은 현재 베트남 박닌FC(3부) 고문 신분이지만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하는데 걸림돌이 없다. 과거 박 감독은 수차례 “한국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후배 지도자들의 앞길을 막지 않겠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임시 감독직은 기간이 제한적이고 홍명보 등 후배들의 곤란함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위기에 빠진 한국축구를 위해 축구계의 큰 어른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월드컵 예선 상대 태국의 전력을 가장 잘 아는 인물도 박항서 감독이다. 박 감독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베트남축구대표팀을 이끌었다. 태국에 늘 열세였던 베트남은 박 감독의 지도 후 승패를 뒤집고 동남아최강자로 우뚝 섰다. 박항서 감독의 존재만으로 태국이 한국을 두려워한다.
무엇보다 ‘손흥민-이강인 내분사태’를 겪은 한국축구에 큰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항서 감독이 나선다면 김남일, 차두리, 안정환 등 ‘2002년 한일월드컵’ 제자들이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지원사격을 할 수 있다. 무너진 대표팀의 규율과 문화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후보군들의 의중을 파악한 뒤 다음 주 열리는 3차 회의서 임시직 감독선임을 발표할 전망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