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승승장구'하던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에게 낯선 위기가 닥쳤다.
독일 '빌트'는 7일(이하 한국시간) 바이에른 뮌헨과 FC 하이덴하임의 경기가 종료된 뒤 양 팀 선수들의 평점을 공개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6일 독일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포이트 아레나에서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 28라운드 FC 하이덴하임과 맞대결을 치러 2-3으로 역전패했다.
김민재가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다. 시즌 중반까지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며 '혹사 논란'까지 불거졌던 김민재. 그가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이라는 점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은 최근 에릭 다이어와 마테이스 더 리흐트 조합을 선호했다.
투헬 감독은 "다이어와 더 리흐트는 경기에서 승리하고 잘 협력한다. 풀백, 중앙 미드필더와도 잘 조화를 이룬다. 두 선수의 소통은 정말 좋다"라며 최근 선발로 나선 두 센터백의 경기력을 이야기했다.
그는 "변화를 줄 이유가 거의 없다. 다요 우파메카토, 김민재의 폼을 보면 바꿔줄 필요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두 선수는 아주 잘 뛰어왔기 때문에 다시 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라고 직접 말했다.
투헬 감독은 앞서 3월 31일 치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리그 맞대결에서도 다이어-더 리흐트 조합을 선발로 내세웠다. 김민재는 벤치를 지켰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도르트문트는 발 빠른 공격 자원으로 뮌헨의 뒷공간을 공략했고 김민재와 비교해 주력이 느린 다이어, 더 리흐트는 계속해서 뒷공간 침투를 놓쳤다. 결과는 0-2 패배.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홈에서 10년 만에 당한 패배다.
느끼는 게 있었을까, 혹은 챔피언스리그 8강을 위한 로테이션일까. 투헬 감독은 다시 김민재를 선발로 복귀시켰다. 파트너는 다요 우파메카노였다. 그러나 이 두 선수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만 보였다.
승격팀을 상대하는 만큼 뮌헨은 비교적 여유롭게 경기를 펼쳤다. 전반전에만 해리 케인, 세르주 그나브리의 연속골로 2-0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후반전 악몽이 시작됐다.
뮌헨 선수들은 좀처럼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고 연달아 3실점을 허용하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승점 추가에 실패한 뮌헨은 승점 60점(19승 3무 6패)으로 1위 바이어 04 레버쿠젠과 승점 차가 16점까지 벌어졌다. 이제 1위 추격이 문제가 아니다. 3위 VfB 슈투트가르트(승점 60 동점)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원정에서 잡아내며 뮌헨과 승점을 맞췄다. 선두 경쟁이 아닌 슈투트가르트의 맹추격을 뿌리치는 데 집중해야 하는 뮌헨이다.
경기 종료 후 빌트가 공개한 양 팀 선수들의 평점은 충격적이었다. 하이덴하임 선발 선수 전원이 1~2점의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뮌헨은 그나브리(3점)을 제외하곤 모두 4~6점, 낙제점이었다.
독일 매체는 일반적으로 선수 평점을 1~6 사이로 부여한다. 1점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다.
선제골의 주인공 케인은 4점, 김민재의 파트너로 나선 우파메커노는 5점을 받았다. 홀로 6점을 받은 선수가 있었으니 김민재다. 5경기 만에 선발로 복귀한 김민재지만, 3번의 실점 상황에 모두 관여했다는 게 현지 평가다.
김민재는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90%(89/99)의 패스 성공률, 파이널 써드 지역 공 투입 8회, 태클 성공 3회, 차단 3회, 클리어링 6회, 볼 경합 승리 11회를 기록했지만, 팀 전체가 흔들린 탓에 상대의 모든 공격을 홀로 막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낙제점, 그 중에서도 최하점을 홀로 받은 김민재는 주중 치러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아스날과 경기에서 다시 벤치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김민재로서는 낯선 상황이다. 지난 2021년 페네르바체 SK에 입단한 뒤로 SSC 나폴리에서도 입단과 동시에 주전으로 활약한 김민재다.
특히 나폴리에서 활약하던 지난 시즌에는 기복 없는 수비 실력으로 팀의 33년 만의 세리에A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역사적으로 강력한 수비수들을 배출해왔던 이탈리아 무대에서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프랑스 축구 잡지 '프랑스 풋볼'이 주관하는 2023 발롱도르 시상식에서도 김민재의 이름이 나왔다. 발롱도르 순위에서 22위에 김민재가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 최종 후보 30인 중 유일한 아시아 국적이었던 그는 수비수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그랬던 김민재는 실제로 보기 힘든 '최하 평점'을 부여받았다. 김민재에게 닥친 '낯선 시련'이다. 김민재가 이를 어떻게 극복해낼지 지켜보자. /reccos23@osen.co.kr