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다. '잉꼬'에서 '쇼윈도'로.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연예계의 사이좋은 부부가 알고보니 남보다 못할 위기의 관계임이 드러나 충격과 안타까움을 안기는 요즘이다.
배우 이범수와 통역사 겸 방송인 이윤진의 이혼이 연일 화제다. 두 사람의 첫 이혼 조정 기일은 지난 18일 진행됐다. 하지만 이범수 측은 불참했다. 이후 이윤진은 SNS에 이광수 장편소설 ‘흙’의 ‘다른 모든 것보다도 죄를 짓고도,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고도, 붉힐 줄 모르는 그 뻔뻔한 상판대기는 다 무엇이오?“라며 ’불참석‘, ’회피‘, ’갑의 말투‘라는 단어로 이범수를 저격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4일이 지나 이혼과 관련한 현재 상황들을 전하며 다시 한 번 이범수에 날을 세웠다. 이윤진은 23일 본인 SNS에 “합의 별거 회피, 협의 이혼 무시, 이혼 조정 ‘불성립’ 거의 10개월은 되어 간다. 피가 마르고 진이 빠지는데, 이제 이혼 재판으로 넘어가면 2년은 족히 걸린다고”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어 “(딸)소을이는 중학교 진학을 해외로 선택했다는 이유로 작년 말부터 서울집 출입금지를 당했다. 감히 세대주에게 이혼조정을 신청한 나는 세대주의 승인과 감시 없이는 집에 들어가 속옷가지들조차 찾아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이윤진은 이범수가 힘들 때 심적, 경제적으로 물심양면 도왔다며 "부부가 어려울 때 돕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그가 힘들어할 때 결혼 반지와 예물을 처분했고, 가장의 자존심으로 말 못할 사정이 있어 보일 땐, 내가 더 열심히 뛰어 일했다. 연예인 걱정하는 거 아니라고 하는데, 사실 칠순이 눈 앞인 친정 부모님 통장을 털어 재정 위기를 넘겼다"라고 이야기 했다.
이외에도 그는 시어머니의 폭언과 이범수의 사생활을 언급, "친정부모님은 시어머니께 ‘딸X 잘 키워 보내라’ 라는 모욕적인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셨다. 나만 들어도 되는 이X 저X 소리를 우리 부모님도 듣게 되셨다. 친정부모님께 상처를 드렸다. 죄송하고 면목없다”라고 전해 충격을 안겼다. 이범수에 대해서는 "기괴한 모습의 이중생활, 은밀한 취미생활, 자물쇠까지 채우면서 그토록 소중히 보관하고 있던 것들, 양말 속 숨겨 사용하던 휴대폰들까지 이건 진심을 다한 가족에 대한 기만이고 배신이다. 더 알고 싶지도 않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속내는 마지막에 그대로 담겼다. 이윤진은 "15년의 결혼생활과 내 가족사를 휘발성 가십으로 날려 버리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알려진 사람의 부인으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아이들의 엄마로 내 한계치를 시험하며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이 글은 바위 덩어리처럼 꿈적도 하지 않는 그에게 외치는 함성이다"라고 말했다. 글에서 보면 오랜시간 축적된 부정적 감정을 알 수 있다. 이윤진은 이에 대해 "누굴 탓하겠는가. 모두 다 말리는 결혼을 우겨서 내가 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보란듯이 열심히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면서 "분명 지난 14년의 결혼생활은 SNS 속 정제된 나의 광고사진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치열한 일상이었으나 의미있는 시간이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SNS 속 모습과는 다소 달랐던 이윤진의 진심. 그는 한 누리꾼의 물음에 직접 답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근데 진짜 궁금하다. 발리 이민 가셨을 때 이사한다고 이범수님이 가셔서 책상, 침대 사러 다니시고 발리에서 애틋하게 시간 보내신 건 얼마 안 되지 않았나. 쇼윈도였던 건가. 진짜 저는 (이혼 보도가) 루머인 줄 알았다"라고 물었다. 이에 이윤진은 "그땐 (이혼) 협의해 준다고 몇 달째 시간 끌던 시절이다. 바보 같이 또 믿고 새로운 터전과 아이들 학교 투어해 드리며 다시 한번 기대했다. 조용히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하니까"라며 지난해 11월 전부터 이범수와의 불화가 시작됐음을 시사했던 바다.
실재로 앞서 이윤진은 지난해 11월 인스타그램에 이범수, 아이들과 함께 발리로 이민해 수영장이 딸린 대저택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같은 달에는 이범수가 발리의 한 매장에서 가족을 위해 음식, 가구, 옷 등을 구입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했던 바다.이윤진의 SNS에서 가정적인 아빠이자 남편이었던 이범수는 다시 이윤진에 의해 끔찍한 인물로 바뀌었다.
최동석과 박지윤은 이혼 전까지 모범적이고 사이좋은 KBS 아나운서 부부로 유명했다. 이들은 2004년 KBS 아나운서 30기로 동반 입사했고, 이후 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해 사내 연애를 거쳐 2009년 11월 결혼에 골인했다. 슬하에 1녀 1남을 두고 가정을 꾸렸으며, 소문난 '잉꼬부부'로 관심을 받았다. 박지윤은 2008년, 최동석은 2021년 각각 KBS를 퇴사하고 프리랜서를 선언하면서 활동 영역을 넓혔다. 함께 제주도로 이사를 가고 교통 사고, SNS 논란 등의 위기를 겪으며 더욱 단단해지는 듯 했다.
박지윤은 최동석과 한 예능 프로그램애 출연하며 "우리남편 복귀작?"이란 멘트와 사진을 올려 내조를 펼치기도 했고 방송을 통해 무릎을 꿇고 두 번째 프러포즈를 하는 로맨틱한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 부부가 14년 만에 이혼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잉꼬부부의 이혼은 충격이었지만 또 둘 사이의 내밀한 관계는 제 3자가 함부로 판단할 수 없으니 잠잠하게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예상치 못한 폭로가 터졌다.
최동석은 얼마 전 SNS에 전날 업로드된 박지윤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캡처해 첨부했고, 그가 아픈 아들을 두고 홀로 서울로 올라와 파티를 즐겼으며, 아이들과 함께 있는 척 영상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알고보니 박지윤이 참석한 '파티'는 자선단체 행사였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최동석은 "파티 아니고 행사 아니냐는 지적들이 있어서 수정했다"라며 최초 폭로글에 "파티" 부분을 "행사"로 수정했다. 특히 그는 "미리 잡혀있던 행사였다"는 박지윤 측의 설명을 담은 기사를 캡처해 올리며 "네 변명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들 생일은 1년 전에 이미 잡혀있었잖아요?"라며 또 한번 공개 저격,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이보다 앞서 예능프로그램에서 하염없이 낭만적인 비주얼 부부였던 배우 구혜선과 안재현도 이혼 소식을 전한 후 민망할 정도의 SNS 폭로전을 펼치기도 했다.
대중이 더 착잡해하는 이유는 이들이 '저 부부처럼 살자'란 마음이 들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영향력을 지녔던 전 부부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SNS에서 혹은 방송에서 공개된 이들의 모습이 전부 거짓이라고 할 수 없다. 부부의 관계는 항상 양극단으로 좋고 나쁘기만은 하지 않은 것이기에 잘 지낼 때의 모습만을 선택적으로 선보일 수 있고 이는 죄가 아니다. 하지만 다시금 '보여지는' 삶과 실상의 간극을 느끼게하는 사례들임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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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