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만든 자신의 노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것은 모든 가수들의 꿈이자 목표일 것이다. 하지만 한 해 동안 수 많은 곡들이 쏟아지는 치열한 음악 시장에서 한 노래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는 것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다.
또한 시대가 변화하면서 국내 가요의 장르도 다변화되고 리스너들 역시 더 이상 유행가를 쫓아 듣기 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면서 어떤 노래가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예측하기는 더더욱 힘들어졌다.
하지만 이런 경향이 짙어짐에 따라 오히려 생각지도 못하게 빛을 보는 노래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대부분 신곡이 발매된 직후 차트 순위권에 들지 못하면 그냥 바로 잊혀진 곡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제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며 발매된지 몇 년이 지난 곡들이 우연한 계기로 뒤늦게 조명을 받으며 단숨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바야흐로 역주행의 시대가 온 것이다.
가요계에서 역주행이라는 단어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EXID의 ‘위아래 역주행부터다. EXID는 지난 2014년 8월 ‘위아래’를 발표한 직후에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10월 경 행사장에서 찍힌 직캠 영상이 SNS 등지에서 화제를 모으기 시작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5개월 만에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쥔 이들은 EXID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며 역주행에 제대로 성공했다.
그 이후 역주행 곡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윤종신의 ‘좋니’ 또한 라이브 클립이 화제를 모으기 시작하며 2개월 만에 음원차트 100위권에서 1위까지 수직상승했고, 브레이브 걸스는 2021년 유튜브의 한 영상을 통해 ‘롤린’이 4년 만에 차트 1위를 석권하며 해체 위기에서 벗어나 그해 신드롬의 주역이 됐다.
특히 최근 들어 역주행곡의 탄생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유명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곡들은 물론, 유튜브의 직캠 영상, 라이브 클립으로 새롭게 주목 받은 곡들, 여기에 더해 틱톡이나 릴스 등 숏폼 플랫폼에서 챌린지를 통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곡들이 역주행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것.
2022년 데뷔 17년차였던 윤하는 그해 3월 발표한 ‘사건의 지평선’, ‘오르트 구름’ 등이 직캠 영상으로 입소문을 타며 깜짝 역주행에 성공했고, 음원 강자 아이유 역시 2021년 ‘내 손을 잡아’가 콘서트 영상으로 10년 만에 다시 인기를 모으며 정주행에 이어 역주행 타이틀도 얻었다.
신인 걸그룹이었던 하이키도 지난해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로 역주행을 기록, 1년 넘게 롱런 인기를 자랑하고 있으며, 데이식스는 군백기 중임에도 불구하고 6년 전 노래인 ‘예뻤어’와 4년 전 노래인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로 더블 역주행에 성공했다.
엑소는 지난 겨울 숏폼 플랫폼에서 ‘첫눈 챌린지’가 인기를 모으며 2013년에 발표했던 ‘첫 눈’이 10년 만에 역주행하며 음원차트 1위, 음악 방송 정상을 차지했다. 다이나믹 듀오 또한 2014년 발매한 ‘AEAO'가 지난해 숏폼 플랫폼에서부터 입소문을 타며 9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이처럼 역주행곡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발매 시기나 발매 직후 순위 보다는 좋은 음악과 눈에 띄는 퍼포먼스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어떤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역주행이 될지 모르니 나중에라도 대박이 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 이제는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은 역주행 트렌드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mk324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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