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도 인사' 이강인, 공항 사과까지 생각했다...KFA "예전부터 사과 원해, 100% 자발적"[오!쎈 서울]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3.21 06: 53

이강인(23, 파리 생제르맹)이 공개 사과는 타의가 아닌 자의였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준비된 일이었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을 펼친다.
대표팀은 경기를 하루 앞둔 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했다. 이강인을 포함해 23인 완전체로 소화하는 첫 번째 훈련이다. 이강인은 전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느라 19일 진행된 비공개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한국-태국 경기 공식훈련이 진행됐다. 훈련 앞서 이강인이 취재진 앞에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2024.03.20 / soul1014@osen.co.kr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한국-태국 경기 공식훈련이 진행됐다. 훈련 앞서 이강인이 취재진 앞에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2024.03.20 / soul1014@osen.co.kr

이강인은 훈련을 앞두고 무리에서 따로 빠져나와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도중 주장 손흥민과 충돌한 사건에 대해 사과하며 심경을 밝혔다. 
미소와 함께 나타난 이강인은 "이렇게 많이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먼저 이렇게 기회를 주신 황선홍 감독님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축구대표팀 손흥민, 이강인. 2024.02.07 / jpnews.osen.co.kr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한국-태국 경기 공식훈련이 진행됐다. 훈련 앞서 이강인이 인터뷰를 하고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3.20 / soul1014@osen.co.kr
문제의 2023 아시안컵 이야기도 꺼냈다. 이강인은 요르단과 준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손흥민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 실제로 그는 요르단전부터 오른손 중지와 검지에 테이프를 두르고 나왔고, 아직까지 회복 중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강인은 국민들을 향해 직접 사과 인사를 남겼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그는 "아시안컵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사랑과 많은 관심 그리고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그런데 그만큼 보답해드리지 못하고 실망시켜드려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고개 숙였다.
끝으로 이강인은 "이번 기회로 너무 많이 배우는 기간이다. 모든 분들의 쓴소리가 제게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되고 많은 반성을 하고 있는 기간인 것 같다"라며 "앞으로는 좋은 축구 선수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람, 팀에 더 도움이 되고 모범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 그런 사람, 그런 선수가 될 테니 앞으로도 대한민국 축구에 많은 관심과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사과를 마친 이강인은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또한 그간 갖고 있었던 마음의 짐을 덜어낸 듯 한 차례 웃은 뒤 코치와 함께 회복 훈련에 돌입했다. 그는 이제 막 팀에 합류한 만큼 따로 빠져나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우려와 달리 밝은 표정이었다.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한국-태국 경기 공식훈련이 진행됐다. 뒤늦게 팀합류한 이강인이 동료들과 달리 훈련 대신 생각에 잠겨 있다. 2024.03.20 / soul1014@osen.co.kr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이강인(23, PSG)이 태국과의 A매치를 앞두고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이강인이 귀국하며 팬들과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4.03.19 / dreamer@osen.co.kr
이강인이 직접 공개 사과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KFA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사과를 강권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이강인을 방패막이로 삼았다는 것.
KFA 관계자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이번 사과가 자의인지 묻는 말에 "협회 측에서 권유한 건 절대 아니다. (이강인이) 황선홍 감독과 전화하면서 소집 이전부터 사과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자발적 사과"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사실 이강인은 공항에 나와서 바로 하려고 했다. 하지만 협회 측에서 만류했다. (공항은) 통제가 잘 안 되고, 여러 매체와 일반인들도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해서 말렸다. 그래도 가능한 빨리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첫 훈련으로 시간을 잡았다"라며 "협회 측에서 권유한 적은 없다. 런던으로 날아가 손흥민에게 사과한 것도 자발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강인으로서도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KFA 관계자는 "이강인이 긴장을 많이 했다. 어제 공항에서도 그냥 지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인사를 했다. 일부러 더 웃으며 자신감 있게 인사하려고 손도 흔들고 한 걸로 안다"라며 "오늘도 워밍업하러 가는 걸 붙잡아서 훈련 전에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사실 준비해 온 글을 읽을 줄 알았는데 준비한 내용을 직접 외워서 이야기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한국-태국 경기 공식훈련이 진행됐다. 하루 늦게 합류한 이강인이 동료들의 패싱 게임 대신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2024.03.20 / soul1014@osen.co.kr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한국-태국 경기 공식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주장 손흥민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3.20 / soul1014@osen.co.kr
이강인은 손흥민뿐만 아니라 대표팀 선수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도 용서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일 오후 대표팀에 합류한 뒤 선수들과 미팅 자리에서 고개를 숙였다. 손흥민은 "어제도 선수들과 다같이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또 강인이가 모든 선수들 앞에서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고, 뭘 잘못했는지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라고 밝혔다.
KFA 관계자 역시 "이강인이 어제 선수들과 미팅도 하고 먼저 가서 인사도 했다. 아직 조금은 어색하긴 하다. 원래 하루이틀 대표팀에 오면 어색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사건도 있었으니 더 어색했을 것이다. 서로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동료들도 이강인의 진심 어린 사과에 화답했다. 손흥민은 "선수들도 잘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강인 선수가 분명 사과하는 용기 있는 자세를 보여줬기 때문에 잘 받아줬나 싶지 않다. 우리가 더 똘똘 뭉칠 수 있는 확실한 계기가 생긴 것 같다"라며 "먼저 사과하는 것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용기를 보여줘서 한 팀원으로서 뿌듯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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