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타자, 정말 처음부터 포수였으면 150억 받았을까…7년 만에 안방 복귀, 왜 지금인가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4.04.05 06: 50

‘천재타자’ 강백호(25·KT 위즈)가 정말 포수로 프로 커리어를 출발했다면 양의지(두산 베어스)처럼 150억 원을 받는 대형 안방마님이 될 수 있었을까.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두 차례나 거머쥐었던 강백호는 왜 갑자기 포수 훈련을 시작하게 된 걸까. 
강백호는 지난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3차전에 앞서 장재중 배터리코치와 함께 본격적인 포수 적응 훈련에 나섰다. 
포수 글러브와 무릎 장비를 착용한 강백호는 그라운드 이곳저곳을 다니며 안방마님이 되기 위한 기본기 훈련을 실시했다. 포수의 가장 기본 덕목인 포구 및 송구는 기본이고 외야 그라운드에서 팝플라이 타구를 잡는 모습도 포착됐다. 장 코치가 하늘 높이 친 타구를 처리하며 포수 파울플라이 상황을 연습했다. 강백호는 적성을 찾았는지 시종일관 밝고 의욕적인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다. 

KT 위즈 강백호 / OSEN DB

KT 위즈 강백호 / OSEN DB

외야수와 1루수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한 강백호는 이번 시즌 초반 이강철 감독으로부터 포수 전향을 제안 받았다. 강백호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고, 3월 31일 대전 한화전, 4월 3일과 4일 수원 KIA전에서 경기 후반부 안방마님 역할을 수행했다.
사령탑이 벌써 강백호를 3차례나 포수로 출전시킨 건 주전 장성우의 뒤를 받칠 마땅한 백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준태, 강현우, 조대현 등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그 누구도 ‘포스트 장성우’ 타이틀을 얻지 못했고, 이 감독은 고민을 거듭하다가 아마추어 시절 포수와 투수를 겸했던 강백호를 전격 제2의 포수감으로 낙점했다.
KT 위즈 강백호 / KT 위즈 제공
강백호는 시즌 첫 포수 출전이었던 3월 31일 대전 한화전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1-13으로 뒤진 8회말 수비 때 포수 대수비로 깜짝 등장해 박영현, 이선우와 1이닝 동안 배터리호흡을 이뤘는데 2021년 9월 25일 잠실 두산전 이후 918일 만에 포수를 맡은 선수 치고는 수비력이 제법 안정적이었다. 올해부터 ABS(자동 볼판정 시스템)가 도입되면서 프레이밍의 부담도 딱히 없었다. 
이 감독은 “대전 경기 끝나고 다들 (강백호 포수가) 제일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라며 “선수가 수비 나가서 웃는 얼굴을 처음 봤다. 그 동안 수비는 나갈 때도 긴장, 들어올 때도 긴장이었는데 웃으면서 들어오더라. 빠지는 공을 블로킹하는데 멍하니 있다가 그렇게 잡는 게 쉽지 않다. 몇 년을 안 했는데도 몸이 딱 맞춰져 있다. 블로킹을 보셨냐. 그건 타고난 것이다”라고 놀라워했다. 
이어 “사실 (강)백호를 처음부터 포수를 시켰으면 150억 원 가치의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처음에 포수 시킬 생각도 했었다”라며 “백호의 어깨가 강한데 포수할 때 딱 송구가 나온다. 외야수와 다르게 포수할 때는 송구가 잘 된다. 포수에 최적화된 몸이다”라고 덧붙였다.
서울고 시절 강백호 / OSEN DB
서울고를 나와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2차 1라운드 1순위 지명된 강백호는 타격에서 천재성을 발휘한 반면 수비에서는 외야수와 내야수를 오가며 방황을 거듭했다.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수비는 늘 천재타자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마이너스 요소였다. 그런 가운데 고교 시절 이후 7년 만에 포수 마스크를 썼는데 마침내 선수가 미소를 되찾았다. 
지난 4일 수원에서 만난 이 감독은 “(강)백호에게 포수 연습을 하라고 했다. 백호는 160km 강속구도 다 잡을 수 있다고 하더라”라고 웃으며 “팀 사정 상 백호가 포수를 맡는 게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된다. 그렇게 되면 야수 엔트리를 하나 더 쓸 수 있는데 선수가 이를 받아들여서 고마운 마음이다. 실전에서 포수로 나가서 하는 걸 보니 임시 포수 같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KT 위즈 강백호 / OSEN DB
포수 포지션을 어느덧 3차례나 소화한 강백호는 앞으로 계속 안방마님 수업을 받으며 포수 포지션에 적응할 계획이다. 사령탑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강백호가 포수를 맡는 그림이 전력 극대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비에 점점 흥미를 느끼고 있는 본인은 물론 야수 엔트리에 한 자리 여유가 생기는 KT 모두에서 '윈-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은 “시간을 두고 선수가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다만 좋다고 해서 당장 선발 포수로 쓰긴 어렵다. 먼 미래를 본 결정이다”라며 “백호를 잘만 키우면 걱정 없이 갈 수 있다. 우리가 한 번 잘 만들어서 기용해보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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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강백호 /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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