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야구의 계절이 왔다. 시범경기부터 구름 관중이 몰려들면서 2024년 프로야구 흥행이 초대박 조짐이다.
지난 9~10일 전국 5개 구장(이천·사직·창원·수원·대전)에서 개막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에는 10경기 총 7만3862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평균 7386명. 잠실구장 공사 관계로 퓨처스 구장에서 열린 이천 베어스파크 경기(450명 정원)를 제외한 나머지 8개 구장으로만 따지면 평균 관중이 9120명에 달한다.
지난해 3월 18~19일 첫 주말 시범경기에선 전국 5개 구장(사직·대구·창원·광주·대전) 10경기 총 5만3577명, 평균 5358명이 입장했다. 올해는 이천 제외 평균 관중으로 3762명이 늘었다. 관중 증가율 70.2%. 이른 봄부터 예사롭지 않은 야구 열풍이 불고 있다.
‘돌아온 괴물 투수’ 류현진 효과를 누리고 있는 한화 이글스가 흥행의 중심에 있다. 주말 시범경기는 유료 입장이지만 연이틀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1만2000석 전 좌석이 가득 들어찼다. 한화의 시범경기 만원 관중은 ‘야신’ 김성근 감독 부임 첫 해로 폭발적인 이슈 몰이를 했던 2015년 3월 8~9일(당시 1만3000명) 이후 9년 만이다.
프로 19년차에 시범경기 매진을 처음 봤다는 한화 포수 이재원은 “만원 관중이 가득 찬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포스트시즌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합류로 한화에 대한 기대치가 크게 올라가면서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홈경기 시즌권 판매량도 전년 대비 250% 증가했다.
12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에 첫 등판 예정인 류현진은 주말에 등판하지 않고 덕아웃을 지켰지만 전광판에 그의 모습이 비쳐질 때마다 관중들이 크게 환호했다. 류현진도 연이틀 퇴근길에 1시간가량 팬들에게 정성껏 사인을 하고 사진을 찍어줬다. 사인을 받기 위한 팬들의 대기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 중앙 출입구가 아닌 후문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었지만 류현진은 자신을 보러온 팬들과 만남을 자청했고, 최고의 팬서비스로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한화뿐만이 아니다. ‘명장’ 김태형 감독이 새로 부임하며 기대감이 높아진 롯데 자이언츠도 주말에 각각 9483명, 1만843명의 관중이 부산 사직구장에 들어와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롯데는 2경기 모두 SSG에 승리하며 부산 팬들의 기대감을 한층 더 높였다.
지난해 KBO리그는 2018년(807만3742명) 이후 5년 만에 800만 관중(810만326명)을 돌파,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다. 야구계 안팎에서 사건사고로 악재가 끊이지 않았지만 지역 연고를 베이스로 견고한 KBO리그 팬층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야구장 응원 문화를 즐기며 놀이공간으로 삼는 젊은 세대들까지 유입되고 있는 가운데 ‘류현진 효과’가 더해지면서 흥행 대폭발 조짐이다. 전국구 인기를 자랑하는 KIA, 롯데, 한화, 삼성 라이온즈가 지난해 모두 5강 진출에 실패했는데 이 팀들의 성적까지 상승하면 2017년(840만688명)을 넘어 역대 최다 관중 경신도 기대할 만하다.
KBO도 올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면서 흥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ABS(자동볼판정시스템)를 전격 도입하며 공정한 경기 진행에 나섰다. 시범경기 개막 2연전부터 ABS는 큰 오류 없이 정확한 볼 판정으로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현장에서 여러 의견이 분분한 피치 클락도 전반기 시범 운영 계획으로 스피드업까지 노린다. 시범경기 특수성을 감안해도 개막 2연전 10경기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41분에 불과했다. 불필요한 볼 판정 논란 없이 경기 속도가 빨라지면서 야구의 질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만큼 선수들의 책임감도 커졌다. 더 좋은 경기력으로, 진심 어린 팬서비스로 답해야 한다. 삼성 포수 강민호는 “주위에서 야구가 위기라고 하는데 시범경기부터 많은 팬분들이 찾아주신 것에 감사하다. 우리 선수들이 팬서비스부터 해서 팬분들께 더 많이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