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리그 MVP 출신 우완 투수 에릭 페디(31)가 잘 던졌지만 시즌 첫 승에 또 실패했다. 나름 잘 던지고 있는데 애매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페디는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코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5이닝 6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1-1 동점 상황에서 내려가 메이저리그 복귀 첫 승은 또 다음으로 미뤘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1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 4⅔이닝 5피안타(2피홈런) 1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난 데 이어 2경기 연속 승리에 실패한 페디는 시즌 평균자책점을 3.86에서 2.79로 낮췄다.
1회 마이켈 가르시아를 싱커로 헛스윙 삼진 잡고 시작한 페디는 그러나 2사 후 비니 파스콴티노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살바도르 페레즈에게 중견수 키 넘어나는 1타점 2루타로 선취점을 허용했다. 바깥쪽 낮은 스위퍼를 페레즈가 잘 받아쳐 중앙 펜스 상단을 직격하는 홈런성 타구로 연결했다.
다음 타자 MJ 멜렌데즈를 몸쪽 높은 싱커로 루킹 삼진 잡고 추가 실점 없이 1회를 마친 페디는 2회 선두 넬슨 벨라스케스를 몸쪽 낮은 스플리터로 다시 한 번 루키 삼진 처리했다. 아담 프레이저에게 좌전 안타와 폭투를 내주며 1사 2루 위기에 몰렸지만 헌터 렌프로를 루킹 삼진, 가르시아를 3루 땅볼 처리하며 넘어갔다.
3회에는 페레즈에게 안타 하나를 맞았으나 나머지 3타자를 범타 요리한 페디. 4회에도 2사 후 렌프로에게 내준 안타를 빼고 3명의 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5회에는 이날 경기 첫 삼자범퇴로 돌려세웠지만 6회가 아쉬웠다.
이번에도 페레즈가 문제였다. 선두 페레즈와 6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전 안타를 맞은 페디는 멜렌데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뒤 강판됐다. 총투구수 91개였지만 1-1 동점 상황에 위기를 초래하자 화이트삭스 페드로 그리폴 감독이 교체 결정을 내렸다.
1일 디트로이트전에도 페디는 5회까지 아웃카운트 하나 남은 상화에서 96개를 던지고 강판됐는데 이날은 5회를 넘겼으나 91개에서 교체돼 100개를 넘기지 못했다. 이날 페디는 최고 94.9마일(152.7km), 평균 93.6마일(150.6km) 싱커(37개) 중심으로 스플리터(21개), 스위퍼(19개), 커터(14개)를 구사했다.
투수 교체는 성공적이었다. 구원 존 브레비아가 벨라스케스를 좌익수 뜬공 처리한 뒤 프레이저를 투수 땅볼 유도했다. 홈으로 승부하면서 3루 주자를 잡아낸 브레비아는 이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스티븐 윌슨으로 교체됐다. 윌슨이 렌프로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면서 페디는 1실점으로 마쳤다. 이날 경기는 8회 마이클 코펙이 결승점을 내준 화이트삭스가 1-2로 패했다.
2경기 연속 2실점 이하로 막은 페디이지만 이닝 소화 능력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투구수를 끌어올리는 시기인 시즌 초반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아쉽다. 지난해 KBO리그에선 30경기에서 180⅓이닝으로 평균 6이닝을 너끈히 소화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선 투구수 관리가 안 되는 모습. 지난해 이닝당 투구수가 16.1개였지만 올해는 19.3개로 늘었다.
지난 2014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지명된 페디는 2017년 빅리그 데뷔 후 2022년까지 5시즌 통산 102경기(88선발·454⅓이닝) 21승33패 평균자책점 5.41 탈삼진 352개를 기록했다.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지난해 한국으로 왔다.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고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 탈삼진 209개로 활약하며 외국인 투수 최초로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에 오르는 트리플 크라운을 해냈다. 강력한 스위퍼로 KBO리그를 압도하며 시즌 MVP를 차지한 뒤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에 계약, 메이저리그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