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아카데미는 로컬 시상식이 맞는걸까.
아카데미 시상식 논평에서 국내에서 들끓고 있는 아시안 패싱 논란에 대한 언급은 없어 눈길을 끈다.
10일(현지시각)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내 시청자 수 약 1950만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해의 1, 880만명보다 4% 넘게 증가한 것이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고의 기록이다. 역대 가장 많은 시청자 수는 1998년 영화 '타이타닉'이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을 때로, 당시 평균 5,520만 명을 기록했다. 사상 최저치는 2021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후 첫 번째 아카데미 시상식(적어도 미국에서는)으로 당시 총 시청자 수는 1,050만 명에 불과했던 바다.
이처럼 시청률 면에서는 어느 정도 선방한 이번 시상식의 이슈는 적어도 온라인과 국내에서는 아시안 패싱, 즉 인종차별 논란이다.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엠마 스톤이 무대 위에서 각각 남우조연상,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받으며 아시아 출신 배우들을 무시했다는 의혹이다.
미국 내 시선은 어떨까. 현지 주요 영화 매체 중 한 곳인 인디와이어는 11일(현지시간)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논평을 다룬 가운데 이 같이 국내에서 뜨거운 감자인 아시안 패싱 논란 언급은 없었다. 이 대목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은 봉준호 감독이 지적했듯, 로컬 시상식이 아닌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인디와이어는 논평에서 트로피 측면에서는 영화 '오펜하이머'와 '가여운 것들'의 것이었지만 화제성 측면에서는 '바비'의 라이언 고슬링이 최고였다고 평했다. 고슬링을 이 날 라이브 공연 'I'm Just Ken' 무대를 선보여 분위기를 달궜다.
인디와이어의 ITV 평론가인 Ben Travers는 또한 존 시나가 나체로 시상자로 등장한 것 등을 이번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더불어 MC 지미 키멜의 이번 4번째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에 특별함은 없었다며 'B-' 성적을 부여했다.
이 같은 총평에서 국내 여론와 온라인을 달구고 있는 인종차별 이슈는 거론되지 않았고 이는 여타 현지 매체들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두고 '로컬 시상식'라고 부른 것은 미국·백인 위주의 보수적인 성향을 뜻한 것이기도 한데 적어도 해당 논란에 대한 온도차는 극명해보인다.
다만 미국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큰 상을 받을 때 전부 같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라며 과도한 분석이나 추측을 지양해야 한다고 전했고, 양자경은 자신의 SNS을 통해 직접 논란이 된 시상 장면에 대해 자신의 의도가 담겨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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