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쿠젠의 분데스리가 우승 축하한다.”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도르트문트전 굴욕패를 당하고 나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 2위 뮌헨이 리그 우승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먼저 나서 우승 도전 포기를 선언해 뮌헨 수뇌부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독일의 빌트는 4일(이하 한국시간) "투헬 감독이 공개적으로 레버쿠젠의 우승을 축하하면서 구단 보드진을 화나게 했다"라고 보도했다.
뮌헨은 지난 달 31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 27라운드에서 도르트문트에 0-2로 완패했다. 뮌헨이 리그 기준 홈에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패한 건 지난 201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공식전 3연승이 끊긴 뮌헨은 승점 60점에 머무르며 리그 우승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 선두 레버쿠젠(승점 73)과 격차는 무려 13점. 이제는 오히려 한 경기 덜 치른 3위 슈투트가르트(승점 56)와 4위 도르트문트(승점 53)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벤치에서 출격한 김민재는 끝내 결장했다. 그의 4경기 연속 선발 제외다.
뮌헨은 출발부터 불안했다. 전반 10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중원에서 패스가 끊기며 역습 기회를 내줬다. 브란트가 왼쪽으로 공을 뿌려줬고, 아데예미가 속도를 살려 박스 안으로 파고든 뒤 슈팅했다. 공은 골키퍼 손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전반은 도르트문트가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도르트문트는 아데예미의 속도를 활용해 뮌헨 뒷공간을 공략했으나 추가골까지 만들진 못했다. 뮌헨도 사네와 무시알라를 앞세워 동점골을 노렸지만, 후멜스를 중심으로 한 수비에 모두 가로막혔다.
뮌헨은 후반에도 경기력이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다이어는 물론이고 팀 전체적으로 패스 미스가 너무나 많았다. 후반 20분엔 라이머가 공을 뺏기며 위기를 맞았다. 마트센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뮌헨 선수들을 모두 따돌리고 슈팅했지만, 공이 오른쪽으로 살짝 벗어났다.
그 사이 도르트문트가 두 골 차로 달아났다. 후반 38분 알레가 박스 중앙에서 공을 잡은 뒤 오른쪽으로 패스했다. 뤼에르손이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해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패배를 직감한 뮌헨 팬들은 대거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팬들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후반 44분 케인이 드디어 헤더로 골망을 갈랐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결국 뮌헨은 홈에서 라이벌 도르트문트에 무릎 꿇고 말았다.
뮌헨은 올 시즌 12연속 분데스리가 정상을 노리지만 선두 레버쿠젠과 격차가 승점 13점을 벌어져 우승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뮌헨 ‘수장’ 투헬이 ‘우승 포기’ 뉘앙스를 풍겼다.
‘ESPN’에 따르면 경기 후 투헬 뮌헨 감독은 “분데스리가 우승 경쟁은 분명히 끝났다”면서 “오늘 경기가 끝나면 더 이상 승점을 계산할 필요가 없다. 레버쿠젠에 축하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산술적으로는 우승이 가능하단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직 뮌헨에 분데스리가 7경기가 남아있다. 역전 우승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헬 감독은 자포자기하는 인터뷰를 해 충격을 주고 있다. 도르트문트에 패해 낙담하고 있을 선수들에게 감독이 나서 악담한 것이나 다름없다.
투헬 감독은 “우린 경기에서 승리하는데 필요한 열정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매우 실망했다. 우리는 기본이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뮌헨 보드진도 분노했다. 4일 빌트는 "뮌헨은 만성적으로 '나쁜 패배자'라는 사실이 DNA에 박혀 있다. 투헬 감독이 상대를 위해 레드카펫을 펼쳐주는 것은 독일의 기록적인 챔피언(뮌헨)의 정체성와 반대된다"라며 "그가 모든 카메라 앞에서 레버쿠젠을 추가한 방식은 10년 만에 홈에서 라이벌 팀에 패한 많은 구단 관계자들을 다시 한번 화나게 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외신 푸스발 트랜스퍼스 역시 "투헬 감독과 뮌헨은 완전히 분열됐다"라며 "투헬 감독과 뮌헨 사이의 관계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팀에서 '이물질'이 된 것 같다. 레버쿠젠의 우승을 조기에 축하하는 그의 발언도 구단 수뇌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현재 상황은 즉각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뮌헨이 투헬 감독을 즉시 경질하지 않은 이유는 소방수 감독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푸스발 트랜스퍼스는 "뮌헨이 선호하는 차기 감독 후보인 율리안 나겔스만 독일대표팀 감독과 로베르토 데 제르비 브라이튼 감독은 여름에만 데려올 수 있다. 즉 투헬 감독을 내보내려면 소방수가 필요했다. 소방수를 구하더라도 다음 시즌에도 동행을 이어가긴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금전적 고민도 있다. 매체는 "만약 감독 교체가 성공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된다면, 엄청난 금액이 발생하는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까다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빌트에 따르면 투헬 감독은 총 1000만 유로(약 146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두둑이 챙길 예정이다. 게다가 단순 경질이 아니라 상호 합의에 따른 계약 해지이기 때문에 오는 6월부터 곧바로 타팀 부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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