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아니죠. 자극하고 도발할 이유도 없고…”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빈(27)은 지난주 뜻하지 않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5회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1루에서 스킵 동작을 반복하며 상대 투수 양현종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황성빈이 2루로 뛸 듯 말듯 페이크 동작을 6번이나 펼치자 양현종의 표정이 일순간 굳었다. 방송 중계 화면을 통해 이 모습이 생생하게 전파를 타면서 큰 화제가 됐다.
황성빈의 그 동작에 피치 클락 위반까지 한 양현종은 경기 후 “순간 의식도 되고, 조금 신경 쓰이기도 했지만 황성빈 선수에게는 당연한 플레이라고 생각한다. 투수를 괴롭히고, 흔드는 게 황성빈 선수의 할 일이고, 임무”라며 “최대한 동요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표정에 조금 드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양현종이 이해하며 넘어갔고, 경기의 일부분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상대를 지나치게 자극하는 불필요한 동작이란 지적이 주를 이뤘다. 그 다음날에 김태형 롯데 감독이 “앞으로는 하지 말라고 했다. 한 번 정도는 괜찮은데 과하게 했다. 상대를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이다”며 코치들을 통해 황성빈에게 주의를 줬다고 밝혔다.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나는가 싶었지만 화제성이 꽤 오래 갔다. 지난 2일 KT 위즈 황재균이 수원 KIA전에서 4회 양현종에게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가더니 황성빈의 스킵 동작을 장난스럽게 따라하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양현종 역시 황재균의 모습에 빵 터지면서 유쾌한 장면이 연출됐고, 이게 또 화제가 되면서 SNS상으로 크게 퍼졌다.
3일 수원 경기에서도 KIA 김태군이 4회 3루에 진루한 뒤 황재균을 보곤 황성빈의 그 동작을 하면서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일종의 ‘밈(meme)’처럼 야구팬들 뿐만 아니라 친분 있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웃음 소재로 승화됐다.
순식간에 SNS상에서 화제의 인물이 된 황성빈은 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SNS에 한두 개가 아니라 엄청나게 많이 나오더라. 남들이 봤을 때는 웃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 진지하게 하는 것이다. 내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화제가 된다고 해서) 신경 쓰이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 가지 해명하고 싶은 것은 있었다. 자신의 플레이가 상대를 자극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절대 아니다. 자극하고 도발할 이유도 없고, 난 그냥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 순간에 집중했다”고 말한 황성빈은 “상대팀에서 (경기적으로) 나라는 존재를 불편해할 수 있다. 내가 조금 과했던 것 같기도 한데 (상대 투수를) 신경 쓰이게 하면서 우리 타자한테 도움을 주려고 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소래고-경남대 출신 우투좌타 외야수 황성빈은 지난 2020년 2차 5라운드 전체 44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바로 현역으로 군입대한 뒤 2022년 1군 무대에 데뷔한 황성빈은 그해 102경기 타율 2할9푼4리(320타수 94안타) 1홈런 16타점 62득점 10도루로 깜짝 활약하며 롯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172cm, 76kg 작은 체구에 빠른 발로 공수주에서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친다. 기습 번트를 대고, 한 베이스 더 뛰는 잔야구에 능한 선수로 상대팀에는 성가신 존재다.
때로는 의욕이 지나쳐 이번처럼 논란이 될 때도 있지만 그만큼 야구에 진심이다. 황성빈에게 주의를 주긴 했지만 김태형 감독이 그린라이트를 부여할 정도로 주력과 센스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2일 한화전에선 0-0 동점으로 팽팽하게 맞선 8회 1사 1루에서 대주자로 투입돼 2루 도루를 성공한 뒤 상대 폭투 때 빈틈을 놓치지 않고 3루까지 갔고, 손호영의 안타 때 홈을 밟아 결승점을 올렸다. 롯데의 1-0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는 “타이트한 상황에선 득점권에 가냐 못 가냐 차이가 크다. 타이밍을 보고 도루를 하려고 생각했다. (도루를 시도할 때) 죽는 것을 생각하면 못 뛴다. 상황에 따른 흐름을 읽으면서 스타트를 공격적으로 끊는 게 중요하다. 도루 성공률을 꾸준하게 높여야 감독님이 나를 찾아주실 것이다”며 “(대주자뿐만 아니라) 선발로도 많은 경기에 출장하고 싶다. 모든 선수들이 똑같겠지만 증명이라는 단어를 꺼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감독님이 나를 필요로 하시게끔 결과를 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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