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차로 앞선 9회 1사에 마무리투수를 내렸다. 최원호 감독의 과감한 결단력이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하며 구단 역사상 최고의 개막 10경기로 이어졌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를 6-5로 승리했다. 구단 최초 홈 개막 5경기 연속 매진 이룬 가운데 짜릿한 역전극으로 만원 관중을 열광시켰다.
시즌 첫 연패 위기에서 역전승을 거둔 한화는 개막 10경기에서 8승2패를 거두며 단독 1위를 질주했다. 한화가 개막 10경기 기준 8승2패를 한 것은 1986년 1군 진입 이후 39년 구단 역사상 최초.
전신 빙그레 시절인 1992년 7승2패1무로 최고 성적이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개막 10경기 8승을 돌파했다. 유일한 한국시리즈 우승의 해였던 1999년에는 7승3패로 시작했다 .
이날 경기는 쉽지 않았다. 선발투수 문동주가 5이닝 10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흔들리면서 주도권을 내줬다. 하지만 4회 노시환의 솔로포로 첫 득점을 낸 뒤 5회 요나단 페라자의 스리런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여세를 몰아 7회 채은성의 결승 2루타 포함 2점을 내면서 승기를 잡았다.
6회부터 가동된 불펜도 위력을 발휘했다. 6회 김범수(1이닝 1탈삼진 무실점), 7회 주현상(1이닝 1탈삼진 무실점), 8회 한승혁(1이닝 무실점)이 롯데 타선의 추격을 차단했다.
9회가 고비였다. 6-4 세이브 상황에서 마무리투수 박상원이 올라왔지만 선두타자 이정훈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고 불안하게 시작했다. 윤동희를 3루 땅볼 유도했지만 빅터 레이예스에게 던진 3구째 포크볼이 백네트 뒤로 빠지는 원바운드 폭투가 되면서 1사 3루가 됐다.
이어 박상원은 4구째 포크볼로 레이예스의 1루 땅볼을 유도했다. 그런데 여기서 1루수 채은성이 공을 뒤로 빠뜨리는 포구 실책을 범하면서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왔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1사 1루로 바뀌면서 동점 주자가 나가자 최원호 감독이 과감하게 투수 교체했다.
8회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이민우가 위기 상황에서 투입됐다. 첫 타자 전준우를 상대로 1~2구 연속 볼을 낮게낮게 던졌다. 이어 3구째 몸쪽 커터로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한 고비 넘긴 이민우는 노진혁을 2구째 바깥쪽 낮은 커터로 2루 땅볼을 유도, 1점차 승리를 완성했다.
이민우의 세이브는 개인 통산 2호로 KIA 타이거즈 소속이었던 지난 2019년 4월13일 문학 SK 와이번스전(⅓이닝 1탈삼진)에 이어 1818일(6년8개월25일) 만이었다. 2022년 4월 한화 이적 후 첫 세이브.
승부처에서 과감하게 마무리투수를 내린 최원호 감독의 결단력도 빛났다. 경기 후 최원호 감독은 "흐름이 넘어갈 수 있는 순간에 이민우가 노련하게 승리를 지키며 의미 있는 세이브를 기록해줬다"고 말했다.
이민우는 "세이브는 신경 안 쓰고 팀이 이기는 것에 도움이 돼 너무 좋다"며 "지난번 KT전(지난달 30일 대전 경기)에서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홈런을 맞았다. 전준우 선배님도 한 방이 있으니까 최대한 낮게 낮게 던지려 했다. 몰려서 한 방 맞으면 역전이 되니까 장타만 안 맞자는 생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이브 상황이) 긴장되긴 했지만 끝나고 나니 너무 좋더라. 순간 마무리투수가 부러웠다. 원래 액션이 없는데 평소보다 크게 나왔다. 기분이 많이 좋았다”며 웃었다.
한편 최원호 감독은 "페라자가 동점 홈런으로 자칫 침체될 수 있는 분위기를 끌어올려줬다. 그 홈런으로 흐름이 바뀌면서 승기를 잡아낼 수 있었다. 주현상도 지금 우리 불펜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오늘 역시 안정적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줬다"고 또 다른 수훈 선수들도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