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양현종’ 이의리(KIA 타이거즈)가 로봇심판의 최대 수혜자가 되는 걸까.
이의리는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3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2실점 투구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팀의 6-3 승리이자 3연속 위닝시리즈를 이끈 값진 호투였다.
이의리는 경기 후 “마운드에서 최대한 흔들림 없이 던지려고 노력했다. 경기 결과가 좋게 나온 거 같아서 좋다”라고 승리 소감을 남겼다.
이어 “내가 기복이 심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최대한 의식 안 하려고 했다”라며 “오늘 제구는 좋았다. 지난 등판 때 볼넷이 5개였는데 타자들이 잘 참았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존 근처에 공이 많았다는 게 기분이 좋다. 볼넷을 주더라도 다음 타자와 결과가 좋으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2021년 KIA 1차 지명된 이의리는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10승을 거두며 양현종의 뒤를 이을 좌완 기대주로 인정받았지만 제구 불안이라는 숙제를 늘 안고 경기를 치러왔다. 소위 ‘날리는 공’이 많아 스트라이크존에 애매하게 걸쳐 볼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ABS(자동 투구 판정시스템)가 이의리의 높은 코스의 공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기 때문.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3-1로 앞선 2회 2사 2루 위기였다. 타석에 선 장성우 상대 1B-2S에서 바깥쪽 높은 쪽으로 커브가 들어갔는데 루킹 삼진으로 이닝이 종료됐다. 장성우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고, 이의리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이의리 본인도 예상치 못한 스트라이크 판정이었다.
이의리는 “올해는 생각보다 높은 걸 많이 잡아줘서 그 쪽에 많이 던지려고 한다. 오늘 그 전략이 잘 통한 거 같기도 하다. 변화구 구사율도 늘리려고 하는데 마침 ABS와 겹쳤다. 높은 쪽에 커브가 잘 들어가다 보니 많이 사용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ABS 시스템이 마냥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이의리는 “ABS는 나 같이 날리는 투수들이 좋은 판정을 받을 거고, 제구 좋은 투수들이 조금은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날릴 때는 좋고,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던질 때는 심판이 판정할 때가 더 좋다. 반반이다”라며 “타자들도 볼이다 싶으면 안심할 수 없는 게 ABS다. 시즌 초반이라 아직 애매하다. 전반기는 던져봐야 파악이 어느 정도 될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의리는 이날 KT 4번타자 강백호 상대로 유독 고전했다. 2회 2루타에 이어 3회 솔로홈런, 5회 내야안타를 연달아 맞았다.
이의리는 “(강)백호 형이 스윙을 길게 가져가는 거 같았는데 첫 타석에서 너무 대놓고 공을 던져준 게 아닌가 싶었다. 이후 (김)도영이랑 백호 형이 위쪽을 보고 치는 거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두 번째 타석에서 딱 그 코스로 던졌다. 다음 타석은 내가 잡을 수 있었는데 야수들에게 맡겼다. 좋은 코스의 안타가 됐다”라고 되돌아봤다.
첫 등판 4이닝 2실점(비자책)에 이어 이날 5이닝 2실점을 기록한 이의리. 다음 등판 목표를 묻자 “투수코치님이 주1회 등판이니 절대 놓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신다. 계속 길게 던지고 싶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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