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듀오가 SNS에서나마 다시 재결합했다.
손흥민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31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 선발 출전하면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4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역대 14번째이자 비유럽 국적 선수로는 최초 기록이다.
다만 토트넘은 1-1 무승부를 거두며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5분 브레넌 존슨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전반 19분 퀴르트 주마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손흥민도 공간을 찾기 위해 애썼으나 90분 동안 침묵하며 마음껏 웃지 못했다.
경기 결과와 별개로 토트넘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손흥민을 '아이콘'이라 칭하며 그의 400경기 출전을 기념하는 애니메이션을 공유했다. 한글로 '사백'이라고 적힌 책을 시작으로 손흥민이 지난 9년 동안 쌓아올린 기록들이 하나씩 등장했다.
손흥민이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로 넣었던 토트넘 첫 골을 시작으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개장 후 1호 골, 그를 2020 푸스카스상의 주인공으로 만든 번리전 70m 질주골 등이 조명됐다. 이외에도 손흥민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주장으로 선임된 장면, 2021-2022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 PL 득점왕 수상 등 잊지 못할 추억들이 담겨 있었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여름 토트넘에 합류한 뒤 9시즌째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데뷔 시즌엔 애를 먹었지만, 2016-2017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쳤다. 손흥민은 델리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해리 케인과 함께 'DESK 라인'을 구축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토트넘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체제에서 PL 2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달렸다. 손흥민은 어느덧 전설 반열에 올랐다. 그는 지난 2021-2022시즌 리그 23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을 거머쥐었고, 이번 시즌까지 포함해 PL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이는 PL 역사상 총 7명밖에 도달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이번 시즌 손흥민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개막을 앞두고 '단짝'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면서 손흥민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기 때문. 그는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을 뿐만 아니라 스트라이커 변신까지 훌륭히 해내면서 케인의 빈자리를 잘 메우고 있다. 리그 15골 8도움으로 팀 내 최다 득점, 팀 내 최다 도움도 기록 중이다.
손흥민은 토트넘 구단 역사에도 여러 발자취를 남겼다. 토트넘이 지난 1882년 창단된 이래로 비유럽 국적으로 주장을 맡은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토트넘 통산 기록은 400경기 160골 82도움. 구단 역대 최다 득점 5위이자 최다 출전 14위에 달하는 수치이다. 여기에 유일하게 커리어 출전을 이어갈 . 수있다.
실제로 지난 3일 웨스트햄에 출전하면서 400경기 출전을 달성한 손흥민에 대해서 토트넘은 '아이콘'이라 칭하며 그의 400경기 출전을 축하했다. 그가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로 넣었던 첫 골,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개장 후 1호 골 등 여러 장면을 담은 애니메이션 영상도 게시했다.
또한 토트넘은 "손흥민은 구단 역대 최고 득점 기록 상위 5위를 차지한 지 불과 3일 만에 또 다른 대기록에 도달했다. 그는 지난 루턴 타운전에서 막판 결승골을 터트리며 통산 160골 고지를 밟았다. 손흥민은 2회 우승을 차지한 위대한 클리프 존스를 제치고 해리 케인(280골), 지미 그리브스(266골), 바비 스미스(208골), 마틴 치버스(174골)에 이어 5위로 점프했다"라고 강조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400경기 이상 뛴 선수 중 비유럽 국적 선수는 손흥민이 유일하다. 21세기 토트넘에서 활약한 선수도 손흥민과 케인, 위고 요리스 3명뿐이다. 손흥민은 10위지만 우승 트로피를 위해 떠난 케인(435경기)을 제치고 한 자릿수 순위에 진입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당연히 동료들의 축하 세례도 있었다. 먼저 토트넘 선수 중에서는 가장 오래 손흥민과 뛰고 있는 벤 데이비스가 축사를 남겼다. 그는 "쏘니는 토트넘 처음 입단 당시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또 성장했다. 이번 시즌 한국과 토트넘의 주장으로 모범을 보이고 있다. 팀의 주장이자 선수로 항상 최고의 모습만 보여준다"고 칭송했다.
동료로 손흥민을 극찬한 데이비스는 "사실 손흥민처럼 유명해지면 힘들 수 밖에 없다. 인생은 때로 바쁘다. 사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항상 성장했다"라면서 "그렇게 바쁜 그는 지난해 내 아들이 태어나자 가장 먼저 찾아와서 인사를 했다"고 미소를 보였다.
데이비스는 "우리는 축구를 안 할때 커피를 마시러 나간다. 그때 그는 모자를 쓰고 조심스럽게 행동해도 엄청난 팬들의 인기에 시달린다. 그래도 그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인다. 세계적인 선수이자 최고의 친구'라고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여기에 스쳐지나간 선수들이나 함께 뛰고 있는 선수도 모두 축사를 이어갔다. 지오반니 로 셀소와 조 로든, 미키 반 더 벤 등도 모두 손흥민의 400경기에 축하 인사를 남겼다. 여러모로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입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반가운 손님도 있었다. 바로 손흥민과 환상의 짝궁이었던 케인. 지난 시즌까지 손흥민과 케인은 PL 최고의 듀오로 군림하면서 엄청난 화제를 만들었다. 역대 PL 듀오 중 서로에게 가장 많은 골을 합작하기도 했지만 케인이 우승 트로피를 위해 바이에른 뮌헨을 향하며 종결됐다.
단 그러나 두 사람의 인연이 끊어지는 것은 아니였다. 평소 SNS에서 리플을 달거나 하는 활동이 극히 드문 케인이지만 손흥민의 특별한 기록에는 나타났다. 그는 손흥민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 "손흥민이 형, 축하합니다"라는 짤막한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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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트넘 홋스퍼, 스퍼스 익스프레스, 스퍼스 글로벌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