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타자’ 강백호(25·KT 위즈)가 프로 데뷔 7년 만에 마침내 적성을 찾는 것일까. 과거 서울고등학교 포수의 안방마님 데뷔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외야수, 1루수를 병행하던 강백호는 지난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2차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1-5로 뒤진 8회초 수비 때 포수 마스크를 썼다.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전에 이어 시즌 두 번째로 안방마님 중책을 맡았다.
강백호는 2이닝 동안 베테랑 우규민, 이선우와 호흡을 이루며 무실점을 합작했다. 8회 선두 김선빈과 최원준에게 안타를 맞아 2사 1, 2루 위기에 처했지만 박찬호를 7구 끝 유격수 땅볼 처리했고, 김도영-소크라테스 브리토-최형우를 만난 9회 공 13개로 삼자범퇴 이닝을 치렀다. 2018년 데뷔 후 이날이 통산 4번째 포수 출전이었지만 포구와 투수 리드 모두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이었다.
이강철 감독이 나흘 동안 강백호를 두 차례나 포수로 기용한 이유는 주전 장성우의 뒤를 받칠 마땅한 백업 포수를 찾지 못했기 때문. 김준태, 강현우, 조대현 등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사령탑의 성에 차지 않았다. 장성우가 올해로 벌써 34살이 돼 체력 안배가 필요한데 이 감독은 고민을 거듭하다가 아마추어 시절 포수와 투수를 겸했던 강백호 카드를 꺼내들었다.
강백호는 3월 31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안방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1-13으로 뒤진 8회말 수비 때 포수 대수비로 깜짝 등장해 박영현, 이선우와 1이닝 동안 배터리호흡을 이뤘다. 2021년 9월 25일 잠실 두산전 이후 918일 만에 포수를 맡은 선수 치고는 수비력이 제법 안정적이었다. 올해부터 ABS(자동 볼판정 시스템)가 도입되면서 프레이밍의 부담도 딱히 없었다.
지난 3일 수원에서 만난 이 감독은 “대전 경기 끝나고 다들 (강백호 포수가) 제일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라며 “선수가 수비 나가서 웃는 얼굴을 처음 봤다. 그 동안 수비는 나갈 때도 긴장, 들어올 때도 긴장이었는데 웃으면서 들어오더라. 빠지는 공을 블로킹하는데 멍하니 있다가 그렇게 잡는 게 쉽지 않다. 몇 년을 안 했는데도 몸이 딱 맞춰져 있다. 블로킹을 보셨냐. 그건 타고난 것이다”라고 놀라워했다.
서울고를 나와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2차 1라운드 1순위 지명된 강백호는 타격에서 천재성을 발휘한 반면 수비에서는 외야수와 내야수를 오가며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수비는 늘 천재타자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불안요소였다. 그런 가운데 고교 시절 이후 7년 만에 포수 마스크를 썼는데 마침내 선수가 미소를 되찾았다.
이 감독은 “사실 (강)백호를 처음부터 포수를 시켰으면 150억 원 가치의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처음에 포수 시킬 생각도 했었다”라며 “백호의 어깨가 강한데 포수할 때 딱 송구가 나온다. 외야수와 다르게 포수할 때는 송구가 잘 된다. 포수에 최적화된 몸이다”라고 바라봤다.
강백호의 포수 출전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앞으로 종종 교체로 출전해 경험을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감독은 “박영현이 말하기를 백호가 포수를 보니 스트라이크존이 엄청 넓어 보인다고 하더라. 앉아있는데 상체가 딱 서 있는 모습이다. (장)성우도 타깃이 좋은데 백호도 그렇다. 제춘모 코치도 마운드 올라갔는데 엄청 넓어 보인다고 했다”라고 합격점을 부여했다.
강백호는 타격에서도 지난 2년의 부진을 씻고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즌 10경기 타율 2할6푼2리 1홈런 6타점 4득점으로 출발이 나쁘지 않다. 이 감독은 “생각이 많이 변했고, 좋아졌다. 2일 경기에서 볼넷을 골라내는 걸 보고 생각을 바꾼 게 보였다. 2스트라이크 이후 컨택이 필요하니까 연결을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런 마음으로 임하더라. 한 번 지켜보고 싶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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