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을 위한 잔디가 대한민국에 승리를 안겼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26일(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4차전서 태국에 3-0으로 승리했다.
서울에서 열린 태국과 홈 경기서 1-1 무승부로 자존심이 흔들렸던 한국은 승리를 거두며 최종예선을 향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이날 경기가 열린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은 레드카펫 같은 모습이었다.
최근 태국축구협회가 수억 원을 투자해 배수시설부터 기초공사를 완전히 새로 했고 1998년 이후 최초로 잔디 전면교체를 실시했다. 이후 누구도 여기서 경기를 치른 적이 없기 때문에 완전 새 것이었다.
태국축구협회가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의 그라운드를 완전히 개조한 것은 손흥민 때문이다.
태국축구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토트넘이 왔을 때 폭우가 쏟아져서 경기가 중단된 적이 있다. 태국에서 ‘이러다 쏘니가 다신 태국에 안 온다’는 위기감이 왔다. 그래서 많은 예산을 투자해서 그라운드를 싹 정비했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7월 24일 토트넘이 방콕을 방문해 레스터 시티와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기 직전에 폭우가 쏟아졌고 그라운드에 순식간에 논두렁으로 변했다. 결국 주최측이 경기를 취소하고 입장권을 모두 환불해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손흥민과 해리 케인 등 토트넘 스타들은 비를 맞으면서 일일이 태국 팬들에게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좋은 매너가 결국 태국을 움직였다. 태국축협이 ‘손흥민이 다시 찾을 수 있는 경기장을 만들자!’는 목표로 잔디전면교체를 결정했다.
카펫 같은 경기장은 한국 선수단이 더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추운 날씨로 인해 정상적이지 않은 서울월드컵경기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서울월드컵경기장도 하이브리드 잔디를 심으며 달라진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더 좋아진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리였다.
이날 한국은 품질 좋은 그라운드에서 적극적인 공격을 펼쳤다. 상대의 압박에도 불규칙적인 바운드가 나오지 않아 경기를 펼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특히 1차전과는 다르게 2차전서 선발로 나온 이강인은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패스를 연달아 연결했다. 이재성의 선제골 상황에서도 이강인의 날카로운 전진패스가 득점의 시발점이었다. 이강인의 패스를 조규성이 문전에서 슈팅으로 연결했고 이재성이 마무리 한 것.
후반서도 빛났다. 이강인이 왼쪽으로 날카롭게 연결한 패스를 손흥민이 돌파 후 침착한 슈팅으로 득점, 2-0으로 달아났다. 후반 박진섭의 추가골은 보너스였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