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를 대표하는 티켓을 넘보지 마라.”
한마디로, ‘티켓 전쟁’이다. 내일(5일), ‘범현대가 양웅’인 전북 현대와 울산 HD가 K리그 대표권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대회전에 들어간다. 배수진을 펼치고 맞설 전장은 2023-2024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전이다.
단순히 ACL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자웅을 겨루는 각축전이 아니다. 두 차례(5일 전주 월드컵경기장,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벌어질 열전은 더 원대한 야망을 불사를 수 있는 천하로 나갈 ‘자격권’을 쟁취할 맞겨룸이다. 승자는 K리그의 기수로서 내로라하는 세계 명문 클럽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티켓을 손안에 움켜쥔다.
평천하의 사자후가 토해질 전장은 문디알 데 클루베스 FIFA(국제축구연맹) 1925다. 기존의 FIFA 클럽 월드컵이 확대·개편된 무대로서, 진정한 세계 클럽 지존을 가릴 첫 마당이다.
“새로운 형태로 출범하는 문디알 데 클루베스 FIFA 2025는 각 대륙 연맹 산하 클럽이 빛날 수 있는 이정표가 될 무대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이 같은 말에서 엿볼 수 있듯, 이 대회는 세계 클럽 축구의 신지평을 열 무대로 기대된다. 각 대륙 연맹 우승 팀만이 출전해 세계 최강을 다투던 FIFA 클럽 월드컵의 문호를 대폭 넓힌 점의 배경이다. 출전 팀이 7개에서 물경 32개로 크게 늘어났다.
아울러, FIFA는 대회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개최 주기도 1년에서 4년으로 크게 늘렸다. 이에 따라 개최 주기는 FIFA 월드컵과 똑같아졌다.
새로 선보이는 문디알 데 클루베스 FIFA 1925의 아시아 출전권 걸린 대회전
내년 6월 15일부터 7월 13일까지 미국에서 펼쳐질 첫 대회에 출전할 티켓은 AFC 4장을 비롯해, UEFA(유럽축구연맹) 12장, CONMEBOL(남미축구연맹) 6장, CONCACAF(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4장, CAF(아프리카축구연맹) 4장, OFC(오세아니아축구연맹) 1장으로 배정됐다. 그리고 첫 대회를 개최하는 미국이 속한 CONCACAF에 마지막 1장이 돌아갔다.
최근 4년간 각 대륙 연맹 클럽 선수권대회 우승 팀을 비롯해 4년 통산 성적에 바탕을 둔 상위 순위 팀이 출전권을 얻는다. 이에 따라 AFC에선, 이미 2개 팀이 출전권을 차지했다. 2021시즌 패권을 안은 알힐랄 SFC(사우디아라비아)와 2022시즌 정상에 오른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일본)가 각각 한 장씩을 선점했다. ACL이 2022시즌을 끝으로 춘추제에서 추춘제로 바뀜에 따라,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남은 한 장의 티켓은 2023-2024시즌에서 우승한 클럽에 돌아간다.
4년간 통산 성적 상위 순위 팀이 가져갈 마지막 한 장은 세 팀의 쟁탈전으로 압축된 모양새다. 대한민국 K리그의 전북과 울산,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의 알나스르다. 세 팀 모두 2023-2024시즌 ACL 녹아웃 스테이지에 남아 있는 만큼, 물론 우승 클럽 자격으로 본무대에 오를 수도 있다. 비록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이 기간 통산 성적에 따라 티켓을 차지할 가능성을 크게 남기고 있다.
이 맥락에서, 전북이 세 팀 가운데 가장 출전권 확보에 다가섰다고 할 수 있다. FIFA가 문디알 데 클루베스 FIFA를 위해 산정하고 있는 대륙 연맹별 순위에서, 전북은 AFC 2위(79점)다. 1위는 이미 출전권을 확보한 알힐랄이어서, 전북은 뒤를 쫓는 후순위 주자를 더욱 신경 써야 한다(표 참조).
이번 시즌 ACL 8강전에서 건곤일척의 열전을 벌일 전북과 울산의 2연전이 눈길을 사로잡는 까닭이다. 바로 뒤인 3위에 울산(71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격차는 불과 8점일 만치 근소하다.
전북은 울산을 꺾으면 본무대 티켓을 쟁취한다. 5위인 알나스르(58점)에 크게 앞서고 있어, 울산을 제치고 4강에 오르면 출전권을 확정한다. 이 경우, 알나스르는 우승을 빼고선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사라진다. 울산은 전북을 물리치면 티켓 획득 가능성을 부풀릴 수 있다. 4강에 이어 결승 마당까지 나가면, 역전의 꿈을 이룰 여지가 크다. 전북과 울산 모두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시안 챔피언 클럽 대회(1967~1972년)→ 아시아 클럽 선수권대회(1985년~2001-2002시즌)를 거쳐 2002-2003시즌 새출발한 ACL에서, 전북과 현대는 모두 두 차례(경기 수 3) 맞붙었다. 그리고 사이좋게(?) 한 번씩 승패를 나눠 가졌다. 2006시즌 준결승전에선, 전북이 합계 6-4(2-3, 4-1)로 울산을 물리쳤다. 전북은 그 기세를 몰아 ACL 첫 우승의 기염을 토했다. 두 번째 전장인 2021시즌 8강전(단판)에선,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울산이 전북을 3-2로 따돌리고 4강에 올랐다.
이번 시즌 8강전은 두 팀이 ACL에서 자웅을 겨루는 세 번째 전장이다. ACL 우위는 물론, 문디알 데 클루베스 FIFA 2025 진출권의 향배가 가려질 전쟁터다. 긴장감으로 충만할 수밖에 없는 두 팀이 벌일 혈전에, K리그 팬들의 시선이 온통 쏠리고 있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사진] 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