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강정호 보다 더 매서운 후배들이었다. 12년 만에 KBO리그로 돌아온 류현진(한화)은 영웅들에게 혼쭐이 났다. 악몽과 같은 밤이었다.
5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와 키움의 경기. 류현진이 복귀 첫 승이자, 통산 99승에 도전했다. 삼세번이었다. LG와 개막전에서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을 허용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지난달 29일 KT전에서 6이닝 8피안타 9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했으나 동점에서 교체돼 승패없이 물러났다.
이날 류현진은 생애 처음 고척돔 마운드에 올랐다. 4회까지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1회 톱타자 이주형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실점없이 막았고, 2회 1사 후 볼넷 1개만 내주고 3~4회는 삼자범퇴였다.
4회까지 투구 수는 56개. 5회 들어 이상했다. 선두타자 김휘집에게 안타를 맞더니, 이형종을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이날 처음 2루에 주자를 보냈다. 외야 뜬공으로 1아웃을 잡고 주자는 1,3루가 됐다.
이후 키움 타자들의 '초전박살'에 무참하게 당했다. 투구 수 60개가 넘어가고 힘이 떨어졌을까
키움은 류현진 상대로 7타자 연속 안타를 터뜨렸다. 김재현이 5구째(커브)를 공략해 좌선상 2루타로 1점을 만회했다. 박수종이 초구(직구)를 때려 1타점 좌전 안타, 이주형이 초구(커터)를 때려 1타점 중전 안타, 도슨이 2구째(커터)를 공략해 1타점 우전 안타, 김혜성이 2구째(체인지업)를 때려 1타점 좌전 안타를 터뜨렸다. 순식간에 점수는 5-4로 역전됐다.
이어 최주환이 2구째(직구) 우전 안타로 출루해 1사 만루가 됐다. 타자 일순, 김휘집이 5회에만 2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체인지업)을 때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7-4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결국 투수 코치가 5회에만 2번째 마운드에 오르며, 1사 1,3루에서 류현진을 강판시켰다.
키움 타자들의 초구, 2구 적극적인 공격에 당했다. 구종을 가리지 않고 공 보고 공치기였다. 제구가 잘 된 공도 있었지만, 5회 들어 구위가 떨어졌다.
이후 김서현이 구원 투수로 올라와 1타점 적시타, 몸에 맞는 볼,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면서 류현진의 실점은 9점까지 늘어났다. 류현진의 프로 데뷔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이다. 종전 8실점이었다. 2012년 7월 18일 대전 삼성전에서 2이닝 9피안타 8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미국 빅리그 186경기 등판에서도 9자책점은 한 번도 없었다.
류현진은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으로 2패를 당했다. 평균자책점은 3.72에서 8.36으로 폭등했다.
류현진은 미국 진출 전 마지막 경기였던 2012년 10월 4일 대전 넥센전(현 키움)에서 10이닝 4피안타(1피홈런) 12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으나 승패없이 물러났다. 시즌 9승(9패)으로 마쳤다.
당시 강정호에게 통한의 솔로 홈런을 허용, 2006년 데뷔 때부터 이어온 6년 연속 10승에서 멈췄다. 12년이 지나 강정호의 후배들 상대로 더 큰 아픔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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