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은 프리미어리그(PL)의 전설일까 아닐까.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이 구체적인 수치를 근거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디 애슬레틱은 4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에서 400경기를 뛴 손흥민, 그는 PL의 위대한 선수"라는 제목의 기사로 손흥민의 지난 9년간 활약을 조명했다.
손흥민은 지난 3일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31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 선발 출전하면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4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역대 14번째이자 비유럽 국적 선수로는 최초 기록이다.
다만 토트넘은 1-1 무승부를 거두며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5분 브레넌 존슨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전반 19분 퀴르트 주마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손흥민도 공간을 찾기 위해 애썼으나 90분 동안 침묵하며 마음껏 웃지 못했다.
경기 결과와 별개로 토트넘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손흥민을 '아이콘'이라 칭하며 그의 400경기 출전을 기념하는 애니메이션을 공유했다. 한글로 '사백'이라고 적힌 책을 시작으로 손흥민이 지난 9년 동안 쌓아올린 기록들이 하나씩 등장했다.
손흥민은 2015년 8월 토트넘에 합류한 이래로 수많은 발자취를 남겼다. 그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개장 1호 골, 2020 푸스카스상, 2021-2022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 PL 득점왕 등을 기록했다. 또한 토트넘 통산 160골 82골을 넣으며 구단 역대 최다 득점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손흥민을 PL 전설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첼시에서 활약했던 앤디 타운센드는 '토크 스포츠' 방송에 출연해 "손흥민은 최고의 선수이고, 훌륭한 선수다. 그러나 '전설'이라는 단어는 적절한 맥락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누군가가 아까 내 대본에 손흥민을 전설이라고 써뒀다. 하지만 그건 옳지 않다"라고 농담하며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훌륭한 선수이자 훌륭한 핵심 선수다. 하지만 전설? 그건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여러 의견이 오갔다. 일단 손흥민이 토트넘 전설임에는 틀림없지만, PL 전체를 통틀어 전설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에 대해선 찬반이 갈렸다. 물론 토트넘 팬들 사이에선 손흥민을 PL 레전드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토트넘 팬사이트 '스퍼스웹'도 "전설이라는 말은 월드클래스라는 용어처럼 매우 주관적이다. 실제 의미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흥민이 토트넘의 전설이라는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며 "손흥민이 이미 PL의 전설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는 분명히 대회에 참가하는 시간이 끝나면 전설로 간주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디 애슬레틱 역시 "토트넘 주장 손흥민은 의심할 여지 없이 클럽의 전설이다. 하지만 PL 선수로는 어떨까? 그는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고, 리그 우승팀의 일원이 아니기 때문에 낮게 평가받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수치만으로 볼 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손흥민의 최근 이정표는 딱 좋은 시기"라며 손흥민의 진가를 재조명했다.
첫 번째로 손흥민의 엄청난 공격 포인트가 언급됐다. 그는 PL에서만 118골 160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매체는 "손흥민의 공격 포인트 수치는 유난히 높다. 그보다 높은 선수는 해리 케인과 모하메드 살라뿐이다. 케빈 더 브라위너도 손흥민 밑에 있다. 케인과 살라, 더 브라위너 3명 모두 진정한 PL 전설이다"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의 꾸준함과 양발 능력도 큰 무기다. 매체는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다는 점은 다양한 기간에 걸쳐 그의 골을 도운 선수들 목록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연히 그중 1위는 케인이다. 케인과 손흥민은 PL 역사상 가장 많은 합작골(47골)을 넣었다"라며 "손흥민은 PL 역사를 통틀어 약한 발로 가장 많은 골(46골)을 터트리며 또 다른 기록도 경신했다. 그의 왼발은 너무나 뛰어나서 '약한' 발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보인다"라고 감탄했다.
그 덕분에 손흥민은 통계 모델을 아득히 넘어서는 결정력을 뽐내고 있다. 그의 통산 기대 득점(xG)은 82.8골이지만, 실제 득점은 118골에 달한다. 통계적 예측보다 무려 35.2골을 더 넣은 것. 이는 케인(+36.1골)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게다가 비율로 따지면 손흥민이 1위다.
디 애슬레틱은 "다른 위대한 PL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손흥민 역시 거의 10년 동안 계속 발전했다. 원래는 득점을 노리는 측면 포워드에 가까웠던 그는 이제 주로 중앙 스트라이커이자 리그에서 가장 치명적인 피니셔다. 수치를 보면 손흥민은 기회 창출 능력도 향상됐고, 슈팅도 골대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라고 주목했다.
끝으로 매체는 "어쩌면 손흥민이 은퇴하기 전까지는 더 많은 팬들이 그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침내 은퇴할 때 그의 업적은 PL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이 분명할 것이다. 손흥민은 지금 토트넘에서 400경기를 출전했다. 지난해 힘든 시즌을 보낸 뒤 부활한 그는 둔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손흥민을 PL 전설로 인정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토트넘도 손흥민을 '위대한 선수'라고 칭송했다. 토트넘은 그의 통산 400경기 출전을 축하하면서 "손흥민은 9년 동안 일관성 그 자체였고, 매 시즌 40경기 이상 뛰었다. 그는 토트넘 통산 400경기에 출장했으며 구단 역대 최다 득점 5위 안에 진입했다. 손흥민은 모든 의미에서 진정으로 위대한 토트넘 선수"라고 극찬했다.
'토트넘 최고참' 데이비스도 손흥민에게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지난 2014년 토트넘 유니폼을 입으며 손흥민보다 1년 빨리 도착했다. 최근 케인과 위고 요리스, 에릭 다이어까지 팀을 떠나면서 포체티노 감독 시절을 겪었던 선수는 데이비스와 손흥민 둘뿐이다. 토트넘 구단은 그에게 400경기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400단어로 손흥민과 함께한 9년을 요약해달라고 부탁했다.
데이비스는 "난 손흥민이 토트넘에 처음 도착했을 때,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던 설레는 남자를 기억한다. 그런 다음 그는 그 놀라운 기술과 왼발, 오른발로 마무리하는 방식을 보여주면서 곧바로 눈에 띄었다. 그에게 첫 시즌은 꽤 힘들었지만, 언제나 영향력을 끼쳤다. 그는 몇 년 동안 성장하고 또 성장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데이비스는 "손흥민의 득점 기록을 보면...말도 안 된다. 일관성 그 자체다. 힘든 첫 시즌을 보낸 뒤 그는 주로 측면에서 뛰면서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평범한 업적이 아님에도 그는 매 시즌 반복해서 해냈다.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 않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감탄했다.
손흥민이 얼마나 훌륭한 주장인지도 설명했다. 데이비스는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과 토트넘 주장으로서 솔선수범한다. 그가 하는 모든 일은 팀을 위한 일이다. 그는 항상 그의 태도와 마음가짐, 투지로 더 나아지려 노력한다. 경기장에 나설 때 모든 책임을 지며 매일 기준을 세운다"라고 덧붙였다.
데이비스는 경기장 밖에서도 손흥민과 막역한 사이다. 그는 아들 랄프의 대부를 손흥민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쏘니(손흥민의 애칭)는 내 베스트 프렌드 중 한 명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함께 뛰었다. 그는 내 아들의 대부"라며 "손흥민과 나는 경기에 뛸 때 손바닥 들여보듯이 서로를 훤히 알고 있다. 정말 쉽게 느껴진다"라고 밝힌 바 있다.
데이비스는 손흥민과 친분도 자랑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도착했을 때 나는 22살이었고, 그는 23살이었다. 우리는 함께 자랐다. 그 시간 동안 우리의 삶이 많이 변했다. 난 작년 여름에 아버지가 됐다. 손흥민과 조 로든은 우리가 아기를 집에 데려온 후 처음으로 초대한 사람들 중 두 명이었다. 그게 바로 손흥민"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축구에서 벗어나 우리는 커피를 마시러 갈 것이고, 손흥민은 모자를 쓰고 도착해서 최대한 조심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이기 때문에 항상 가능하지는 않다. 그는 한국에서 그를 절대적으로 사랑하는 놀라운 팬층을 갖고 있다"라며 손흥민의 엄청난 인기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데이비스는 "우리는 거의 9년 동안 서로를 알고 지냈다. 손흥민은 월드클래스 선수고, 무엇보다도 월드클래스 사람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그를 알게 된 건 절대적인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손흥민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400경기를 뛴 소감을 남겼다. 그는 "토트넘에서 400경기 출장은 특별한 이정표이자 나와 가족에게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웨스트햄전에서) 우리가 원했던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여러분과 함께한 지금까지 시간을 되돌아보니 기쁨과 뿌듯함을 느낀다. 런던을 제2의 고향으로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데이비스뿐만 아니라 여러 전현직 토트넘 동료들이 총출동했다. 손흥민과 '영혼의 파트너'였던 케인은 "축하해 형제"라는 댓글을 남겼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지만, 여전히 손흥민을 잊지 않은 모습이었다.
브라질로 돌아간 루카스 모우라는 "전설!"이라고 말했고,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에메르송 로얄, 다빈손 산체스, 페드로 포로, 미키 반 더 벤 등 여러 선수들이 축하를 전했다.
브레넌 존슨과 제임스 매디슨은 아예 따로 축하글을 올렸다. 올 시즌 토트넘에 새로 합류한 존슨은 "GOAT(Greatest of all time)의 400경기 출전. 축하해 쏘니!"라며 손흥민과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매디슨 역시 함께 다트 세레머니를 펼치는 사진을 업로드하며 "400경기. 너와 피치에서 함께할 수 있고, 널 내 친구라 부를 수 있어서 기쁘다. 사랑해 형제여"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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